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부르는 노래는 내일 부를 노래"
7년 만의 솔로 정규 2집 호평
"'미래의 고향', 노들노래공장 수업 아니었으면 쓰지 못했을 곡"
영화·드라마·공연 음악감독 활동도 활발
내년 1월12일 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 앨범 발매 쇼케이스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세상의 모든 디아스포라(Diaspora)를 위한 느슨한 음악적 연대의 장(場)을 만드는 우아함.
'전방위 뮤지션' 이민휘가 7년 만에 발매한 솔로 정규 2집 '미래의 고향'은 고토(故土)를 잃어버려 상실한 자들을 위해 펼쳐 놓은 '작은 기적'이다.
지난달에 발매돼 올해의 역작이 된 이 음반은 물리적·정신적인 고향을 잃은 이방인들을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다. 자력으로 거룩하기 힘든 '모순적 세상'에서 탄식하는 이들을 위해 각자 고독하게 살아 있는 것도, 다 같이 무엇을 포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안개처럼 우리를 감싼다.
2012년 혜성처럼 나타나 전위성(前衛性)의 미학적 경지를 보여준 음반 '2012'를 낸 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이민휘는 사실 메시지를 항상 강요하지 않아왔다.
2016년을 대표하는 명반인 솔로 정규 1집 '빌린 입'은 비선형적(非線形的)의 빛나는 극치를 보여줬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영화 '파스카'(2015), 영화 '기억의 전쟁'(2020), OTT 웨이브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2023) 등의 OST는 극에 단호한 리듬과 정경을 부여하는 대신 캐릭터와 이야기의 결이 풍부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미래의 고향' 역시 메시지를 열어놓는 건 같다. 이 음반의 커버는 '현재의 동향'이다. 예수 동상과 쓰레기 더미가 아이러니하게 한 장면에 포착돼 있는 이 장면은 진리라는 것은 한껏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무엇이 증상이고 무엇이 원인인가. 어떤 것이 미래이며 어느 곳이 고향인가. 제목부터 명료하지 않지만 그렇게 진실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애매하다는 걸 이민휘는 노래한다. "난 왜 누운 채로 / 제 몸 뉘일 자리 찾을까"('무대륙') 고민하는 것처럼.
하지만 서로 각자 가진 것이 상대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게 될 때의 쓸쓸함은 아이러니하게 위안이 된다. "나 홀로 걷는 길에도 / 같은 노래를 부르"('미래의 고향')게 되기 때문이다. 각자 도망치듯 떠나오다가, 빨려든듯 찾아들어가는 그곳이 '미래의 고향'이다.
하나의 이야기라는 장대한 호흡을 가진 이번 음반은 32분26초의 장대한 서사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오롯하게 할애해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음미해야, 그 미학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다음은 이민휘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무려 7년 만에 발매한 정규 음반입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있나요? 어떤 소회가 느껴지나요?
"저는 솔로작업은 아직까지는 싱글로 작업을 할 생각이 없는데, 그래서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주제를 잡으면 그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리서치하고 이야기를 다듬으면서 작업을 하니 절대 빠르게 할 수가 없습니다. 콘텐츠 회전율이 빠른 요즘 같은 시대에 정규앨범으로만 작업을 하는 게 좀 시대착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들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어렵고, 긴 호흡의 작업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지난 시간 동안 천천히 주제를 생각하고 발전시켜왔지만 녹음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 하는 데는 온전히 4~5개월 정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고, 작년부터 이 때문에 고사한 작업들도 많아서 제게 작업을 부탁했던 사람들과 제가 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이제는 정말로 작업을 마무리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계속 하면서 개인 작업을 하는 것도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어렵지만, 계속 일을 하다가 아예 안 받았더니 너무 부담이 커져서 작업이 잘 안 됐고, 시간 분배에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정말 괴롭게 작업했습니다. 올해 앨범을 낼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외국에서 5년 정도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곳에 제가 막연히 기대했던 종류의 고향이 주는 안정감이랄지, 소속감이나 편안함이랄지 그런 게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가 그런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고, 그래서 이런 부유하는 감정은 지역적인 거리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공유하는 공통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은 우리 세대는 누구인지, 또 '우리'라는 주어가 주는 부담감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 종래의 '고향'과 '귀향'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지역적으로 다른 곳에 거주하게 되면서 그 사실을 망각하고 다시금 재고하게 된 것이지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귀향에 대한 희망이 제가 외국에 있을 때 당연한 것처럼 다가왔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미래의 고향'이라는 음반 제목의 뉘앙스가 아이러니하면서 애틋합니다. 동명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셨는데 이런 제목을 짓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향의 부재를 주제로 잡고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떠오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귀향에의 바람,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이 꼬리 물었습니다. '미래의 고향'은 제가 생각하는, 고향을 찾는 방법입니다. 이번에 받은 추천의 글 중 서동진 선생님이 여기에 대해 정확히 써주신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 부분을 첨부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분투는 오직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과 장소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노래한다' 미래에도 고향이라는 곳이 존재할 수 있다면 정확히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덟 곡은 하나의 이야기로 느슨하게 묶여 있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곡은 무엇이며,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곡은 또 어떤 것입니까? 트랙 배치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요.
