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순환 회복 후 "이송 과정서 위험"
119 요청엔 "의사·병상 없다" 줄거부
2차 병원 측 "외과 전문의 최선 조치"
[보은=뉴시스] 안성수 조성현 기자 = 지난 30일 시골 도랑에 빠진 만 2세 여아를 응급치료하는 과정에서 7개 도시의 10개 상급종합병원이 전원 치료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시스 3월30일 보도>
31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30분께 충북 보은군 보은읍 한 주택 옆 도랑에 빠진 A(생후 33개월)양이 상급종합병원의 잇따른 전원 거부 끝에 3시간 만에 숨졌다.
당시 A양의 응급조치를 담당한 보은한양병원(2차 의료기관)은 맥박 회복 후 충북권과 충남권, 경기남부권 상급종합병원(3차 의료기관) 9곳에 긴급 전원을 요청했으나 모두 거부당했다.
청주와 대전, 세종, 천안, 화성, 수원의 대학병원과 종합병원은 소아중환자 병상이 없다는 이유로 A양을 받지 않았다.
A양은 이날 오후 6시7분께 심폐소생술(CPR)과 응급치료를 받아 맥박이 돌아오고, ROSC(자발순환회복) 상태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보은한양병원으로부터 전원 요청 지원을 받은 119상황실도 세종과 수원, 성남, 청주, 천안의 대학병원 5곳에 연락했으나 모두 거부됐다.
그 사이 A양은 오후 7시1분 재차 심정지가 왔고, 7시40분 사망 판정을 받았다. 오후 7시25분 대전의 한 대학병원에서 전원을 수용했으나 이미 늦은 뒤였다.
이날 보은한양병원과 119상황실이 전원을 요청한 7개 도시, 11개 상급의료기관(중복포함) 중 전원 요청에 응한 곳은 마지막으로 연락이 닿은 1곳뿐이었다.
당시 A양의 이송을 거부한 한 대학병원 측은 "보은지역 병원에서 심폐소생술 중 보호자가 상급병원 이송을 원한다는 연락을 받았다"며 "자가호흡이 없고, 혈압이 잡히지 않고, 맥박이 없는 상태에서 이송할 경우 이송 과정에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어 해당 병원에서 치료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의료공백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대학병원 측의 설명과 달리 사고 직후 소방 상황보고서에는 '18시07분경 환자 맥박, 호흡 회복(자발순환 회복)'이라고 적혀 있었다.
소방 관계자는 "상급종합병원에 연락했던 시점에 따라 환자 상황이 달랐을 수 있다"며 "나머지 대학병원들도 의료진 부재, 병상 부족, 중환자실 부족 등을 이유로 전원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보은한양병원 관계자는 "당시 일반외과 전문의가 할 수 있는 응급조치를 다 한 뒤 전원을 요청했다"며 "큰 병원으로 이송했으면 소생 가능성이 좀 더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A양은 사고 당시 부모가 집 근처 농장에서 작업을 하던 사이 1m 깊이의 도랑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병원 측과 가족 등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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