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준연동형 고심하다 최근 '권역별 병립형' 검토
병립형 회귀 기류 짙어지자 당내·제3지대서 비판 쏟아져
[서울=뉴시스]조재완 임종명 이종희 기자 = 4월 총선에 적용한 선거제를 논의 중인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비례대표제'에 무게를 싣자, 야권비례연합을 제안했던 범야권은 물론이고 당내서도 거세게 반발했다.
26일 연동형 비례제 논의를 주도해온 이탄희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의원 80여 명은 이날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지도부의 병립형 검토을 '소탐대실'이라며 비판했다.
이 의원 등은 "병립형 퇴행은 비례 몇 석을 더 얻으려다 253개 지역구에서 손해 보는 소탐대실이다. 지역구 민주당, 비례 연합으로 연동형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이들 은"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야합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 진영 분열의 명분을 주는 것이며 윤석열 심판 민심을 분열시키는 악수 중의 악수"라며 "'대의명분 없는 약속 대련'이라는 프레임으로 공격 대상이 될 수밖에 없으며, 선거 기간 내내 제3지대, 시민단체의 공세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역구 민주당, 비례 연합으로 연동형 대국민 약속을 지키는 민주개혁진보대연합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당 지도부가 최근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를 막판 검토하는 기류 속에서 나왔다. 민주당은 선거제 논의 초반 권역별 비례제를 한 차례 제시했다가 현행 준연동형 비례제를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더니 최근 권역별 비례제를 다시 유력 검토하고 있다. 앞서 이재명 대표는 유튜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고 발언해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지도부 한 관계자는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당무개입 등을 계기로 정권 심판론이 거세지면서 '제1야당' 지위를 유지해 윤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상황 논리가 또 다시 힘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민주당이 '병립형'을 다시 만지작 거리자 제3지대 등 야권에서도 비판이 쏟아졌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 등 야 4당은 전날 국회 본청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며 병립형 검토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는 더더욱 안 된다. 모두 알고 있듯이 권역별 병립형과 지역균형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알고도 모르는 척 주장하는 것은 비겁한 꼼수다. 국민의힘이라는 빌런을 핑계삼아 촛불개혁 과제인 준연동형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윤 상임대표는 "연동형은 민주당의 주장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말을 번복하려면 사과 먼저 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닌가, 그런데 자선사업이라니 아직 국민의 선택도 받지 않은 의석이 민주당 것이라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병립형 퇴행은 정권심판을 위한 야권의 공조에 찬물을 끼얹고, 윤석열 정권에게는 다시 없을 호재가 될 것"이라며 "야권의 힘을 모아 거부권 통치를 저지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민주당의 결단만 남았다"고 압박했다.
민주진보진영 정당들을 향해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제안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용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병립형 퇴행에 대해 협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원조 연동형 비례대표제 파괴정당인 국민의힘이야 늘 똑같은 입장이었고,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되었음에도 자신들은 찬성 표결하지 않았으니 지키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입장에 대해 덧댈 말이 없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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