"사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곡을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크게 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작업을 하는 편이라 계속 가사가 되기 전 단계의 글들을 쓰고, 그것을 분류하고 나누면서 곡이 디벨롭이 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미래의 고향'에 들어간 '오늘 부르는 노래는 내일 부를 노래'라는 가사를 떠올렸을 때, 이제는 이 이야기들을 앨범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만든 곡은 정확하게 아는데, '무대륙'이라는 곡입니다. 상수에 '무대륙'이라는 카페 겸 술집이 있는데 그곳에 갔다가 어떤 분과 나눈 이야기를 핸드폰에 가사로 정리해놓았었고, 그 가사를 쓰지 않은 연주곡으로 이 곡을 녹음했다가 다 작업하고 곡들을 쭉 들어보니 혼자 너무 튀어서 빼게 됐습니다. 발매 스케줄은 다 잡혀있는 상태였고 마스터 엔지니어에게 곡들을 보내야하는 날짜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급하게 다시 원래 가사에 곡을 붙이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따로 세션 없이 제가 집에서 드럼까지도 다 녹음하면서 작업했습니다. 트랙 배치는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의 트랙 배치는 청자의 귀를 사로잡기 위한, 말하자면 듣는 재미가 고루 분포된 배치는 아닙니다. 사실 그것에 반하는 배치에요.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이라는데 목소리가 앨범을 재생하고 4분이 있어야 나와요. 보통 가장 캐치한 곡을 놔두는 두 번째 트랙에서는 느린 베이스 솔로가 처음부터 장장 30초나 나오지요. 타이틀 곡은 가장 긴 곡인데다 심지어 마지막 트랙이고요. 이런 배치와 구성은 이 앨범을 하나의 긴 이야기로 다루겠다는, 이 작업은 이런 방식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이런 호흡이 앨범이 다루는 주제와도 맞닿은 부분이 있고, 이 이야기를 함께 끝까지 나눈 사람들에게 마지막에 내 생각은 이랬다고, 사실 이건 이런 이야기였고 이런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전방위 뮤지션' 이민휘가 7년 만에 발매한 솔로 정규 2집 '미래의 고향'은 고토(故土)를 잃어버려 상실한 자들을 위해 펼쳐 놓은 '작은 기적'이다.
지난달에 발매돼 올해의 역작이 된 이 음반은 물리적·정신적인 고향을 잃은 이방인들을 함부로 위로하지 않는다. 자력으로 거룩하기 힘든 '모순적 세상'에서 탄식하는 이들을 위해 각자 고독하게 살아 있는 것도, 다 같이 무엇을 포기하지 않는 것과 같다고 안개처럼 우리를 감싼다.
2012년 혜성처럼 나타나 전위성(前衛性)의 미학적 경지를 보여준 음반 '2012'를 낸 듀오 '무키무키만만수'의 이민휘는 사실 메시지를 항상 강요하지 않아왔다.
2016년을 대표하는 명반인 솔로 정규 1집 '빌린 입'은 비선형적(非線形的)의 빛나는 극치를 보여줬다. 영화 '한여름의 판타지아'(2014), 영화 '파스카'(2015), 영화 '기억의 전쟁'(2020), OTT 웨이브 시리즈 '박하경 여행기'(2023) 등의 OST는 극에 단호한 리듬과 정경을 부여하는 대신 캐릭터와 이야기의 결이 풍부하게 펼쳐질 수 있도록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
'미래의 고향' 역시 메시지를 열어놓는 건 같다. 이 음반의 커버는 '현재의 동향'이다. 예수 동상과 쓰레기 더미가 아이러니하게 한 장면에 포착돼 있는 이 장면은 진리라는 것은 한껏 상대적이라는 사실을 환기시킨다. 무엇이 증상이고 무엇이 원인인가. 어떤 것이 미래이며 어느 곳이 고향인가. 제목부터 명료하지 않지만 그렇게 진실이라는 것이 애초부터 애매하다는 걸 이민휘는 노래한다. "난 왜 누운 채로 / 제 몸 뉘일 자리 찾을까"('무대륙') 고민하는 것처럼.
