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2024년 경제전망 수정' 발표
물가 2.6→2.5%…건설투자 1.4%↓
"하반기 갈수록 금리 인하 가능성"
[세종=뉴시스] 박영주 임하은 기자 = 국책연구기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제시하며 지난해 11월 전망치를 유지했다. 내수 둔화에 따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존보다 0.1%포인트(p) 낮춘 2.5%로 점쳤다.
소비와 투자는 둔화되는 반면 수출 증가세는 확대될 거라는 판단이다. 다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확대, 중국의 부동산 시장, 부실 건설업체의 구조조정 등이 우리 경제 성장의 위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잠재성장률 웃돌아"…올해 성장률 2.2% 유지
KDI 성장률 전망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우리 정부가 제시한 전망치와 동일하다. 한국은행은 이보다 0.1%p 낮은 2.1%로 내다봤다. 반면 국제통화기금(IMF)은 2.3% 성장률을 내놓으며 KDI 등보다 긍정적으로 한국 경제를 바라봤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전년 동기 대비 경제성장률을 보면 작년 3분기 이후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우리 잠재성장률보다는 높은 수준을 보이는 등 경기 부진 완화를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규철 실장은 "미국의 강한 성장세는 미국 금리 인하를 서서히 진행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는 국내 시장 금리에도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면서 내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계 경제성장률 상향으로 우리 수출에 대한 여건은 조금 더 나아졌다"고 부연했다.
부동산경기 위축에 건설투자 1.4% 감소…소비도 둔화
정 실장은 "고금리가 해소되기 전까지는 민간 소비가 나아지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고금리 기조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올해는 민간 소비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설비투자는 기존 전망과 유사한 2.3% 증가할 것으로 봤다. 다만 건설투자는 부동산 경기 하락을 반영해 기존 전망(-1.0%)보다 0.4%p 눈높이를 낮춘 1.4%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 0.7% 줄었다가 하반기 2.1%로 감소폭이 확대될 거라는 것이다.
수출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4.7% 증가할 것으로 점쳤다. 기존 전망치(3.8%)보다 0.9%p 늘어날 거라는 계산이다. 경상 수지는 560억 달러 내외의 흑자가 전망된다. 내수 증가세는 둔화하지만, 수출 회복세가 확대되면서 기존 전망치(430억 달러)를 웃돌 것으로 봤다. 서비스수지, 본원·이전소득수지는 87억 달러 적자를 점쳤다.
국내에서 해외로 나가는 여행은 많이 늘었지만 해외에서 국내로 들어오는 관광객이 줄면서 서비스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거라는 분석이다. 특히 중국 경기 부진으로 중국인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늦는 게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내수 증가세 둔화를 반영해 기존(2.6%)보다 소폭 낮은 2.5%로 제시했다. 작년(3.6%)보다는 오름폭이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근원물가도 기존(2.4%)보다 낮은 2.3%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취업자 수는 22만명 증가할 것으로 봤다. 작년(33만명)보다 증가폭이 둔화하지만 여전히 견고한 노동시장 흐름이 관측된다. 내수 둔화에도 불구하고 30대 여성과 고령층의 취업자 증가가 버팀목 역할을 할 거라는 판단이다. 실업률은 기존 전망과 동일한 3.0%로 예측했다.
"中 경기둔화 길어지면 韓 경제 2% 내외 하락…금리 하반기 인하"
중동지역의 분쟁이 격화되면서 유가가 상승하고 운송 차질이 발생할 경우 생산 비용이 오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중국에서 부동산 시장이 급락하면서 경기침체가 발생할 경우 우리 수출에도 부정적일 것으로 봤다.
대내적으로는 부실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할 경우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부실 건설업체의 구조조정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개될 가능성은 작지만, 향후 실물경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 실장은 "중국 경제를 보면 여전히 부동산 시장이 많이 위축됐지만,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경기 둔화를 상당히 완충시키는 모습"이라면서 "중국 성장세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전개된다면 (우리 경제 성장률이) 2% 내외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국 등 주요국 선거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해서는 "경제 전반에 영향을 크게 미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미국 선거는 연말쯤에 있기 때문에 올해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고 조금 더 중장기적인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했다.
금리 인하 시기는 하반기로 점쳤다. 정 실장은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수록 금리를 내릴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라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상반기가 (하반기보다) 경제 여건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