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중 피고인이 검찰에 제출한 탄원서
어색한 문체…담당 검사 '문서 위조' 의심
수사 결과 챗GPT로 만든 '가짜'로 밝혀져
[서울=뉴시스]정유선 기자 = 구속된 마약사범이 생성형 인공지능(AI) 챗지피티(GPT)로 탄원서를 위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해경)는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 혐의로 30대 남성 A씨를 불구속 기소했다고 7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2월 필로폰 투약·소지 등 혐의로 기소된 뒤 같은 해 10월 재판 중 법정구속됐다.
이후 A씨는 지인, 가족 명의 탄원서를 다수 제출하며 보석을 통한 석방을 시도했는데, 11월엔 한 지자체 체육단체 팀장 B씨 명의의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해당 지자체 체육회와 협력해서 공익활동을 많이 했으니 선처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 사건 담당으로 제출된 탄원서를 검토하던 정기훈(사법연수원 44기) 검사는 문서 위조가 의심되는 정황을 발견했다. "피고인이 정당 내부의 불미스러운 일에 정의라는 명목으로 홀로 싸웠다"는 등 전반적으로 글의 문체가 번역문처럼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A씨가 어떤 활동을 했는지 구체적인 언급도 없었다고 한다.
검찰은 문서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체육회 및 구치소 사실조회 등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해당 탄원서는 챗지피티를 이용해 조작된 것으로 밝혀졌다. 구치소에 있던 A씨가 지인에게 'OO시 체육회, 공익활동, 당내 경선 문제 해결' 등 키워드를 주면서 탄원서를 만들어달라고 한 뒤 이를 전달받았다는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해당 시 체육회와 관련된 공익활동을 한 사실이 없음은 물론 B씨와도 모르는 사이였다. 탄원서에서 B씨 이름 옆에 찍혀 있는 지문은 A씨 본인이 직접 찍은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담당검사의 치밀한 검토와 적극적인 수사로 가짜 탄원서임을 밝혀낸 사안"이라며 "앞으로도 검찰은 생성형 AI기술을 악용한 증거조작, 위조 범행에 대해 엄정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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