하지만 서로 각자 가진 것이 상대방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인정하게 될 때의 쓸쓸함은 아이러니하게 위안이 된다. "나 홀로 걷는 길에도 / 같은 노래를 부르"('미래의 고향')게 되기 때문이다. 각자 도망치듯 떠나오다가, 빨려든듯 찾아들어가는 그곳이 '미래의 고향'이다.
하나의 이야기라는 장대한 호흡을 가진 이번 음반은 32분26초의 장대한 서사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간을 오롯하게 할애해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음미해야, 그 미학의 향방을 가늠할 수 있다. 다음은 이민휘와 서면으로 나눈 일문일답.
-무려 7년 만에 발매한 정규 음반입니다.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있나요? 어떤 소회가 느껴지나요?
"저는 솔로작업은 아직까지는 싱글로 작업을 할 생각이 없는데, 그래서 오래 걸리는 것 같기도 합니다. 어떤 주제를 잡으면 그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리서치하고 이야기를 다듬으면서 작업을 하니 절대 빠르게 할 수가 없습니다. 콘텐츠 회전율이 빠른 요즘 같은 시대에 정규앨범으로만 작업을 하는 게 좀 시대착오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제가 앨범 단위로 음악을 들으면서 자라서 그런지 다른 방법을 생각하기 어렵고, 긴 호흡의 작업들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방식이 자연스럽게 느껴집니다. 지난 시간 동안 천천히 주제를 생각하고 발전시켜왔지만 녹음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마무리 하는 데는 온전히 4~5개월 정도의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했고, 작년부터 이 때문에 고사한 작업들도 많아서 제게 작업을 부탁했던 사람들과 제가 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 때문에라도 이제는 정말로 작업을 마무리 해야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을 계속 하면서 개인 작업을 하는 것도 시간적인 제약 때문에 어렵지만, 계속 일을 하다가 아예 안 받았더니 너무 부담이 커져서 작업이 잘 안 됐고, 시간 분배에 이런저런 시도를 하면서 정말 괴롭게 작업했습니다. 올해 앨범을 낼 수 있어서 정말로 다행입니다."
-'고향을 잃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한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이런 생각을 하시게 된 계기나 이유가 있나요?
"외국에서 5년 정도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곳에 제가 막연히 기대했던 종류의 고향이 주는 안정감이랄지, 소속감이나 편안함이랄지 그런 게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주위를 둘러봐도 모두가 그런 안정감과는 거리가 있어 보였고, 그래서 이런 부유하는 감정은 지역적인 거리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공유하는 공통의 감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이 생각은 우리 세대는 누구인지, 또 '우리'라는 주어가 주는 부담감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습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보면 지금 종래의 '고향'과 '귀향'의 의미는 사라진 지 오래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만 제가 지역적으로 다른 곳에 거주하게 되면서 그 사실을 망각하고 다시금 재고하게 된 것이지요.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나 귀향에 대한 희망이 제가 외국에 있을 때 당연한 것처럼 다가왔다는 것도 흥미로운 지점이었습니다."
-'미래의 고향'이라는 음반 제목의 뉘앙스가 아이러니하면서 애틋합니다. 동명곡을 타이틀곡으로 내세우셨는데 이런 제목을 짓게 된 과정이 궁금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고향의 부재를 주제로 잡고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따금씩 떠오르는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귀향에의 바람,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가능할지에 대한 생각이 꼬리 물었습니다. '미래의 고향'은 제가 생각하는, 고향을 찾는 방법입니다. 이번에 받은 추천의 글 중 서동진 선생님이 여기에 대해 정확히 써주신 부분이 있었는데요, 그 부분을 첨부합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될 수 있는 세계를 만들기 위한 분투는 오직 우리가 함께 하는 시간과 장소를 생산하는 것이라는 것을, 그녀는 노래한다' 미래에도 고향이라는 곳이 존재할 수 있다면 정확히 이런 방식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덟 곡은 하나의 이야기로 느슨하게 묶여 있다고 하셨습니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곡은 무엇이며,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곡은 또 어떤 것입니까? 트랙 배치에 있어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요.
