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장 없이 100일 버틴 공수처…혼란 뒤 안정 찾나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대통령실이 차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후보를 지명하면서 100일 가까운 지휘부 공백기 동안 안팎으로 우환에 시달렸던 공수처가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2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전날 오동운 변호사(55·사법연수원 27기)를 공수처장 최종 후보자로 지명했다.

대통령실은 "복수 후보에 대해 여러 의견을 청취하고 공정성과 신뢰성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임 공수처장 지명은 김진욱 전임 처장이 지난 1월20일 퇴임한 뒤 100일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뤄졌다.

2기 공수처장 후보를 선정하기 위한 후보추천위원회가 지난해 11월8일 출범했으나, 다수의 후보를 2명으로 좁히는 과정에서 약 4개월간 진통을 겪었다. 추천위는 올해 2월29일 열린 8번째 회의까지 와서야 대통령에게 추천할 최종 후보를 오 변호사와 이명순 변호사로 압축했다.

그 사이 김 전 처장이 3년의 임기를 마쳤고, 이어 여운국 전 차장도 임기를 채운 뒤 물러나면서 공수처는 석 달이 넘게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는 체제로 버텨왔다.

중간에 김 대행이 본인의 수사 기록 유출 혐의 재판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악재가 겹치기도 했다. 이로 인해 김 대행이 사직을 결심하면서 한때 송창진 수사2부장이 처장 직무를 맡는 '대행의 대행의 대행' 체제로 운영됐다.

사직서 수리에 시간이 걸리면서 김 대행이 돌아왔지만, 추천위가 최종 후보 2명를 결정한 뒤에도 대통령의 후보자 지명은 두 달간 감감무소식이었다. 후보자 지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못한 이유에 대해 대통령실 관계자는 "해당 직위는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한 직위이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를 해야 하는 것이고, 또 선거가 있었기 때문에 국회 일정을 감안해 지명과 인사청문 절차를 진행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의 수장이 없는 상태에서 공수처는 여러 풍파를 겪었다. 공수처가 '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 수수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으로 넘기며 공소 제기를 요구했으나, 검찰이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고 사건을 반송하려 하는 등 검찰과 갈등이 빚어졌다.

지난 달엔 '채상병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출국금지와 관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공수처가 지난해 8월 해당 사건 관련 고발장을 접수, 12월께 이 전 장관을 출국금지를 해놓고도 올해 3월까지 소환조사를 하지 않는 등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오 후보자가 처장에 취임할 경우 조직 안정화와 더불어 주요 사건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하는 과제를 풀어야 한다는 관측이다.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조만간 열릴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이 오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요청안을 접수하고 20일 안에 청문 절차를 마쳐야 한다. 오 후보자는 내일(28일) 오전 경기 과천 공수처 청사 인근 오피스텔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로 첫 출근할 예정이다.

인사청문회에선 판사 출신인 오 변호사의 수사 지휘 능력과 과거 오 변호사가 미성년자 상습 성폭행범 사건을 수임했던 점 등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 후보자는 1998년부터 2017년 변호사 개업 전까지 20년 가까이 판사 생활을 해온 정통 법관 출신이다.

서울중앙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헌법재판소 파견 등을 거쳐 울산지법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부장판사로 일했다. 현재 법무법인 금성 변호사와 동시에 현재 성동세무서 국세심사위원, 인천지방국세청 조세법률고문 등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