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오갤러리서울서 개최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조각 거장' 문신(1922~1995)이 살아 있다면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사진을 오려 붙여 만드는 권오상(50)의 '사진 조각'이 문신 조각을 압도하고 있다. 권오상은 1990년대 이후 사진을 이용한 '가벼운 조각', 일명 '사진 조각' 창시자다. 무거운 조각을 고정관념을 깬 그는 국내외서 동시대 조각가로 인정 받아왔다.
아라리오갤러리 서울에서 펼친 문신과 권오상의 2인전은 한국 조각사에 독창적이고 선구적인 매체적 조형적 시도를 한 두 작가의 창작 태도를 살펴보는 전시다.
아라리오갤러리 박미란 팀장은 "이번 전시는 한국 조각사에서 독창적이며 선구적 시도로 인정받아온 조각가 문신의 1970년 이후부터 90년대까지의 다양한 시도들과 1990년대 후반 새로운 매체 실험으로 인정 받아온 후배 조각가 권오상의 조각적 실험들을 연결시켜보려는 시도"라고 밝혔다.
'깎아 들어가고, 붙여나가는(Carving in, Modeling out)'를 전시 타이틀로 묶은 두 작가의 전시는 감쪽같은 '사진 조각'의 위용이 눈길을 끈다. 강하게 반짝이는 스테인리스 스틸로 작업한 문신의 작품에 '맞다이'를 뜨고 있는 모양새다. 권오상은 문신의 작품을 재해석하고 오마주한 작품을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했다.
박미란 팀장은 "이들을 연결하게 된 가장 큰 계기는 형태 구축을 통한 조형 연구와 다양한 재료로의 실험이라는 공통 분모가 특별히 두드러지는 두 명의 조각가이기 때문"이라며 "두 작가의 작업을 분리해 제시하는 방식이 아닌 주제별로 나뉜 3개의 전시 공간에서 층별로 자연스럽게 혼합하는 방식으로 전시를 연출했다"고 밝혔다.
전시는 총 3개 층에서 진행된다. 지하 1층에서는 문신의 70년대 드로잉과 함께 80년대 후반과 90년대 제작된 흑단, 브론즈, 스테인리스 조각들과 함께 권오상의 신작 추상 사진 조각들, 이번 전시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브론즈 와상과 두상 조각들이 서로 뒤섞여 다양한 재료와 기법 연구에 몰두한 두 작가의 시도를 집중적으로 보여준다.
1층에서는 문신 조각의 특징인 정면성을 잘 드러내며, 주변을 비추고 조각을 둘러싼 공간을 조각 내부로 끌어와서 품어내는 특징을 갖는 문신의 스테인리스 조각이 2점 설치된다. 여기에 이 전시에서 눈여겨볼 권오상의 조각 2점이 함께 설치되는 데, 그 중 하나는 문신의 조각 한 점을 확대 제작해 주변을 비추는 문신의 스테인리스 조각의 미학을 사진 조각으로 해석해 낸 작품이다. 더불어 권오상 작가의 조각에서의 구멍에 대한 사유를 담고 있는 5m대형 부조 사진 조각이 소개된다.
마지막으로 3층에서는 문신이 60년대에 조각과 건축의 관계를 사유하며 고안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을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들이 소개된다. 현 창원문신시립미술관이 가장 적절한 예시이기도 한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은 실제로 문신 조각에서는 많이 구현되지 않았고 드로잉으로 존재한다.
3층에서는 이 주제에 대한 문신의 초기 70년대 드로잉과 3점의 80-90년 조각이 설치된다. 권오상 또한 최근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조각적인 가구 시리즈를 선보여왔고, 이 전시에서는 소파와 조명을 선보인다.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확장된 공간적 맥락에서의 해석을 요구하는 인간이 살 수 있는 조각에 대한 문신의 사유가 권오상에 의해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조각으로 재해석되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6월22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