"사실 가장 먼저 만들어진 곡을 정의하기가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크게 한 이야기로 생각하고 작업을 하는 편이라 계속 가사가 되기 전 단계의 글들을 쓰고, 그것을 분류하고 나누면서 곡이 디벨롭이 되는 편이에요. 그렇지만 '미래의 고향'에 들어간 '오늘 부르는 노래는 내일 부를 노래'라는 가사를 떠올렸을 때, 이제는 이 이야기들을 앨범으로 정리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에 만든 곡은 정확하게 아는데, '무대륙'이라는 곡입니다. 상수에 '무대륙'이라는 카페 겸 술집이 있는데 그곳에 갔다가 어떤 분과 나눈 이야기를 핸드폰에 가사로 정리해놓았었고, 그 가사를 쓰지 않은 연주곡으로 이 곡을 녹음했다가 다 작업하고 곡들을 쭉 들어보니 혼자 너무 튀어서 빼게 됐습니다. 발매 스케줄은 다 잡혀있는 상태였고 마스터 엔지니어에게 곡들을 보내야하는 날짜도 일주일이 채 남지 않은 상황이었는데 급하게 다시 원래 가사에 곡을 붙이고 시간적인 여유가 없어서 따로 세션 없이 제가 집에서 드럼까지도 다 녹음하면서 작업했습니다. 트랙 배치는 정말로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지금의 트랙 배치는 청자의 귀를 사로잡기 위한, 말하자면 듣는 재미가 고루 분포된 배치는 아닙니다. 사실 그것에 반하는 배치에요. 싱어송라이터의 앨범이라는데 목소리가 앨범을 재생하고 4분이 있어야 나와요. 보통 가장 캐치한 곡을 놔두는 두 번째 트랙에서는 느린 베이스 솔로가 처음부터 장장 30초나 나오지요. 타이틀 곡은 가장 긴 곡인데다 심지어 마지막 트랙이고요. 이런 배치와 구성은 이 앨범을 하나의 긴 이야기로 다루겠다는, 이 작업은 이런 방식으로 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기도 합니다. 이런 호흡이 앨범이 다루는 주제와도 맞닿은 부분이 있고, 이 이야기를 함께 끝까지 나눈 사람들에게 마지막에 내 생각은 이랬다고, 사실 이건 이런 이야기였고 이런 방식으로 하고 싶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감화원'이라는 제목을 단 트랙은 많은 걸 상징하고 있는 거 같은데요, 노랫말에 나오지 않는 '감화원'을 제목으로 정한 이유가 있나요?
"언젠가 이름이 없는 곳에서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름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외로움은 사라지겠지, 라고 쓰면서 사실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감화원'은 그런 세계입니다."
-'감화원'에 나오는 새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고생하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녹음 중에 있었던 고생스러운 에피소드가 재미는 있겠지만 감상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 저번에 이 이야기를 레코드페어 음감회에서 하고 집에 와서 조금 후회했는데요, 이왕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 풀어볼게요. '감화원'에서는 커다란 정원에서 들릴 법한 새소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 소리를 찾기 위해 새벽에 파주에 있는 산에 가서 녹음을 했습니다. 아주 시골이 아닌 이상 사람 소리, 공사 소리, 차 소리가 없는 새소리를 녹음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공사하는 분들이 정말 일찍 일을 시작하신다는 것도 알았고, 아주 깊은 밤에는 새들도 사람처럼 잠을 잔다는 것도, 한 나무에 사는 새들은 같은 시각에 일어나서 마치 매미처럼 울어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새소리와 아주 먼 새소리도 당연히 많고요. 결국 제가 원하는 소리를 내는 새가 있는 곳을 찾고, 그 다음날 다시 가서 새소리를 녹음하려는데 바로 그때 옆 산에서 벌초를 시작하셔서, 빠르게 올라가 10분만 양해를 구하고 다시 내려와 녹음했습니다."
