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마이웨이에 당권·대권 경쟁자 임종석·박용진 공천 '뇌관' 부상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더불어민주당 공천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지만 이재명 대표는 "탈락한 분들은 안타깝지만 시스템 공천을 진행 중"이라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비명계가 '비명 찍어내기' 불공정 공천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으나 당 지도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란 듯이 '비명횡사' 공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공천 갈등이 갈수록 격화하는 가운데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용진 민주당 의원 등 비명 인사의 공천 여부가 뇌관으로 부상했다. 이들은 이 대표의 당권과 대권의 경쟁자라는 점에서 공천심사 과정에서 견제를 받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조만간 임 전 실장과 이 전 총장의 공천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의 공천 결과가 공천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특히 서울 중성동갑에 출사표를 던진 임 전 실장의 공천 여부는 파급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은 임 전 실장에게 험지인 송파갑 출마를 권유했으나, 임 전 실장은 중성동갑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비명계는 임 전 실장의 중성동갑 공천 심사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 전 실장이 공천에서 배제될 경우 비명계가 집단적 반발에 나서 당 분열이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민정 최고위원은 이날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임 전 실장 공천 여부에 대해 "지금의 상황으로서는 공천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왔다"고 말했다.

송갑석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중성동갑에서 임 전 실장을 제외하고 누구를 넣어서 이길 수 있느냐"며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기려고 하는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역 의원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박 의원은 정봉주 전 의원, 이승훈 민주당 전략기획부위원장과 3인 경선을 치른다. 당 안팎에서는 박 의원이 하위 평가를 통보받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만약 박 의원이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 비명계의 반발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경기 성남분당갑에 전략 공천을 받았다. 그는 당 지도부로부터 경기 성남분당갑 출마를 공식 제안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여부를 고심하다 이날 전략공천을 확정지었다다.

이 대표는 비명계의 불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연일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고 있다. 여러 논란에도 공천을 강행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는 전날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공천 파동에 대해 "민주당 공천은 1년 전 확정한 특별당규에 의해 시스템 공천을 하고 있다"며 "각종 위원회에서 합리적인 판단을 하고 있는데 낙천되신 분들이나 경선에 참여 못하는 분들이 매우 억울하실텐데 위로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당 안팎에선 이 대표의 마이웨이 행보가 총선 승리 보다는 차기 당권·대권 도전 가능성이 있는 주자들을 공천에서 배제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민주당은 올해 8월 새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이 대표가 당권 재도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임 전 실장이나 이 전 총장, 박 의원 등이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당내 비주류지만 만만치 않은 세가 남아 있는 비명계가 뭉치면 '이재명 체제'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임 전 실장은 86그룹의 상징이자 친문계 맏형 격으로 여겨진다. 임 전 실장이 총선에서 승리해 원내에 진입하면 친문계가 그를 중심으로 뭉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다만 임 전 실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친문계의 구심점이 될 가능성이 있어 견제를 받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괜한 억측이다"라며 "총선 결과에 따라 모든 정치 상황이 달라지는 판에 사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말했다.

박 의원도 이 대표의 대항마가 될 수 있다. 박 의원은 지난 대선 경선 과정에서 이 대표와 경쟁자였다. 이 전 총장도 험치에서 생환할 경우 단숨에 대선 주자급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차기 당권 도전을 위해 비명계를 공천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분석을 일축했다.

이 대표는 지난 22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에 비명계가 다수 포진된 것이 차기 당권을 노리는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는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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