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소아과 오픈런…의료 인력 확보 중요"
의료사고 제도 개선 의지…"검경의 의사 압박 안 돼"
"정부, 공공정책수가 확실히 추진…보상 부분 확대"
[서울=뉴시스] 박미영 양소리 김승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의료 시스템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 인력 확보 및 지역 인재 전용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2006년 이후 3058명에 묶인 의대 정원을 이번에는 반드시 늘리겠다고 선언한 셈이다.
다만 의료계에 대한 보상책을 함께 내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법 리스크 부담은 확실하게 줄이겠다고 밝혔다. 또 공공정책수가를 확실하게 추진해 의료진에 충분하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생명과 지역을 살리는 의료개혁'을 주제로 여덟번째 민생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환자·보호자 등 일반 국민, 병원장·의사·간호사 등 의료인과 전문가 등 60여 명의 국민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갈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의료계의 거듭된 반대가 있더라도 의대 정원을 증원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다만 이 자리에서 2025학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정원 증원 규모를 언급하진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과 같은 이런 말이 유행하는 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충분한 의료 인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진 역량과 건강보험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시스템 붕괴를 걱정해야 하는 이 현실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또 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해 "지역 인재 전용 확대, 지역정책수가, 지역네트워크 구축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고 청년들이 지방에서 꿈을 펼치려면 좋은 병원과 좋은 교육 시스템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 의료개혁을 추진해 나갈 골든타임"이라며 "대다수 국민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일부의 반대나 저항 때문에 후퇴한다면 국가의 본질적인 역할을 저버리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의지를 밝혔다.
이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과제는 속도감 있게 해결하고 숙고와 논의가 필요한 과제는 대통령 직속특별위원회를 설치해서 하나하나 대책을 만들어가겠다"고 했다. 정부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의료 개혁 실천 로드맵을 마련하고 추진할 예정이다.
의료사고 관련 제도 개선 방침…"검경, 의사 압박 안 돼"
윤 대통령은 의료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의사는 경찰조사로 어려움을 겪고 정작 피해자는 제대로 보상도 못 받는 모순된 일이 반복되고 있다"며 "제도를 전면 개편해서 의사는 소신껏 진료하고 피해자는 두텁게 보상받도록 제도를 만들겠다"고 모두발언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의료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중재기관이 필요하다는 국민 의견과 권순정 법무부 검찰국장의 답변이 이어지자 자신의 이야기도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필수의료 전문가를 상대로 고소·고발이 들어왔다 그래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중재절차 없이 검찰·경찰에서 직접 의사들을 막 불러 제끼고 압박하고 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전문가 중재 등을 거친 신중한 수사를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소아과 오픈런' 현상의 근본적 원인이 보상체계 문제보다는 '소아과 기피' 자체에 있다고 했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 등 전례를 보면, 소아과에는 송사에 휘말릴 위험성이 크다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고소·고발이라는 게 억울한 피해자가 권리를 구제받기 위해서 하는 부분도 있지만, 어떤 민사나 이런 중재의 과정에 있어서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 의료사고 사건을 수사했던 경험을 설명했다. 의료사고는 매우 전문적인 영역이기 때문에, 일반적 형사사건처럼 즉시 수사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그 사건 한 건을 처리하기 위해 한 달 동안 다른 일을 못 하고 미제를 수백 건 남기면서 공부했다"며 "그만큼 열의를 가지고 공부하지 않으면 처리하기 어려운, 그야말로 전문성이 필요한 사건처리라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런 준비도 없이 그냥 의사를 부르고 조사하고 압박을 하면 다 병원을 떠나게 돼있다"며 "의료사고와 관련한 고소고발이 있다고 해서 즉시 조사에 착수하는 건 정말 우리 환자를 위험에 빠뜨리는 점이라는 걸 법무 정책적 입장에서 신중하게 해 달라"고 재차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또 정부 차원에서 '공공정책수가'를 확실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공공정책수가를 확실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그렇게 해서 산부인과, 소아과, 외과 등 필수의료분야 시설을 만들고 의사와 간호사를 채용해 시스템을 가동하면, 공공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으로 정책수가로서 보상하는 부분을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토론회 마무리발언에서 "국민 건강, 아이들의 안전보다 더 중요한 건 없지만 의료개혁을 추진할 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산업이라는 측면도 꼭 함께 가야한다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과학자, 의료관련 사업가들을 양산해야하고 임상과 의과학 관련 산업이 균형있게 발전하도록 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의료 산업과 디지털 헬스케어는 전 세계적으로 최고의 수준으로 끌어올릴 자신이 있다"고 했다.
또 "세계최고의 의료인과 최고의 디지털 및 공학기술이 합치면 우리는 글로벌 바이오헬스케어나 의료시장 확대와 많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고소득의 일자리도 만들수 있다"며 "큰 글로벌 마켓을 상정해 우리의 의료개혁도 추진해 나가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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