-차갑고 쓸쓸한 정서가 앨범 전체에 배어 있지만, 그럼에도 뭉근한 희망이 배어 있습니다. 이번에 화두가 된 정서는 무엇입니까? 앨범 작업을 끝낸 뒤, 앨범이 세상에 나왔을 때 민휘 씨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앨범을 통해 어떤 정서보다는 이야기를 먼저 공유하고자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은 고향에 대한 상실감과 그것이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되돌아보고, 이런 방식의 고향 만들기는 어떨까, 제안하면서 마무리 됩니다. 말미에는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너무나 차갑고 암울한데요, 나중에 보니 그래서 제가 저도 모르게 노래의 형식은 조금 따뜻하게 가져갔던 것일까 싶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들은 주변 분들이 따뜻한 음악에 위로를 받았다고 하실 때마다 음악에서 형식이 참 중요하긴 하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노랫말은 공간감이 배어 있는 사운드와 결합돼 독특한 체험을 선사합니다. 민휘 씨에겐 노랫말과 사운드에서 공간감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느껴지는데요. 맞나요? 맞다면 그 공간감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기를 바라나요?
"저는 작업을 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그림을 만들고, 그것을 보면서 작업하는 편입니다. 공간을 생각하고 하는 작업이라서 노랫말에서도 구성에서도 공간감이 드러나게 될 텐데, 내 그림은 이랬는데, 이 음악을 듣는 청자의 그림은 어떨지, 어떤 걸 공유하게 될지 궁금한 면이 있습니다."
-이런 특별함은 정교한 믹싱과 마스터링에도 이유가 있겠죠. 믹싱과 마스터링에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앨범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어떤 그림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그게 너무 중요한 지점이어서 믹싱 단계에서 음악적인 구성 요소가 이야기를 넘어서지 않도록 항상 주의했습니다. (음악하는 친구들이 믹싱에서 '나의 스트링을 들어줘!' 하는 욕구가 정말 안 드러나더라고 해서 웃겼어요) 보통 이상적인 믹싱이 추구하는 바와는 조금 거리가 있고, 그래서 믹싱은 엔지니어에게 맡길 수가 없었어요.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최근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신보를 비롯해 정말 좋은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조시 보타니(Josh Bonati)라는 분이 맡아주셨는데, 처음부터 제가 이 앨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공유드리고, 파이널 믹스보다 예쁘고 스무스하게 들리는 것을 피하되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개개의 곡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어울리는 톤으로 부탁드렸어요. 오랜 수정 과정에도 제 피드백을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반영해주셔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무려 스트링 인원이 19인조가 되는 거 같은데요. 제작비도 꽤 많이 들었을 텐데, 이번에 비교적 대규모 스트링 작업이 필요했던 이유와 스트링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무엇인가요?
"작업을 하면 어울리는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편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편이에요. 초반에 작업 진도가 너무 안 나가길래 왜 그런거지, 알 수 없이 괴로웠는데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니 제가 스트링 편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음악들을 작은 편성에, 적은 예산에 구겨넣으려고 하니 답보 상태였던 거더라고요. 그냥 아무것도 타협하지 말자, 하고 싶은대로 다 해보자 마음을 먹으니 앨범 작업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스트링에서 따로 중요하게 여겼던 건 없는 것 같고, 스트링을 비롯한 모든 악기와 음악 구성, 오케스트레이션이 이야기를 조화롭게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선 '노래를 부른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민휘 씨에게 '노래', '노래를 부른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앨범에서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가사가 '오늘 부르는 노래는 내일 부를 노래'일텐데요,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행위가 담보하는 위안과 연대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를 나홀로 걷는 길에도 부른다면 좋겠구나, 나 혼자 부르는 노래를 다함께 부르면 좋겠구나,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언젠가 이름이 없는 곳에서는 외로움을 느끼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우리는 이름이 있지도 없지도 않은 이상한 세계에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외로움은 사라지겠지, 라고 쓰면서 사실 외로움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해봤습니다. '감화원'은 그런 세계입니다."
-'감화원'에 나오는 새소리를 녹음하기 위해 고생하셨다는 얘기도 들었습니다. 그 과정을 자세히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녹음 중에 있었던 고생스러운 에피소드가 재미는 있겠지만 감상에 방해 요소로 작용하지 않을까 싶어 저번에 이 이야기를 레코드페어 음감회에서 하고 집에 와서 조금 후회했는데요, 이왕 이야기를 한 적이 있으니 풀어볼게요. '감화원'에서는 커다란 정원에서 들릴 법한 새소리를 염두에 두고 있었고, 그 소리를 찾기 위해 새벽에 파주에 있는 산에 가서 녹음을 했습니다. 아주 시골이 아닌 이상 사람 소리, 공사 소리, 차 소리가 없는 새소리를 녹음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습니다. 공사하는 분들이 정말 일찍 일을 시작하신다는 것도 알았고, 아주 깊은 밤에는 새들도 사람처럼 잠을 잔다는 것도, 한 나무에 사는 새들은 같은 시각에 일어나서 마치 매미처럼 울어댄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새소리와 아주 먼 새소리도 당연히 많고요. 결국 제가 원하는 소리를 내는 새가 있는 곳을 찾고, 그 다음날 다시 가서 새소리를 녹음하려는데 바로 그때 옆 산에서 벌초를 시작하셔서, 빠르게 올라가 10분만 양해를 구하고 다시 내려와 녹음했습니다."
