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수조원 손실 우려…투자자 배상 가능할까

[서울=뉴시스] 최홍 기자 =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손실이 올 상반기만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손실 배상이 실제로 이뤄질지 관심이 주목된다. 현재로선 불완전판매 여부와 관련해 은행과 투자자 간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못한 상태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으로도 합의되지 못하면 결국 은행과 투자자들은 민사소송으로 다퉈야 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ELS 대규모 손실은 지난달부터 본격화했다. 홍콩 ELS 만기 물량은 오는 4월까지 점차 불어나면서 원금 손실액도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예탁결제원과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홍콩 ELS 만기 상환금액은 10조원을 웃돈다. 만기 상환 금액은 지난 1월 9172억원, 2월 1조6586억원, 3월 1조8170억원, 4월 2조5553억원으로 점점 늘어날 전망이다. 특히 KB국민·신한·하나·NH농협은행의 홍콩 ELS 만기 손실액은 지난달 26일까지 3121억원이었다. 3년 만기가 된 5886억원어치 상품의 평균 확정 손실률은 53%다.

금감원은 불완전판매 검사와 분쟁조정 절차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미 일부 투자자들은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에 손해배상 책임에 대한 분쟁조정을 신청했다. 분조위는 향후 은행의 불완전판매 과실 등을 고려해 투자자 손실액에 대한 배상 비율을 최종 결정한다.

배상 비율 관건은 은행이 상품을 판매할 때 설명의무를 제대로 준수하고 적합성을 고려했는지다.

만약 은행으로부터 연령 등과 부적합한 상품을 권유받았다면 투자자들은 5~15%포인트의 추가적인 배상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2019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F) 분쟁조정 때도 만 65세 이상은 5%포인트, 80세 이상은 10%포인트의 배상 비율이 가산됐다. 반대로 재투자 이력에 따라 배상액이 최대 10%포인트 줄어들 수도 있다. 재투자 이력은 투자자 본인이 그만큼 고위험 상품이라는 걸 인지하고도 투자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불완전판매 여부를 두고 개인 투자자들과 은행들의 입장은 상반되고 있다. 투자자들은 당초에 은행들이 투자 성향에 부적합한 상품 가입을 판매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은행들은 판매 과정을 녹취하고 투자성향 분석 기록도 남기는 등 현행법을 준수하며 판매했다는 입장이다.

통상 분쟁조정의 과정은 3가지로 나뉜다. 은행이 불완전판매를 인정하고 사전적으로 손실을 배상하는 방안, 그리고 금감원 분조위를 통해 합의하는 방안, 마지막으로 민사소송에서 다투는 방안이다. 은행과 투자자 간 입장차가 큰 만큼 향후 금감원 분조위에서도 합의가 이뤄지지 못하면 결국 이들은 민사소송에서 법정 공방을 벌여야 한다. 은행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소송전을 벌이는 만큼, 투자자들도 로펌을 통해 집단소송으로 대응할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은 설명 의무 준수와 투자자 자기책임 원칙을 강조하는 반면, 투자자들은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며 "서로 입장이 다른 만큼 앞으로 손실 배상에 대한 합의도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을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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