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그룹, SBS 지분 매각 "방송법상 제약 많아"
계열사 매각 대금 태영건설 지원 용도로 쓰여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태영그룹은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위해 채권단이 요구한 오너 일가 사재 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과 관련해 "사재출연은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고, 금융채권자협의회까지 준비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그룹 지주사인 TY홀딩스 양윤석 미디어정책실 전무는 이날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 이후 태영건설 본사에서 열린 브리핑을 통해 "SBS 지분 매각은 충분히 제시될 수 있는 방법론이지만 법적 제약이 많다"며 "남은 기간 채권단이 말해주면 충분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SBS 지분 매각도 가능하다는 의미인가'라는 질문에 "(SBS)는 허가사업체로, 제약이 여러모로 많아서 어렵다"며 "채권단에서 계속 얘기가 나온다면 가능한 방법이 있나 찾아보겠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양 전무는 오너 일가 사재출연과 관련해 "사재출연은 항간에 여러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설명회장에서 말한 것은 충분히 우리가 필요성 느끼고 준비 및 진행 중"이라며 "채권단 결정전까지 시간이 있기 때문에 진행하고 있는 상황 설명 및 보고되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전무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일부만 태영건설 지원에 쓰였다는 지적에 대해 "매각자금은 태영건설을 지원 용도로 쓰일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에코비트와 블루원 외에 다른 매각 자산이 더 있는지 묻는 질문에 "그간 자구 노력을 기울여 1조2000억원 규모를 (투입)했다"며 "지주회사, 그룹사 보유 계열사 중 매각할 수 있는 건 빨리하고, 매각이 빨리 안 되면 담보를 제공해서라도 자금을 만들어 건설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태영그룹은 이날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종합환경기업인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해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하는 자구안을 내놨다.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이날 채권단 설명회에 직접 참석해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를 눈물로 호소했다. 윤 회장은 "언론보도에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 9조원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실제 문제가 되는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 정도로 가능성 있는 기업"이라고 강조했다.
윤 회장은 "어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참담하고 죄송스러운 마음"이라며 "1년 내내 유동성 위기로 가시밭길을 걷던 태영이 결국 흑자 부도 위기를 맞았고 창립 50주년의 영광은 고사하고 망할 처지가 됐다"고 호소했다.
이어 "태영이 이대로 무너지면 협력업체에 큰 피해를 남기게 돼 줄도산을 피할 수 없고, 국가 경제 위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채권자들에게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 동의를 요청했다.
태영건설의 현재 수주잔고가 12조원이고, 향후 연간 3조원 이상 매출이 가능하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영업이익률이 4%로, 동종업계에서 상위권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태영건설의 자구안 설명을 들은 채권단은 '충분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양재호 산업은행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현재까지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자구노력을 더 해야 하고 합의된 내용을 지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자구 계획으로 내놓은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자금 지원은 지난해 연말 워크아웃 신청 때부터 나왔던 방안 중 하나다. 또 앞서 외상매출 담보 채권대출(외담대) 미상환 문제가 발생했다. 태영건설의 지주사인 티와이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를 사모펀드에 판 뒤 2400억원을 확보했지만, 태영건설은 1451억원 규모의 협력업체 상거래채권 중 외담대 451억원을 상환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SBS 지분 매각이나 오너 일가의 사재출연 등 채권단의 요구 수준에 맞는 자구안이 없어 채권단에 워크아웃 동의를 얻을지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채권단은 태영건설의 자구안을 바탕으로 오는 11일 1차 금융채권자협의회를 열고, 워크아웃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채권단의 워크아웃 동의를 얻지 못하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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