-차갑고 쓸쓸한 정서가 앨범 전체에 배어 있지만, 그럼에도 뭉근한 희망이 배어 있습니다. 이번에 화두가 된 정서는 무엇입니까? 앨범 작업을 끝낸 뒤, 앨범이 세상에 나왔을 때 민휘 씨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습니까?
"저는 앨범을 통해 어떤 정서보다는 이야기를 먼저 공유하고자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이 앨범은 고향에 대한 상실감과 그것이 어디서 연유하는지를 되돌아보고, 이런 방식의 고향 만들기는 어떨까, 제안하면서 마무리 됩니다. 말미에는 어떤 희망을 이야기하지만 전체적인 이야기는 너무나 차갑고 암울한데요, 나중에 보니 그래서 제가 저도 모르게 노래의 형식은 조금 따뜻하게 가져갔던 것일까 싶더라고요. 이번 앨범을 들은 주변 분들이 따뜻한 음악에 위로를 받았다고 하실 때마다 음악에서 형식이 참 중요하긴 하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공간감이 느껴지는 노랫말은 공간감이 배어 있는 사운드와 결합돼 독특한 체험을 선사합니다. 민휘 씨에겐 노랫말과 사운드에서 공간감을 중요하게 여긴다고 느껴지는데요. 맞나요? 맞다면 그 공간감이 어떤 효과를 가져오기를 바라나요?
"저는 작업을 할 때 머릿속에서 어떤 그림을 만들고, 그것을 보면서 작업하는 편입니다. 공간을 생각하고 하는 작업이라서 노랫말에서도 구성에서도 공간감이 드러나게 될 텐데, 내 그림은 이랬는데, 이 음악을 듣는 청자의 그림은 어떨지, 어떤 걸 공유하게 될지 궁금한 면이 있습니다."
-이런 특별함은 정교한 믹싱과 마스터링에도 이유가 있겠죠. 믹싱과 마스터링에서 가장 신경 쓴 지점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앨범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해치지 않으면서 어떤 그림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그게 너무 중요한 지점이어서 믹싱 단계에서 음악적인 구성 요소가 이야기를 넘어서지 않도록 항상 주의했습니다. (음악하는 친구들이 믹싱에서 '나의 스트링을 들어줘!' 하는 욕구가 정말 안 드러나더라고 해서 웃겼어요) 보통 이상적인 믹싱이 추구하는 바와는 조금 거리가 있고, 그래서 믹싱은 엔지니어에게 맡길 수가 없었어요. 마스터링 엔지니어는 최근 수프얀 스티븐스(Sufjan Stevens) 신보를 비롯해 정말 좋은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조시 보타니(Josh Bonati)라는 분이 맡아주셨는데, 처음부터 제가 이 앨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자 하는지 최대한 자세하게 공유드리고, 파이널 믹스보다 예쁘고 스무스하게 들리는 것을 피하되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개개의 곡이 가지고 있는 정서와 어울리는 톤으로 부탁드렸어요. 오랜 수정 과정에도 제 피드백을 귀기울여 들어주시고 반영해주셔서 마음에 드는 결과물이 나왔습니다."
-무려 스트링 인원이 19인조가 되는 거 같은데요. 제작비도 꽤 많이 들었을 텐데, 이번에 비교적 대규모 스트링 작업이 필요했던 이유와 스트링 연주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건 무엇인가요?
