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73개교 무전공 선발 4배 이상 늘어
재정난에 '국고 인센티브' 유인책 된 듯
경영·컴퓨터 등 특정 전공 집중 우려
교육부 "체계적 진로 탐색으로 완화"
[서울=뉴시스]정유선 성소의 기자 = 수도권대 및 국립대 73개교가 정부의 기조에 따라 무전공 선발 인원을 전체의 25% 이상으로 계획했다.
인기학과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교육부는 대학들이 체계적으로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지원할 경우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이란 입장이다.
30일 교육부에 따르면 73개 대학의 내년도 무전공 선발 비율은 28.6%(3만7935명, 정원내)다.
73개 대학 중 수도권 대학 51곳만 따졌을 땐 전체 모집인원 중 무전공 선발 비율이 29.5%(2만5648명)를 차지한다.
국립대 22곳은 26.8%(1만2287명)의 인원을 무전공으로 선발한다.
73곳의 대학들은 2024학년도 입시에선 무전공 선발 비율이 6.6%(9924명)에 불과했었다.
1년 만에 무전공 비중이 4배 이상 증가한 셈인데, 그 배경엔 대학들이 '국고 재정 지원 인센티브'를 외면하기 어려웠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교육부는 지난 1월 국고 일반재정지원사업인 2024학년도 대학혁신지원사업 및 국립대학 육성사업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사업엔 '자유전공학부' 또는 '광역 선발' 등 무전공 입학정원을 확대하는 대학에 재정 지원 인센티브와 연계된 가산점을 주는 방안이 담겼다.
인센티브는 성과평가 결과에 비례해 S·A·B·C 4단계 등급별로 차등 배분한다. 무전공 입학 실적에 따라 성과평가 결과(100점)에 추가로 가산점을 준다는 것이다.
국고 인센티브는 등급별 가중치를 곱한 금액만큼 배분된다. 대학당 연 평균 인센티브 금액에 가중치를 반영하면 가중치 60%인 S등급 수도권대는 60억3200만원을 받게 돼 A등급(30%)과 12억원 가량 차이가 난다.
지난해 S(95.9)와 A(92.7)의 평균점수 차가 3.2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경우에 따라선 가산점이 성과평가 등급을 바꿀 수 있다.
결국 이에 따라 받을 수 있는 지원액도 10억단위 이상으로 차이가 벌어지기 때문에 재정난을 겪는 대학 입장에선 가산점을 무시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가점제를 적용하는 대학들은 이번에 교육부가 무전공 선발 현황을 파악한 73개교로 수도권대 51곳, 지방 거점국립대 9곳, 국가중심국립대 13곳 등이다.
정부의 권고에 따라 대학들이 무전공 모집인원 확대에 나서면서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것으로 보인다.
무전공 전형 확대 취지는 대학 졸업생이 전공과 다른 직장을 선택하는 문제를 해소하고 대학 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전공으로 선발된 학생들이 전공선택시 인기학과로 몰리고 이에 따라 기초학문이 고사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대학 일각에선 반발이 거셌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당초 무전공 선발 비율이 25% 이상을 넘어야 국고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획에서 가산점을 주는 방식으로 한발 물러섰지만 우려는 여전하다.
지난 1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135개교 대학 총장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44개교(32.6%)가 '학문 편중, 전공 쏠림 현상'을 걱정하고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
문과 분야에선 경제·경영학과, 자연계에선 컴퓨터·소프트웨어 관련 전공에 학생들이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특정 학과 쏠림 현상은 대학별 간판 학과의 경쟁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인기학과의 경우 교육의 질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은희 대학교육연구소 연구원은 "학생들이 몰리는 학과는 그에 맞는 교육 여건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며 "(과거) 학생은 늘어나는데 그만큼 교수, 강의실, 실험실 등이 갖춰져지지 않으면서 인기 학과도 힘들어지는 상황이 있었다"고 했다.
교육부는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전공 선호도 차이는 불가피한 문제라는 입장이다.
다만 진로 탐색 기회를 확대해 전공 쏠림 문제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효신 교육부 지역혁신대학지원과장은 "(선례를 보면) 모 대학은 전공설계지원센터를 통해 일대일 상담을 제공하고 교육과정에서 전공설계를 할 수 있는 과목을 운영하거나 선후배 멘토링, 담당 교수 지정을 통해 사전 안내를 하는 등 충실한 지원이 있다"며, "대학들이 신입생들에게 체계적인 진로 탐색 (기회를) 지원하면 막연한 전공 쏠림 현상은 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73곳의 대학들은 2024학년도 입시에선 무전공 선발 비율이 6.6%(9925명)에 불과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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