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녀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 11년 만에 재심 결정 이유는?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2009년 전남 순천에서 발생한 이른바 '청산가리 막걸리 살인사건'으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은 부녀(父女)의 재심 결정이 내려졌다.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최종 확정된 지 11년여 만이며, 현재 복역 중인 부녀의 형은 집행이 정지된다.

광주고법 제2-2형사부는 4일 존속 살해 등 혐의로 기소돼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20년 형을 선고받은 백모(73)씨와 백씨의 딸(39)에 대한 재심 개시 결정을 내렸다.

또 재심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형 집행정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백씨 부녀는  이날 오후 6시에서 7시 사이 출소한다.

재판부는 재심 결정 이유에 대해 "재심 청구 이유 중 피의자 신문 과정에서 검사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 성립 주장과 경찰 초동수사 당시 수집된 화물차 관련 CCTV자료가 새로 발견된 무죄의 명백한 증거라는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백씨와 딸은 2009년 7월 6일 순천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막걸리를 아내 최모(당시 59세)씨와 최씨의 동료에게 마시게 해 이들을 숨지게 한 혐의 등을 받아 기소됐다.

당시 최씨가 사업장에 가져온 막걸리를 함께 나눠 마신 다른 동료 2명도 중태에 빠졌다.

앞선 1심에서는 숨진 최씨가 남편과 딸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지 못했을 가능성, 범행에 사용한 청산가리·막걸리의 구입 경위가 명확하지 않은 점, 자백 진술에 신빙성이 없는 점 등을 이유로 백씨 부녀에게 무죄 선고가 내려졌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원심을 깨고 백씨에게 무기징역, 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백씨 부녀와 최씨의 갈등을 살인 동기로 볼 수 있고 범행 내용·역할 분담에 대한 진술이 동일하다고 봤다. 또 정신 감정·지적 능력 등을 고려할 때 자백 진술에 대한 임의성·합리성을 인정했다.

대법원 역시 지난 2012년 3월 2심 선고대로 형을 확정했다.

이후 막걸리 공급 장부 사본이 위조된 것으로 보이는 점, 청산가리 입수 시기·경위와 감정 결과가 명확하 않았던 점 등을 두고 논란이 일었다. 진술 번복과 자백 강요 등으로 논란이 일었다.

백씨 부녀는 억울함을 호소하며 지난 2022년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 사건에서 백씨 부녀 법률 대리인을 맡은 박준영 변호사는 물증 없이 짜 맞춘 조서(문답 조작, 답변 왜곡 등)로 서명·날인을 받고, 이후 조사 과정에 계속 추궁하면서 허위 자백을 강요했다는 취지로 재심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검사의 직무상 범죄사실(허위공문서작성행사,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도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백씨가 범행 전(막걸리 생산일~사건 발생) 화물차를 몰고 시장 식당에 들러 막걸리를 사 왔다는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검사가 '경찰 CCTV 운영의 기술적인 문제로 자료가 없다'고 거짓말한 점, 압수한 플라스틱 수저에서 청산염이 검출되지 않자 증거로 제출하지 않은 점, 청산가리 입수 경위를 충분히 검증하지 않은 점 등을 들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검사는 "기존 공판 과정에 일부 증거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음을 인정하며 증거가 제출됐다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음을 부정하지 않겠다"면서도 "딸의 자백이 나오면서 원칙대로 수사했다. 진실을 왜곡하거나 은폐하려는 의도가 전혀 없었다. 객관 의무를 위반해 자의적으로 공소권을 행사한 것이 아니다"며 청구 기각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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