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영남당' 지적…차기 지도부 구성 갑론을박
5선 윤상현 "영남 의원들, 통에 쓴소리 못 해"
당선·낙선자들 "영남 자민련 남아서는 안돼"
"수도권 패배가 왜 영남 탓인가" 반발도 나와
윤재옥 "지역 입장차, 당 모으는 데 도움 안 돼"
[서울=뉴시스]하지현 기자 = 국민의힘 수도권 인사들이 제22대 총선 참패를 놓고 "영남 자민련으로 남을 건가"라며 영남 지도부를 연일 저격했다. 여당 내부에선 수도권 중심의 당 지도부 개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총선 참패 수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낙선자들은 '도로 영남당'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한 오신환 전 의원은 취재진에게 "실제 민심과 영남 중심의 당 지도부가 느끼는 민심은 차원이 다르다"며 "수도권 민심에 즉각 반응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 '영남 자민련'으로 게속 남을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손범규 인천 남동갑 조직위원장도 '도로 영남당' 지적과 관련 "당연히 그렇게 생각한다"며 "당의 체질 개선이 엄청나게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여당 수도권 최다선인 윤상현 의원은 전날 국회에서 '총선 참패와 보수 재건의 길 세미나'를 열고 "이번 총선은 예견된 참패"라며 "우리 당이 위기가 위기임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총선 참패의) 구조적인 원인은 우리가 영남 중심 당이라는 한계"라며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상황에서 지도부나 대통령에 아무런 쓴 소리를 못한다. 공천받고도 무수히 날아가는 수도권 현실 갭을 극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192석을 야권에 갖다 바친 것 아니냐, 그러고도 이렇게 한가해 보일 수가 있냐"라며 "지금 당장이라도 새 원내대표를 뽑아서 비상대책위원회든 혁신위원회든 출범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여당 험지'인 서울 도봉갑에서 당선된 김재섭 당선인은 "영남에 편중된 당이지만 지도부만큼은 가장 큰 메시지를 내야 한다"며 수도권 중심의 지도부 재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기 포천·가평에서 당선된 김용태 당선인은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청년·중도와 대연합을 해야 한다. 보수만의 단독 집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미나 발제자인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대통령도 그렇고 일부 영남의원들도 전혀 위기를 못 느끼고 있다"며 "부산 모 의원이 '지난 선거보다 5석 더 얻었고 격차가 줄었으니, 좀만 노력하면 정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하는데 참 놀랍다"고 비꼬았다.
반면 영남권의 반발도 나왔다. 권영진 대구 달서병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또 영남 탓이냐"라며 "선거 때만 되면 영남에 와서 표 달라고 애걸복걸하고, 무슨 문제만 생기면 영남 탓을 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총선에서 우리 당의 참패는 수도권에서 102대 19, 충청권에서 21대 6으로 민주당에 완패했기 때문"이라며 "수도권과 충청권에서의 패배가 왜 영남 탓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우리 당이 얻은 지역구 90석 중 59석을 영남 국민이 밀어줬기 때문에 개헌저지선이라도 지킬 수 있었다"며 "영남마저 갈라치기 당했거나 패배했으면 국민의힘과 보수당은 괴멸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권 당선인은 윤상현 의원을 겨냥해 "윤재옥 원내대표의 실무형 비대위 구상에 제동을 거는 모양"이라며 "영남 국민을 모욕하고 지지층을 분열시키는 언사를 자중하라"고 덧붙였다.
경북 지역의 한 당선자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금은 네 잘못 내 잘못을 따질 때가 아니다"라며 "누구 탓을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아직 정신 못 차렸다고 하는 거다. 선거 참패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 중랑을에서 낙선한 이승환 후보는 취재진에게 "영남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들이 누가 있나. 수도권과 전체 민심을 읽지 못했던 영남 위주 지도부와 한동훈 원탑 체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라며 "(이번 총선에서) 다른 가용자원을 사용하지 못한 부분을 인정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간담회를 마치고 영남권과 수도권의 인식 차가 크다는 지적에 "입장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우리는 같은 당이다. 지역별로 인식 차를 나누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나"라며 "당이 어떻게 국민의 지지와 신뢰를 받을 수 있을지의 관점에서 다 같이 머리를 맞대고 합리적인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당내에서는 수도권 인사 중심의 지도부 재편 필요성과 함께 '당원투표 100%'인 전당대회 룰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정부 출범 전까지 당원투표 70%·국민 여론조사 30%의 전당대회 룰을 유지했으나, 김기현 전 대표 선출 당시 친윤(친윤석열)계를 중심으로 당원투표 100%로 변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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