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칫하면 부정행위' 논란의 수능 4교시…"방식 다시 고민해봐야"

기사등록 2023/12/06 11:16:00

최종수정 2023/12/06 12:56:28

답안지 1장에 선택과목 2개 동시 배치해 혼란…실수 발생 잦아

실수로 지나간 과목 답지에 정답 수정한 학생, 부정행위 처리

"단순 개인 탓 하기 어려워…시험 운영방식, 다시 고민해봐야"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6일 오전 청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3.11.16. jsh0128@newsis.com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청주=뉴시스] 조성현 기자 =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지난 16일 오전 청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3.11.16. [email protected]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련 없습니다**
[세종=뉴시스]성소의 기자 = #. A군은 지난달 16일 수능 4교시 제2선택과목 시험시간이 끝나갈 즈음 한 문제 답안을 잘못 적은 것을 발견했다. A군은 두번째 선택과목 OMR 카드를 고친다는 것을 실수로 첫번째 과목 답안란에 적힌 답을 수정했다. 자신이 수정한 답안지가 두번째 과목이라고 여긴 A군은 OMR 카드에 작성된 답이 모두 틀리게 기재된 것을 발견했다. 실제로는 첫번째 과목 OMR 카드를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A군은 순간 '밀려 썼나'라고 생각했고, 나머지 답안지를 급히 수정테이프로 고치다가 뒤늦게 자신이 첫번째 과목 OMR 카드를 수정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실수를 알아차린 A군은 곧바로 손을 들고 감독관에게 상황을 설명했지만, 감독관은 시험운영본부와 논의 끝에 A군의 행위를 '부정행위'라고 판단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교시 응시방법이 학생이 순간의 실수로도 부정행위가 돼버리는 측면이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4교시에는 2개의 선택과목 답을 1장의 답안지에 써야 해 마킹 실수가 종종 발생하지만, 학생이 이를 자진신고 해도 정상참작 되지 않으며 이의제기도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순간 착각해 마킹 실수…자진신고 해도 0점 처리

6일 교육계에 따르면 현행 규정상 수능 4교시에서 수험생이 실수로 지나간 과목 답안지를 수정할 경우 부정행위 처리되며, 이를 구제할 방법도 찾기 어렵다.

수험생들은 4교시 동안 한국사와 함께 2개의 탐구영역 선택과목 시험을 순차적으로 치르도록 돼있다. 이때 앞서 치른 과목 답안지를 수정하거나 작성하면 '시험 종료령이 울린 후 답안 작성 행위'에 해당돼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A군 사례를 포함해 4교시에 지나간 과목 답안지를 작성하다 부정행위 처리된 사례는 매년 적지 않게 반복된다. 지난해에는 56명이 이런 식으로 시험이 무효처리 됐다.

지난 2020학년도 수능 시험에서도 A군과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창원 지역 고등학생이었던 B양은 수능 4교시 제1선택과목 시험 답안 1개를 고친다는 것을 실수로 한국사 OMR 카드 답을 고쳤다. B양은 곧바로 감독관에게 자신의 실수를 설명했지만 결국 부정행위 처리됐다. 한국사와 탐구영역 답안지가 분리돼있는 지금과 달리 당시에는 한 장에 같이 배치돼 있었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부정행위 처리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교육 당국은 단순 마킹실수로 성적이 0점 처리되는 학생들을 구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2019년 12월 수능 채점결과 브리핑에서 당시 교육부 대입정책과장은 "단순 경미한 부분에 대해서는 4교시 부정행위 규정에 대한 개정을 내년 상반기에 검토해 2022학년도 시험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변화된 것은 없었다.

교육부가 제시된 차선책들을 검토해봤지만, 부정행위 규정을 고치면 시험 운영에 여러 차질을 빚을 것으로 판단돼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방안을 택했다고 한다.

답안지를 분리하면 그만큼 채점시간이 늘어나게 돼 이후 대입 일정이 줄줄이 밀릴 수 있고, 고의와 실수를 시험 현장에서 구분하기가 어렵다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당시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단순 실수인지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인지에 대해 사실 판단이 어렵다는 사실이 가장 많이 지적됐던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부정행위 이의제기 절차도 부재…"시스템 개선해야"

교육계 일각에서는 수능 4교시 응시방법이 헷갈리고 복잡해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유도하는 측면까지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수능 국어, 영어, 수학을 한 과목씩만 치르는 1~3교시와 달리, 4교시는 한국사와 탐구영역 세 과목을 동시에 치르기 때문에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는 것이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이런 실수들이 어쩌다 한번 나오는 게 아니라 매년 상당히 누적돼 나오고 있다"며 "학생 개인의 책임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시험 보는 방식이나 답안지를 나누는 방식을 다시 고민해야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부정행위 처리된 이후 제대로 된 이의제기 절차가 없는 점도 문제다.

수험생들이 부정행위 판단에 공식적인 이의제기 절차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은 교육부 부정행위심의위원회로부터 심의 결과를 받은 이후부터다.

이는 통상 수일에서 수주가 걸린다. A군이 심의위원회의 결과를 받아든 것도 수능일(11월16일)로부터 12일이 지난달 28일이었다.

이 역시 제재 수위에 대한 재심의만 요청할 수 있을 뿐, 이미 현장에서 확정된 부정행위 판단을 다시 뒤집을 순 없다.

교육부 부정행위심의위원회가 접수된 부정행위 사례들을 들여다보긴 하지만, 제재 수위만 심의할 뿐 부정행위 여부를 다시 판단할 권한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학생들이 부정행위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들어 학생들 입장에선 이의제기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현행 수능시험 운영 방식 전반을 손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배 교수는 "(교육 당국이) 부정행위 범주를 너무 과도하게 잡아내는 경향도 있다"며 "행정적 비용이 들더라도 수능시험 운영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올해 수능에 대해 평가를 하는 회의에서 개선사항을 검토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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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하면 부정행위' 논란의 수능 4교시…"방식 다시 고민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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