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이란 직접 대응 안 나설 것" 오판
이란, 내부 여론과 대리 단체 의식해 공격 단행
이스라엘 오판 안 했단 분석도…"잃은 것 없다"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이란이 이스라엘 영토를 로켓 350여발로 직접 공격하면서, 그간 대리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과 벌였던 '그림자 전쟁' 패러다임이 전환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이 공격에 직접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계산해 왔지만, 이는 오판으로 드러났다는 분석이 이번 보복 공격 이후 나오고 있다.
이스라엘 관료들은 수년 간 이란이 더 크게 공격받을수록 반격은 주저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지난 1일 이스라엘이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 공습에 대한 보복으로 이스라엘 영토를 직접 공격하면서 이같은 예상은 뒤집어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공격이 더 이상 레바논 헤즈볼라나 예멘의 후티 반군 등 대리 세력을 통해 이스라엘과 싸우는 데 만족하지 않고, 이란이 이스라엘과 직접 맞설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한다.
이스라엘 대외 정보기관 모사드의 연구 책임자였던 시마 샤인은 NYT에 "우리가 잘못 계산한 것 같다"며 "이스라엘의 축적된 경험에 따르면 이란은 보복할 좋은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은 전쟁에 휘말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강한 느낌이 들었다"며, 대신 "이란은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 냈다"고 분석했다.
이란과 이스라엘은 그간 '그림자 전쟁'을 벌이며 대립해 왔다.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 당시만 해도 이스라엘이 이란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었다.
하지만 1980년대 말 이란 지도부가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접근 방식을 비판하고, 이스라엘이 이란의 핵 프로그램 개발 노력과 헤즈볼라 지원 증가를 경계하면서 양국 관계는 악화했다.
최근 10여 년간 양국은 중동 전역에서 긴장 상태를 유지했지만, 직접 대립은 피해 왔다. 이란은 가자지구 하마스와 이스라엘에 적대적인 다른 지역 민병대를 지원해 왔다.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도 이란 지원에 힘입었다.
이스라엘도 공식 책임을 피하는 선에서 주기적으로 이란 관리들을 암살하고, 대리 세력을 표적 공격해 왔다. 이스라엘이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재 이란 영사관을 공습한 것도 그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으로 해석된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이란의 직접 보복을 피하면서 이란 관료들을 표적으로 삼는 데 익숙해졌으며, 이란이 이에 잘못 대응하면서 이번 사태가 불거졌다는 지적도 있다.
이스라엘이 2020년 이란 영토에서 최고 핵 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를 살해하거나 지난해 12월 시리아에서 이란군 고위 장군인 사예드 라지 무사비를 공습 사살했을 때에도 이란은 보복에 나서지 않았다.
일각에선 이번 공격이 이란 지도부의 소극적인 대응에 대한 내부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브뤼셀 기반 국제위기감시그룹 소속 이란 분석가 알리 바에즈는 "최근 10일간 있었던 정권에 대한 상향식 압박 정도는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격이 이스라엘에 보복할 수 있다는 이란의 의지를 대리 단체에 보여주기 위함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이란 영사관 공습에서 오판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란 공격으로 이스라엘이 입은 피해는 미미하며, 가자지구 전쟁으로 자국에 등을 돌렸던 서방 등 국제사회 여론을 다시 돌릴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미국 싱크탱크인 카네기 국제평화재단의 에런 데이비드 밀러는 이스라엘이 최근 1년 동안 두 가지 중대한 전략적 오류를 저질렀다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능력과 동기를 제대로 읽지 못했고, 이란이 어떻게 대응할지 분명히 잘못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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