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2000명 증원 근거 자료 재판부에 제출
집행정지 여부 13~18일 결론…의대증원 향방 결정
집행정지 받아들이지 않으면 의료개혁 탄력 전망
인용시 2025학년도 증원 무산…대입 혼란도 예상
"정부, 문제 해결하라는 메시지…인용 가능성 없어"
일각 인용 전망도…"판결에 맞춰 증원 규모 조정"
[세종=뉴시스] 박영주 장한지 기자 = 법원이 이르면 이번 주 의대 증원 집행정지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릴 것으로 예정됐다. 재판부가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한 근거를 받아본 후 내릴 결정이기에 정부의 의료개혁 향방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이 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의대 증원의 타당성을 인정받아 의료개혁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인용 시에는 내년도 대입전형 시행 계획을 되돌리는 등 엄청난 혼란이 예상된다.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을 거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일각에서는 인용될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12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교육부는 지난 10일 의대 2000명 증원 근거가 담긴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여기에는 법정위원회인 보건정책심의위원회(보정심)와 의사인력전문위원회 회의록, 법정위원회가 아니어서 회의록 작성 의무가 없는 배정심사위원회(배정위)와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결과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총 47건, 별첨자료까지 포함하면 49건이다.
이는 지난달 31일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구회근)가 전공의·수험생들이 복지부와 교육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대 정원 증원 처분 취소소송의 집행정지 가처분 항고심 심문기일에서 정부 측에 의대 2000명 증원과 관련된 추가 자료와 근거들을 제출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재판부는 이르면 13~18일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는데, 이 결과에 따라 정부의 의료개혁 운명도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원심은 전공의·수험생이 의대증원 집행정지를 신청할 '원고 적격성'이 되지 않는다며 '각하', 즉 신청 자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 그런데 항고심 재판부가 증원 규모에 대한 '근거'를 요구, 이는 의대 증원의 타당성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심문기일에서 "모든 행정행위는 사법 통제를 받아야 한다"고 말하며 회의록 제출 등을 요구했다.
따라서 재판부가 이 같은 과정을 거친 후 의료계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부의 의대 증원은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의대 2000명 증원 타당성이 힘을 받으면서 의대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반대로 의료계의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 주장이 '명분'을 잃으면서 투쟁 동력이 약해질 가능성도 나온다.
반면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정부의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추진은 사실상 무산되고, 따라서 입시에 큰 혼란이 불어닥칠 것으로 예상된다. 집행정지는 행정 처분 취소 소송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해당 처분의 효력을 정지하겠다는 의미다. 소송 결과가 언제 나올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2025학년도는 의대 증원을 반영하지 않은 기존 정원대로 입학 전형을 진행할 가능성이 크다.
2025학년도 입시를 앞둔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불안감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의대 정원이 증원되면 성적 상위권 학생뿐 아니라 연쇄적으로 전체 학생들의 입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의료개혁 탓에 올해 수능을 치를 수험생들의 혼란만 커졌다는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최악의 경우 행정 소송의 결론이 나기 전까지 2000명 증원은 잠정적으로 정지되므로 기존 의대 정원(3058명)을 갖고 입학 전형을 해야 한다"며 "대입전형 시행계획에도 상당 부분 변화가 있고 혼선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여기에 의료계의 '정부의 2000명 증원에 과학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도 힘을 받게 된다. 의사단체들은 최근 '과학성 검증 위원회'를 구성하고 '2000명 증원'의 근거를 직접 검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행정지 인용 시 앞으로 정부가 추진하는 의대 증원 등을 포함한 의료개혁은 좌절될 수 있다.
의료계와 법조계에서는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의장은 "형사사건이 아니라 정부 행정조치의 절차적인 문제에 대한 심판인 만큼 법원이 집행정지를 인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라는 메시지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정 의장은 "이해당사자 간 첨예한 갈등을 해결하라는 메시지인데, 정부가 계획도 없고 (의·정 갈등) 종지부도 못 찍고, 중재도 못 하는 상황"이라며 "의사들이 안 돌아온다는 전제 하에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최소 4~5년간 의사 공급 밸류체인 붕괴를 어떤 식으로 해결할 건지, 필수진료 의료 공백을 어떻게 해결할 건지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현호 법률사무소 해율 변호사는 "인용될 가능성은 없다. 적격부터 인정되지 않는다"며 "인용하게 되면 정부가 바로 재항고할 것이고 대법원에서는 당사자적격이 없어서 각하 처분하라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법원 개인적인 호기심 아니면 사법 우월주의적 입장에서 (근거자료 제출을 요구)한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있다"고 했다.
반면 '의대 2000명 증원'에 제동이 걸릴 거라는 목소리도 제기됐다.
양선웅 법률사무소 인선 변호사는 "합리적인 근거 없이 2000명이라는 숫자를 밀어붙이는 것이라면 (법원이) 제동을 걸겠다는 느낌이 있다"며 "몇 명이 적절하다는 판단까지 사법부가 할 수는 없지만 2000명을 고수하는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는 "판결 이후 정부가 법원 판결에 맞춰 숫자를 조정하는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을까 싶다"며 "2000명 증원에 근거가 없는 거라면 의대 정원 증원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는 만큼 (의료계 주장대로 증원) 취소가 받아들여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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