"작업을 하면 어울리는 그 이야기에 어울리는 편성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편이에요. 초반에 작업 진도가 너무 안 나가길래 왜 그런거지, 알 수 없이 괴로웠는데 정신 차리고 생각해보니 제가 스트링 편성으로 생각하고 있는 음악들을 작은 편성에, 적은 예산에 구겨넣으려고 하니 답보 상태였던 거더라고요. 그냥 아무것도 타협하지 말자, 하고 싶은대로 다 해보자 마음을 먹으니 앨범 작업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스트링에서 따로 중요하게 여겼던 건 없는 것 같고, 스트링을 비롯한 모든 악기와 음악 구성, 오케스트레이션이 이야기를 조화롭게 담는 그릇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이번 앨범에선 '노래를 부른다'는 행위 자체가 중요한 포인트 같아요. 민휘 씨에게 '노래', '노래를 부른다'는 어떤 의미인가요?
"이번 앨범에서 아무래도 가장 중요한 가사가 '오늘 부르는 노래는 내일 부를 노래'일텐데요, 함께 '노래를 부른다'는 행위가 담보하는 위안과 연대의 가능성을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함께 부르는 노래를 나홀로 걷는 길에도 부른다면 좋겠구나, 나 혼자 부르는 노래를 다함께 부르면 좋겠구나,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이민휘 씨 음반은 옛 이야기를 신화적으로 풀어내는 것 같은 고전미가 있는데 특히 이번에 그러했습니다. 하나의 주제를 이야기해도 서사가 장대하다는 느낌이 드는데, 그런 생각을 해보신 적이 있나요?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오랫동안 작업 리서치를 하고 개인적으로 촉발된 이야기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계속해서 다듬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사실 이런 방식을 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벗어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솔직한 가사들이 가진 고유한 힘이 있는데 그런 가사를 쓰고 싶기도 해요. 동물원의 유준열씨 가사를 들을 때 아, 하고 뭔가 투명함에 마음이 쩡, 무방비하게 깨질 때가 있는데 나는 언제 저런 가사들을 쓸 수 있을까, 부럽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서울 레코드 페어'를 통해 팬들과 만났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던 행사였습니까?
"7년 만의 (피지컬) 앨범을 들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레코드페어 본 행사장과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음감회와 토크, 사인회를 하게 되어 많이 안 찾아주실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저의 전작들도 가득 들고 찾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일본 공연도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계기로 일본을 찾게 됐고 현지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획자 야하타 고키 씨의 소개로 일본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유통을 한 적이 없는데 대체 모든 앨범들을 어떤 경로로 구하셨는지 바리바리 싸오셔서 사인을 받는 분들도 계시고, 전혀 다른 언어로 노래를 하고 있는데 집중하고 경청하는 게 매번 느껴져서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제가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데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투어를 다녀온 후로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노들노래공장 수업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활동이 음악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이번 지면을 빌어 조금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마지막 곡인 '미래의 고향'은 노들노래공장 수업이 아니었으면 쓰지 못했을 곡입니다. 어떻게 세상과 제가 하는 작업이 만나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하겠지만, 노들야학과 전장연이 이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고, 거기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은 명절 귀성길/귀경길에 버스터미널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지방에 가는 저상버스가 없어서 장애인들은 (지리적 의미의) 고향이 멀다면 명절에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가지 못하거든요. 제가 보기에 우리에게 이제 고향은 존재하지 않고, 만약 아직도 우리가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만듦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버스를 타고 가면 당도할 수 있는 지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장애인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성소수자가 혐오와 차별에서 벗어나도록, 탈시설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소외 받는 '우리'가 우리의 실존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고 그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공간입니다."
-음반 발매 전 앨범 전곡을 먼저 들려주는 공연도 여셨는데요. 또 다른 공연이나 준비된 무대는 무엇입니까?
"올해는 16일 대전 맞배집에서, 19일 옥바라지선교센터 후원의 밤에서, 30일 김밥레코즈에서 사공씨와 듀오셋으로 1, 2집 곡들을 하는 공연들이 남아있습니다. 앨범 관련 공연 외에는 17일까지 서울문화재단 쿼드에서 제가 음악을 맡은 정진새 연출의 '신파의 세기' 공연이 계속 되고, 23일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만수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지금까지 해온 영상 음악 작업들 중 여러가지를 골라서 상영하는 특별전이 준비돼 있고요. 내년 1월12일(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는 앨범 발매 쇼케이스도 준비돼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주세요!"
-생각하는 다음 작업이 있나요?
