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란의 '헤어질 결심'…1979년 이슬람혁명후 '앙숙'됐다

기사등록 2024/04/15 17:09:38

최종수정 2024/04/15 18:06:51

이란·이스라엘 본래는 친미…1970년대까지 '돈독'

1979년 이슬람혁명 신호탄으로 '라이벌' 구도 형성

WSJ 등 "그림자 전쟁 끝나고 전면전 확산 우려"

[예루살렘=신화/뉴시스] 이란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공습한 가운데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100여대가 넘는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요격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14일 새벽 예루살렘 상공에서 불꽃이 목격되는 모습. 2024.04.15. 
[예루살렘=신화/뉴시스] 이란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을 공습한 가운데 이스라엘과의 관계에서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진은 100여대가 넘는 이란의 드론 및 미사일 공격을 요격한 이스라엘의 아이언돔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14일 새벽 예루살렘 상공에서 불꽃이 목격되는 모습. 2024.04.15. 
[서울=뉴시스] 오정우 수습 기자 = '라이벌(Rival)…' 라틴어 '리발리스(Rivalis)'에서 유래한 이 단어는 본래 '강물을 함께 사용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강변을 두고 나란히 걷는 두 사람은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페이스메이커(pacemaker)'가 됐다가도 이내 서로를 뛰어넘기 위한 '맞수(rival)'였다. 끝내 평행선을 달린 둘은 '철천지원수'를 의미하는 작금의 단어로 의미가 굳어졌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라이벌'의 의미가 밟은 전철을 지나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이란은 이스라엘 영공에 드론과 무인기 300여 발을 발사했다. '그림자 전쟁', 즉, 전면전 양상을 피하던 양국에서 이 같은 양상이 발생한 건 이례적이라는 게 주요 외신의 평가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해 BBC·AP·CNN 등은 이란의 이스라엘 영토 공습 이후 헤드라인에 '미증유(Unprecedented)'의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전례 없는 충돌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 사회는 일촉즉발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악수하던 사이'였던' 이스라엘·이란

[테헤란=AP/뉴시스] 이란은 과거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다. 사진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022년 테헤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영 TV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 모습으로 본문과 무관. 2024.04.15.
[테헤란=AP/뉴시스] 이란은 과거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다. 사진은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2022년 테헤란에 있는 대통령 집무실에서 국영 TV와 생방송 인터뷰를 하는 모습으로 본문과 무관. 2024.04.15.
사실 이란과 이스라엘은 한 세기 전만 해도 '둘도 없는 사이'였다. 양측 모두 '미국'에 우호적인 국가였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은 태동기부터 미국 덕을 톡톡히 입은 '본 투 비 아메리카'다. 미국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을 승인했다. 미국을 향한 이스라엘의 짝사랑은 1960년대 베트남 전쟁 무렵 이스라엘의 군사 지원을 신호탄으로 비로소 '쌍방통행'으로 바뀌었다. 학자들은 이후 이스라엘이 미국의 '우산' 아래 놓였다고 해석했다.

이란도 중동 내 대표적인 '친미' 국가였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여성이 미니스커트를 입을 수 있는 등 이란의 수식어에는 '친미'가 뒤따랐다. 미국을 사이에 두고 자연스레 이스라엘과 이란은 막역한 외교 관계였다는 뜻이다.

'1979년 '파국'…'라이벌' 된 양국

[다마스쿠스=AP/뉴시스] 주요 외신은 이번 공격 이후 이란과 이스라엘이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파이살 메크다드(오른쪽) 시리아 외무장관이 지난 8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하는 모습으로 본문과 무관 2024.04.15.
[다마스쿠스=AP/뉴시스] 주요 외신은 이번 공격 이후 이란과 이스라엘이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은 파이살 메크다드(오른쪽) 시리아 외무장관이 지난 8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과 공동 기자회견하는 모습으로 본문과 무관 2024.04.15.
'밀월' 기간이 끝난 건 1979년 이슬람 혁명이었다. 당시 서구식 근대화 모델이 불러온 빈부격차와 팔레비 왕조에 불만을 품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성난 민심'을 등에 업고 혁명을 통해 이란을 장악했다.

한편 미국은 팔레비 왕조의 마지막 국왕 '모하마드 레자 샤 팔레비'의 망명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이란은 미국과 '헤어질 결심'을 맺었다. 해당 시기를 전후로 이란과 미국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급기야 2002년 당시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은 이란·이라크·북한을 하나로 묶어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했다.

이는 미국과 우호적인 외교 관계를 맺는 이스라엘이 이란과 단절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여기에 가자 지구 전쟁에서 이란은 ▲하마스(팔레스타인) ▲헤즈볼라(레바논) ▲후티 반군(예멘) 등 무장 세력의 '뒷배'를 맡으며 이스라엘과 멀어졌다고 15일 BBC는 보도했다. 이어 외신은 이란이 이스라엘을 반대하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존재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덧붙였다.

루비콘 강 건넌 양국…'그림자 전쟁' 끝나나

일부 외신은 공습 직후 이미 평행선을 그리는 양국이 '루비콘 강'을 건널 수 있다는 해석도 제기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이란의 이스라엘 직접 타격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보도하며 그림자 전쟁이 전면전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중동 전역에 확전 기류가 감도는 가운데, 이스라엘은 이르면 이날 이란에 맞대응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드러나 '강 대 강' 대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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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란의 '헤어질 결심'…1979년 이슬람혁명후 '앙숙'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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