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개 의대 산하 51개 병원 휴진
외래진료와 비응급 수술 중단
"환자 진료가 의사의 일인데"
[서울=뉴시스]우지은 기자 =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이탈에 이어 의대교수들까지 집단 휴진하는 상황이 3주째 계속되자 환자들은 울상을 지었다.
전국 의대교수들은 10일 동시 휴진(외래진료·비응급 수술 중단)에 나선 데 따른 것이다.
휴진에 동참하는 병원은 19개 의대 산하 51개 병원이다. 원광대, 울산대, 인제대, 대구가톨릭대, 서울대, 경상대, 한양대, 연세대, 강원대, 계명대, 건양대, 부산대, 건국대, 제주대, 이화여대, 고려대 안암, 고려대 구로, 전남대, 을지대, 가톨릭대 등 19개 의대가 참여한다.
서울의 주요 대형병원인 빅5 병원 가운데 4곳 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서울성모병원도 포함됐다.
19개 대학이 참여하는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지난 3일 온라인 총회가 끝난 뒤 "교수들의 과중한 업무에 대응하고 환자들을 안전하게 진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주일 뒤인 10일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 기자회견에서 "필수의료를 해결한다면서 의사들을 악마화하는 보건복지부 차관과 더 큰 이권을 챙기기 위해 국회로 간 김윤 같은 폴리페서들이 대통령을 망치고 국민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오전 뉴시스가 세브란스병원에서 만난 환자들은 생각이 달랐다. 환자들은 의대교수들의 휴진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호소했다.
MRI 촬영 결과를 듣기 위해 병원을 찾았다는 유선이(83)씨는 "의대교수들의 휴진은 잘못됐다. 시골에 의사도 부족하고 의사들이 진료를 많이 해서 피곤한데, 의대생을 더 뽑아야 한다"며 탄식했다.
유씨는 "지난해 가을부터 목이 아팠는데 오늘에서야 MRI 촬영 결과를 듣는다"며 "예약하기 쉽지 않았고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오랜 기다림에 눈물을 흘리는 환자도 있었다. 30대부터 앓던 지병으로 약 40년간 매년 복부 CT 촬영을 해왔다는 윤모(73)씨는 "오전 10시30분 예약이라 9시부터 와있었는데 점심시간인 지금까지 CT를 못 찍었다. 교수님 연락이 안 된다고 한다"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교수님 만나서 70세 넘도록 사는 것 같아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정치적 문제와 엮여 의사선생들이 단체행동을 하니 눈물밖에 안 나온다"며 울었다.
진료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경험이 없었다는 환자들도 의대교수들의 집단휴진에는 고개를 저었다.
류머티즘성 관절염을 앓는 박모(75)씨는 "아픈데 수술 못 받아서 죽은 사람도 있지 않나. 환자 진료가 의사의 일인데 시위도 환자를 봐가면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장외과 진료를 받으러 온 강모(22)씨는 "정부와 의료진 서로 입장이 다른 거니까 어쩔 수 없다"면서도 "환자는 아픈 사람이니까 환자 입장에서는 아쉽다"고 말했다.
2주 전 당뇨 수술을 받고 입원한 남편을 보살피고 있는 이모(82)씨는 "개인의 생각 차이가 있겠지만 의사가 늘어야 한다. 환자 입장에서는 불안하니 휴진하지 않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과 이달 3일 의대교수들은 자율적인 휴진에 들어간 바 있다. 이날까지 휴진은 3주째 이어지고 있다.
전의비 소속 의대교수들은 향후 대학별로 휴진과 진료 재조정을 통해 매주 휴진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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