"막연하게 언젠가는 동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장래 희망 같은 것이 있고요, 또 영화 음악을 만드는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영화 음악 작업에 대한 메타적인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와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음악을 경유하는 작업도 생각하고 있고요.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일단은 그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는 개인 작업 텀을 조금은 줄이고 싶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2집을 오랫동안 기다려준 분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그렇게 느껴지는 이유는 아무래도 제가 오랫동안 작업 리서치를 하고 개인적으로 촉발된 이야기라도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계속해서 다듬기 때문일 것 같은데요, 사실 이런 방식을 제가 좋아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언젠가는 벗어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솔직한 가사들이 가진 고유한 힘이 있는데 그런 가사를 쓰고 싶기도 해요. 동물원의 유준열씨 가사를 들을 때 아, 하고 뭔가 투명함에 마음이 쩡, 무방비하게 깨질 때가 있는데 나는 언제 저런 가사들을 쓸 수 있을까, 부럽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서울 레코드 페어'를 통해 팬들과 만났는데요. 어떤 의미가 있던 행사였습니까?
"7년 만의 (피지컬) 앨범을 들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였습니다. 레코드페어 본 행사장과 꽤 거리가 있는 곳에서 음감회와 토크, 사인회를 하게 되어 많이 안 찾아주실 줄 알고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저의 전작들도 가득 들고 찾아주셔서 감사했어요."
-일본 공연도 다녀온 것으로 아는데요. 어떤 계기로 일본을 찾게 됐고 현지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획자 야하타 고키 씨의 소개로 일본 여러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었어요. 일본에서 유통을 한 적이 없는데 대체 모든 앨범들을 어떤 경로로 구하셨는지 바리바리 싸오셔서 사인을 받는 분들도 계시고, 전혀 다른 언어로 노래를 하고 있는데 집중하고 경청하는 게 매번 느껴져서 놀랍고 감사했습니다. 제가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데 다시 찾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투어를 다녀온 후로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습니다."
-노들노래공장 수업도 계속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이런 활동이 음악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이번 지면을 빌어 조금 부끄럽게 고백하자면 마지막 곡인 '미래의 고향'은 노들노래공장 수업이 아니었으면 쓰지 못했을 곡입니다. 어떻게 세상과 제가 하는 작업이 만나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은 아마 죽을 때까지 계속하겠지만, 노들야학과 전장연이 이 고민에 대한 실마리를 계속해서 던지고 있고, 거기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예컨대 많은 사람들은 명절 귀성길/귀경길에 버스터미널에서 시위하는 장애인들을 볼 수 있을 거예요. 지방에 가는 저상버스가 없어서 장애인들은 (지리적 의미의) 고향이 멀다면 명절에 버스를 타고 그곳에 가지 못하거든요. 제가 보기에 우리에게 이제 고향은 존재하지 않고, 만약 아직도 우리가 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면, 그리고 그것이 우리가 만듦으로서 존재할 수 있는 곳이라면, 그곳은 버스를 타고 가면 당도할 수 있는 지리적인 공간이 아니라 장애인이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성소수자가 혐오와 차별에서 벗어나도록, 탈시설 장애인들이 지역 사회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소외 받는 '우리'가 우리의 실존을 지탱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이고 그속에서 다시 태어나는 공간입니다."
-음반 발매 전 앨범 전곡을 먼저 들려주는 공연도 여셨는데요. 또 다른 공연이나 준비된 무대는 무엇입니까?
"올해는 16일 대전 맞배집에서, 19일 옥바라지선교센터 후원의 밤에서, 30일 김밥레코즈에서 사공씨와 듀오셋으로 1, 2집 곡들을 하는 공연들이 남아있습니다. 앨범 관련 공연 외에는 17일까지 서울문화재단 쿼드에서 제가 음악을 맡은 정진새 연출의 '신파의 세기' 공연이 계속 되고, 23일에는 인디스페이스에서 '만수의 모험'이라는 제목으로 제가 지금까지 해온 영상 음악 작업들 중 여러가지를 골라서 상영하는 특별전이 준비돼 있고요. 내년 1월12일(웨스트브릿지 라이브홀)에는 앨범 발매 쇼케이스도 준비돼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찾아주세요!"
-생각하는 다음 작업이 있나요?
"막연하게 언젠가는 동요 작업을 하고 싶다는 장래 희망 같은 것이 있고요, 또 영화 음악을 만드는 저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영화 음악 작업에 대한 메타적인 음악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시와 (문자를 사용하지 않는) 음악을 경유하는 작업도 생각하고 있고요.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일단은 그 정도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앞으로는 개인 작업 텀을 조금은 줄이고 싶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2집을 오랫동안 기다려준 분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도 전하고 싶어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