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압박에…태영 484억 사재출연 주장
계열사 매각 대금 빼면 68억에 불과해
금융당국 "주말까지 추가 자구책 마련하라"
[서울=뉴시스]남주현 기자 = 금융당국의 자구책 압박에 태영 측은 윤세영 창업회장 등 사주 일가가 484억원을 내놨다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이 모두 태영건설 지원에 이행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사재 출연 액수가 채권단이 요구한 3000억원 이상의 출연금에 한참 못 미치고, 계열사 매각 매금 중 중복되는 금액을 빼면 새롭게 추가되는 자금은 68억원에 불과한데다, 기존 자구계획과 크게 다르지 않아 새로운 자구책으로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당국이 태영 측에 주말까지 추가 자구안 제시를 압박하는 가운데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 개시를 놓고 채권단과 태영 측의 치열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오후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TY)홀딩스는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산업은행에 약속한 그룹 차원의 자구 계획 중 자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 1549억원 중 잔액 259억원이 3일자로 태영건설에 지원됐다"고 밝혔다.
TY홀딩스에 따르면 1549억원 중 400억원은 워크아웃 신청 직후 태영건설 협력업체 공사대금 지급에 지원됐고,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TY홀딩스에 청구된 연대채무 중 리테일 채권의 상환에 890억원이 투입됐다. 나머지 259억원이 어제 태영건설 공사 현장 운영자금 등에 지원됐다.
484억원 규모의 사주 일가 사재출연 내역도 공개했다.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지분 매각 대금 중 윤석민 태영그룹 회장 지분 416억원을 전액 태영건설에 지원했고, 별개로 태영건설 자회사 채권 매입에 30억원을 썼다고 밝혔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도 태영건설과 자회사 채권 매입에 38억원을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TY홀딩스는 태영건설 연대보증 리테일 채권 상환과 관련해 "TY홀딩스가 지켜져야 태영건설 워크아웃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다'며 "이를 호도하는 주장은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날 오전 금융당국이 채권단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강조한 직후 내놓은 입장이다. 전날 오전 이복현 금감원장은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자구 계획"이라며 "시한이 1월11일인데 이런 방안에 (채권단이) 무조건 동의해라 할 수는 없다"고 비난했다.
채권단이 태영 측의 해명을 순순히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태영 측이 484억원의 사재 출연이 이뤄졌다고 밝히고 있지만, 채권단이 그동안 연대보증액만 3조7000억원인 점을 들어 오너 일가가 사재 출연으로 최소 3000억원 이상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는 점에서 출연 규모가 크게 모자라기 때문이다.
게다가 TY홀딩스가 밝힌 사주 일가의 사재 출연액은 484억원 가운데 416억원이 태영그룹이 매각한 태영인더스트리 지분이라는 점이라는 점에서 사재 출연금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대금이 중복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태영 측이 밝힌 484억 중에서 416억을 제외하면 실제 사재출연금은 68억원에 불과한 셈이다.
채권자 관계자는 "전날 태영 측 발표는 추가 자구안이라기보다는 3일 설명회의 연장선상"이라면서 "추가 자구안을 제시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단은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규모가 태영 측의 워크아웃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잣대로 보고 있다. 전날 이 원장은 "매각자금은 회장 개인 보유 자금과 회사 보유 자금 등 성격이 다른데, 회사 자금만 쓰고 대주주 일가 개인 명의 자금은 따로 파킹된 건 아닌가 하는 것이 채권단의 의심"이라고 지적했다.
태영그룹의 워크아웃 분수령은 이번 주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원장은 "태영건설이 아닌 오너 일가를 위한 자구 계획"이라고 비난하며 주말까지 추가 자구안을 내놓으라고 최후통첩을 날린 상황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국민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수준의 추가 자구안을 내놔야 한다고 비난했다.
산은은 이달 11일 열리는 1차 채권단 협의회 전 주요 채권자들을 소집해 태영 측의 자구안에 대한 입장을 살필 예정이다. 대상으로는 600여 곳의 채권자 중 500억원 이상의 익스포져가 있는 채권자가 거론된다. 여기서는 소극적인 자구안에 워크아웃 무산까지 거론되는 만큼 태영 측에 강도 높은 자구안 마련을 주문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워크아웃에 도달하지 못하면 태영건설은 법정관리나 청산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경제정책방향 합동 브리핑에서 "태영건설이 법정관리로 갔을 때를 대비하고 있다"며 "건설시장에 미치는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대비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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