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옥션 4월 경매 출품…1955년 작품 14억에 시작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이중섭의 '시인 구상의 가족'이 70년 만에 경매에 출품 됐다. 1955년 이중섭이 시인 구상에게 준 작품으로 국립현대미술관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이중섭, 백년의 신화' 전시를 통해 소개된 적 있다.
미술품 경매사 케이옥션은 "24일 오후 4시 여는 4월 경매에 이중섭의 1955년 작품 '시인 구상의 가족'을 출품한다"며 "시작가는 14억 원이 매겨졌다"고 12일 밝혔다.
4월 경매 도록 표지로도 장식한 이 작품은 슬픈 사연이 깃들어 있다. 1955년, 이중섭은 서울의 미도파화랑(1955.1.18-27)과 대구의 미국공보원(1955.4.11-16)에서 연 개인전이 흥행하자 한국전쟁으로 헤어진 가족들과 재회를 꿈꾸었다. 그러나 정 반대의 상황이 벌어졌다. 신문의 호평과 절반 이상의 작품 판매가 이뤄지며 성공적인 전시로 보였지만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작품 판매 대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일본에 있는 가족을 만나러 갈 수 없게 됐다.
희망이 좌절된 이 때 이중섭은 오랜 친구인 구상의 왜관 집에 머물러 있었다. 구상이 아들과 자전거 타는 모습을 보자 자신의 아들이 생각났다. 약속한 자전거를 사주지 못한 부러움과 안타까운 심정을 담아 그 행복한 가족의 현장에 있던 자신의 모습을 화면 우측에 덩그러니 그려 넣었다. 시인 구상에 의하면 자신이 아이들에게 세발자전거를 사다 주던 날의 모습을 이중섭이 스케치하여 “가족사진”이라며 준 것이라 한다.
케이옥션에 따르면 이 작품 속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화면 왼쪽 끝에서 구상의 가족을 등지고 돌아선 여자아이로, 이소녀는 구상의 집에서 의붓자식처럼 잠시 머물던 소설가 최태응의 딸로 이중섭은 소녀와 동병상련을 느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특징은 이중섭의 손이 원근법을 무시하고 구상 아들의 손과 닿아 있는 것이다. 이중섭의 다른 작품에서도 길게 늘어난 팔이 가족, 동물, 타인들과 연결되는데, 이는 그만의 고유한 기법으로 현실을 잊고 싶은 이중섭 마음 속 이상 세계인 듯하다. 수없이 연필로 그은 선위에 유화물감으로 칠한 필력에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새겨있다.
한편 케이옥션은 4월 경매에 이중섭 작품을 비롯해 김환기 뉴욕 시대 점화 작품(시작가 35억 원)등 총 130점 약 148억치를 선보인다.
이번 경매에는 앙리 마티스의 아티스트북이 국내 경매에 최초로 출품되어 주목받고 있다. 추정가 9억5000만~12억 원에 나온 이 책은 20점이 완전한 세트로 출품되는 일이 드물어 희소성이 높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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