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환자 긴급 이송…대피 중에도 공습 이어져
이스라엘, 라파 교차로 폐쇄…의료진·의약품 막혀
국제사회 "가자에는 안전한 곳 없다"…일제히 규탄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최후의 도시 라파에 대한 지상전을 개시하면서 140만명 피란민이 몰려있는 라파는 그야말로 살아있는 지옥이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라파에서 활동하는 구호 단체와 의사들은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이 의료 시스템에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호소하고 있다.
마르완 알함스 아부 유세프 알나자르 병원장은 NYT와 전화 인터뷰에서 대피령이 내려진 이후 병원 의료진이 환자 200명을 칸유니스 등 가자 남부 병원으로 긴급하게 이송해야 했다고 전했다.
대피하는 도중에도 이스라엘군의 공습은 계속됐다. 지난 5일엔 공습으로 사망한 시신 58구가 병원에 도착했으며, 병원 측은 유족들에게 시신을 직접 묻어달라고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
알함스 병원장은 "라파 상황은 위험한 게 아니다. 재앙 그 자체다"라고 했다.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도 접근이 제한되기 시작했다. 가자 전역에서 진료소를 운영하고 있는 미국 구호단체 프로젝트호프는 대피령이 내려진 지역에서 이동식 진료소를 폐쇄해야 했다고 전했다.
의료진 상당수도 이미 칸유니스와 북부 가자시티에서부터 쫓겨난 피란민이다. 이들은 최후 도시 라파에서 환자들과 함께 다시 피란 짐을 꾸리게 됐다.
이스라엘군이 라파 교차로를 장악하면서 의료진과 의약품 진입도 막혔다. 프로젝트호프는 지난 6일 의사 최소 두 명이 가자지구로 들어가지 못했으며, 요르단 의사 대표단이 전달하기로 한 의약품과 지원금도 막혔다고 했다.
일부 의료 단체는 활동을 중단했다. 메드글로벌 공동 설립자인 존 카흘러는 의료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게 됐다며 라파로 들어가려던 팀을 해산했다.
카흘러는 NYT에 가자에 남아있는 팀원들과 팔레스타인 파트너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겠다며 "불안감이 하늘을 찌르고 있다"고 했다.
구호품 반입도 현저히 줄어들었다.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는 이스라엘군이 대피령을 내린 지난 5일과 6일 사이 이집트와 가자 양쪽에서 구호 트럭이 급격히 감소된 게 확인됐다.
이스라엘은 현재 라파와 남동부 케렘 샬롬 교차로를 모두 폐쇄한 상태다.
국제사회에선 이스라엘군이 대피하라고 한 이른바 '안전지대'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EU) 외교 수장인 호세프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날 취재진에 "가자에는 안전지대가 없다"며 "가자에는 어린이 60만명이 있다. 그들은 소위 안전지대로 밀려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무수히 많은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했다"며 "수많은 가족들이 갈 곳 없이 또다시 피난을 떠나야만 한다. 가자에는 안전한 곳이 없다"고 규탄했다.
얀 에겔란트 노르웨이 난민위원장은 성명을 내 이스라엘이 안전지대로 지목한 알마와시는 "이미 과밀한 상태로, 필수 서비스가 부족한 상태"라며 "현재 라파는 피란민들을 수용할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이스라엘의 대피령이 국제 인도법을 위반했다는 강력한 징후가 있다고 비난했다. 볼커 튀르크 유엔 인권최고대표도 전날 민간인 강제 이주는 전쟁 범죄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 방위군(IDF)은 전날 밤부터 새벽 사이 라파에 대한 군사 작전을 개시, 라파 검문소의 팔레스타인 지역을 점령했다. 이스라엘 언론에 따르면 IDF는 라파 시내 진입에 필요한 주요 거점까지 진입해 '최후의 진격'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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