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김승민 기자 =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문제라도 즉각 해결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4일 제1회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밝힌 민생토론회를 시작한 취지다. '현장 문제 해결'이 핵심이다.
윤 대통령의 민생토론회가 14회를 넘겼다. '부처별'로 이뤄지던 신년 업무보고를 '주제별'로 열겠다는 취지로 기획된 민생토론회는 당초 10~16회 안팎으로 짜였었다. 설 연휴 뒤 윤 대통령이 "결국은 민생"이라고 힘을 실으면서 지속 개최되는 연중행사로 바뀌었다.
그러면서 수도권을 벗어나 전국 각지에서 열리기 시작했다. 설 연휴 뒤에 열린 11~14회는 모두 수도권 밖의 영남·충청에서 개최됐다. 향후에도 각 지역에서 민생토론회가 이어질 전망이다.
그러나 회차와 개최지 외에도 달라진 지점이 있는 것 같다. 상생금융·교통격차 같은 구체적 '현장 문제'가 다소 흐릿해지고, '균형발전'의 큰 틀 아래서 지역 개발 정책의 비중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1일 경남 창원에서 열린 14회차 민생토론회는 원전산업을 주제로 열렸다. 윤 대통령은 원전 산업 지원책을 다수 발표했으나, 지역 발전 정책인 '창원국가산단 규제 완화'와 '거제 기업혁신파크 추진'에도 방점을 뒀다.
16일 대전에서 과학을 주제로 열린 12회차 민생토론회에서는 핵심 정책이었던 '대학원생 연구생활장학금' 지급뿐 아니라 충청권 광역급행철도(CTX)와 철도지하화 임기 내 착공이 언급됐다. 13일 부산에서도 북항 재개발 지원, 부산 어린이병원 건립 등을 약속했다.
지역 소외 문제 역시 중요한 민생 현안이라는 뜻이지만, '현장 문제 해결'이라는 민생토론회의 취지보다는 대선 당시의 대형 개발공약을 전반적으로 재확인하는 것에 가까웠다.
이에 야권에서는 '총선 개입' 성토를 쏟아내고 있다. 윤 대통령이 전국을 돌며 여당 선거를 돕고 있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며 고발을 검토하고 있고, 이재명 대표는 23일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이 된 모양"이라고까지 했다.
하지만 민생토론회가 법적으로 '총선 개입'에 해당할 가능성은 없다. 대통령이 지역 발전을 챙기는 것은 통상 업무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0년 총선 전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를 찾았던 일도 여야간 정치적 공방에 그쳤다. 윤 대통령 역시 불필요한 논쟁을 피하기 위해 여당 의원들의 참석은 제한하고 있다.
다만 그간 지지율 상승세를 이끌어온 민생토론회 진정성을 다소 희석시킬 수 있다는 지적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첫 민생토론회에서 "정부와 국민 사이에 핵이 터져도 깨지지 않을 만한 아주 두툼한 콘크리트 벽을 깨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이같은 장면이 몇 차례 나왔었다.
지난달 '주택' 민생토론에서 노후 주택 주민의 고충을 들은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녹물 관사' 경험을 언급하며 재개발 정책에 반영하도록 했다. '의료개혁' 민생토론에서는 의료사고 수사 경험을 들고 수사절차 개선을, '소상공인' 민생토론에서는 미성년자 위조 신분증 제시로 인한 영업정지 사례를 듣고 행정처분 방식 전환을 지시했다. 행정처분 전환은 당일에 이뤄졌다.
최근 민생토론회에서도 전국 각지 국민의 고충 토로와 정부의 답변이 분명 이어지고 있지다. 다만 토론회 횟수가 늘어나면서 그보다는 윤 대통령이 언급하는 대형 투자유치 정책에 여론과 언론의 관심이 더 집중되고 있다.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만큼 야당의 '관권선거' 주장도 거세지고 있다.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국민이 원한다면 어떤 문제라도 즉각 해결하는 정부"라는 민생토론회 시작 취지를 되새겨볼 때다. 민생 문제를 국정 최우선에 두겠다는 윤 대통령의 진정성이 의심받는다면, '지역 개발'은 한동안 여당이 맡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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