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 인프라 교체, 데이터센터 수요 겹쳐
"구리 가격 급등 영향은 수익성 따져봐야"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인공지능(AI) 열풍과 전선 핵심 소재인 구리 가격 상승 등 영향으로 전선주 주가가 고공행진하고 있다. 과거 사이클을 참고했을 때 슈퍼사이클 기간이 2029년까지 점쳐지면서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게 증권가 시각이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화전기는 올해 들어 전날까지 284.62% 급등해 1만7420원에 출발한 주가가 6만7000원까지 뛰었다. 같은 기간 대원전선(279.00%), HD현대일렉트릭(204.14%), LS ELECTRIC(162.30%), 대한전선(100.50%), LS(79.18%) 등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전선주 강세는 노후화된 전력 인프라 교체 수요와 함께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 전력 사용량 증대로 재생에너지 신규 수요가 늘어난 데 기인한다. 전세계적으로 전력망 구축 프로젝트가 증가하면서 초고압케이블 등 전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AI 등장으로 신규 데이터센터가 필요해지고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사이클이 도래했으며,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전력 설비 수요가 급증했다"며 "15년 만에 도래한 이번 전력 산업의 확장 사이클은 과거보다 더 강력한 것으로 판단하며, 과거 교체 사이클이 최소 6년간 지속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사이클은 적어도 2029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해외 반도체 신 공장, AI 데이터센터 구축, 친환경 발전 확대 등은 과거 반도체와 전력기기 사이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수요로 이번 반도체, 전력기기 사이클이 과거 사이클과 달리 장기화가 기대되는 이유"라며 "반도체, 전선주 수혜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구리 가격 강세도 영향을 끼쳤다. 구리는 전선 제조 원가의 대부분을 차지해 전선업체들의 계약 규모가 커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미국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사상최고치로 치솟은 상태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상기후, 파업 등 노사 관계 불안정, 광산 폐쇄 이슈, 장기간 투자 위축 등으로 구리 공급에 있어 뚜렷한 개선 조짐이 없는 상황이고 재고가 넉넉한 편이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구리 가격 상승분이 반영되는 시점에 따라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통상적으로 발주 받는 시점과 생산 시점에 1개월 남짓 기간이 소요된다.
이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전력 수요 증가로 구리 가격이 급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발주받는 시점과 생산 시점 모두에 원재료 가격이 반영된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며 "발주받는 시점 대비 생산 시점의 구리 가격이 더 높다면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으며 결국 구리 가격 상승이 매출액 확대는 보장할 수 있으나 이익단에서는 그 방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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