물가, 두 달 연속 2%대 둔화…채소류, 전월비 8.7%↓
식품가격 줄줄이 인상…내달 가공식품 물가 주목
"상승 둔화에도 하반기 2%대 초반 정착은 불확실"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를 기록하면서 두 달 연속 2%대를 이어갔다. 기온이 오르면서 농산물 가격이 둔화했고, 국제유가 하락으로 석유류 가격 상승세가 완화됐기 때문이다.
다만 항후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국내 식품가격이 인상을 앞두고 있어 체감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7%로, 4월(2.9%)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를 기록했다.
특히 기상이나 계절에 따른 변동이 큰 55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전년 대비 17.3% 상승하면서 8개월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햇과일이 나오기 전인 사과(80.4%)와 배(126.3%)가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면서 신선과실(아몬드 제외)은 전년 대비 39.5% 상승했다.
전체 물가에 0.69%p 기여한 농산물 물가 역시 19.0% 했다. 다만 기온이 오르는 등 기상여건이 나아지면서 전월 대비로는 2.5% 하락했다. 채소류만 놓고 보면 전월보다 8.7%나 가격이 낮아졌다.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보다 2.0% 상승했다. 4월(1.6%)보다 상승폭이 소폭 커졌다. 특히 설탕(20.4%), 소금(16.4%), 식용유(15.4%)는 10%가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국내 식품업계는 원자재 가격 상승로 인해 이미 일부 품목의 가격 인상을 단행했거나 앞두고 있다. 향후 가공식품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롯데웰푸드는 이달부터 가나 초콜릿 등 17종 제품을 평균 12% 인상했다. 롯데칠성음료도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 등 6개 품목의 출고가를 6.9% 올렸다. CJ제일제당은 '고소함가득 참기름' 등의 대형마트 판매가격을 약 15% 이상 인상했다. 동원F&B는 조미김의 가격을 15%가량 인상하고, 샘표식품은 이달 중순 간장 가격을 9% 인상할 예정이다.
정부는 이런 먹거리 물가 안정을 위해 하반기에도 농산물과 식품원료 51종에 대한 할당관세를 연장·신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바나나, 파인애플 등 과일 28종과 무·배추 등 농산물 4종, 식품 가공원료인 해바라기씨유와 커피생두 등 19종이다. 이 가운데 무와 코코아매스·버터·파우더, 오렌지농축액, 커피농축액, 전지분유, 버터밀크는 새롭게 할당관세가 적용된다.
한편 석유류 물가도 변수다. 최근에는 국제유가가 안정되면서 휘발유 가격이 지난달 중 하락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해 가격이 낮았던 기저효과로 인해 전년 대비 3.1% 상승했다. 16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먹거리 관련 물가는 여전히 높다. 식용유뿐 아니라 커피와 초콜릿의 원재료 가격 등 가공식품도 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며 "지금은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긴 하나 유가도 불확실성이 높아 하반기에 기대만큼 2%대 초반으로 정착이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올여름 폭염과 폭우가 상당히 길어지면 농작물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수확량이 감소하는 등 공급 부문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이 역시 물가 불안 요소"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