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이관섭 정책실장·한오섭 정무수석 접견
거부권·예산안 등 우려 전달…정책협의회 제안도
윤석열 "제1야당 대표 격무…건강 잘 챙기시라"
[서울=뉴시스] 이종희 신귀혜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4일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국회의 입장, 입법에 대해 존중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이관섭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여야 간 정책노선 차이가 분명히 드러났다. 민주당이 다수당인 만큼 협력해주시면 고맙겠다"고 답했다. 이 대표와 이 실장이 상견례 자리에서 미묘한 신경전을 벌인 모양새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이 실장과 한오섭 정무수석을 접견하고 "국정에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민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노력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 국회에서 입법한 법안들이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되고 있는데 국회도 국민이 뽑은 대표기관인 점을 충분히 고려해서 국회의 입장, 입법안들에 대해 존중해 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물론 입장들이 다르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정치라는 게 일방의 의사만 관철할 수 없는 것이고 저희도 그런 점을 고려하겠지만 정부측에서도 각별히 관심을 가져주십사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이어 "예산안에 대해서 정부 측에서도 어려움이 많겠지만 야당 입장에서 보면 여러 측면에서 아쉬운 점들이 있다"며 "이번에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R&D(연구·개발) 예산이 대규모 삭감된 점에 대해서 국민들께서 많이 우려하고 있고, 야당의 입장도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어려울 때일수록 국민의 삶을 뒷받침해주는 든든한 부모같은 역할을 해주시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서민 지원 예산이나 취약층 지원 예산들이 삭감되거나 또는 증액되지 못한 점에 대해 아쉬운 점이 많다"며 "골목상권이나 자영업자 지원에 필요한 지역화폐 예산은 조금 더 각별한 고려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야가 모두 동의하는 정책들에 대해 정책협의회를 구성해 신속 처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민주당이 간병비 건강보험 지원 정책을 시행하자고 했는데 여당이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며 "입장이 통일된 부분은 신속하게 정책으로 입안해 집행될 수 있게 정부에서 관심을 가져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감독원에서 불법 사채, 고리 사채를 무효화하자고 했다"며 "민주당의 아주 오래된 주장이고 정책 중 하나인데 이렇게 의견이 일치되는 부분들에 대해 여야 정책협의회같은걸 구성해서 신속하게 현장에서 집행될 수 있게 정부측에서도 관심을 기울여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 대표는 "저희도 제1야당으로서 대통령실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최대한 찾아서 함께하도록 노력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이관섭 실장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대해 "여야 간 정책노선 차이가 분명히 드러나고 있다"며 "가급적이면 자유시장경제 기조에 맞게 경제를 운영해갔으면 하는 생각이고 그런 관점에서 여러가지 의견이 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간병비 건보 지원 문제에 대해 "예산의 문제다. 지원해야 된다는 점에 대해서는 같은 생각"이라며 "가급적 정부가 빨리 방침을 정해서 내년부터라도 시범사업을 해서 얼마나 돈이 들어갈 지 종합적 체크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R&D 예산에 대해 "GDP 대비 지출 1위로 예산을 줄이거나 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문제 의식은 R&D 예산이 너무 방만하게 쓰인다거나 다른 목적으로 쓰이는 부분들에 대해 구조조정을 해야 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서민 지원 예산은 확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역화폐 예산은 이 대표가 한 예산이라 저희도 잘 검토해 효과를 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오섭 수석은 "대통령께 이 대표를 뵈러 간다고 말씀드렸는데 '대통령도 격무지만 제1야당 대표도 엄청난 격무다', '건강 잘 챙기시라'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접견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고, 윤 대통령도 (이 대표의) 안부를 물었다고 얘기 나눴다"며 "예산 정국이니까 예산 관련해 여야가 잘 협의해 처리됐으면 좋겠다는 내용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영수회담에 대한 질문에 "그런 얘기는 없었다"고 답했다. 그는 대통령실 인사와 만날 계획에 대해선 "확정된 일정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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