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중기에 비싸고 질나쁜 동남아산 권하기엔"
전문가 "보조금 등 주며 생산·수입 다변화 필요"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중국이 차량용 요소 수출을 막으면서 2년 만에 '요소수 대란'이 다시 터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가운데, 그동안 요소수의 중국 의존도가 오히려 더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수입다변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의존도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정부의 소극적인 대처가 문제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5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전체 요소 수입액(기타 포함)에서 약 71%를 차지하던 중국산 요소는 지난해 약 67%까지 떨어졌다. 그러던 수입액은 올해 약 91%까지 올랐다. 지난 2021년 하반기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던 때와 비교하면 수입액 기준 중국 의존도가 높아진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그동안 수입다변화를 위해 노력했지만 현실적으로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중국산이 동남아산보다 가격이 저렴한데 품질은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게다가 롯데정밀화학을 제외한 모든 기업이 중소기업이란 점도 다변화의 어려운 점으로 거론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주 기준 동남아산 요소수가 중국산 대비 10~15% 비싸다 보니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선뜻 이를 택하기에 부담을 느끼는 것 같다"며 "동남아 요소수에서 가끔 탁한 액체가 발견되는데 소비자들이 선택을 꺼린다. 이처럼 기업 입장에선 중국산이 여러모로 값도 싸고 품질도 좋다 보니 수익성 면에서 선택하게 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요소수 사태를 겪고 정부에서도 기업들을 만나 여러 번 중국이 아닌 동남아 등에서 수입하라고 권해왔다"면서도 "수입기업이 한 곳 빼고 전부 중소기업이다 보니 정부 입장에서도 가격이 10~15%나 더 비싼 동남아 요소수를 사라고 강요하기도 쉽지 않은 노릇"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21년 하반기 전국적인 요소수 대란을 겪었다. 그로부터 2년 만인 지난 9월, 중국이 또다시 요소수 수출을 통제하면서 대란이 재연될 것이란 위기감이 고조된 바 있다. 당시에는 중국 의존도가 낮은 비료용 등이 대상인 만큼 국내에 미칠 파장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근 3개월 만에 중국이 통제 대상에 차량용 요소까지 포함하면서 문제가 확대됐다.
요소는 비료용·차량용·산업용으로 나뉜다. 앞선 대란을 겪으면서 농업·비료용의 경우 중국 의존도가 크게 낮아졌지만 차량·산업용은 여전히 의존도가 매우 높은 상황이다. 산업통상자원부 및 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기준 농업용의 중국 의존도는 17.4%에 그치지만, 차량용은 대중 의존도가 90.2%에 달한다.
현재 국내 재고와 중국 외 국가에서 국내 도입을 앞둔 물량까지 포함 총 3개월치가 확보된 상태다. 즉 3개월 내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나서지 못하면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21년과 지난 9월 2번의 사태를 이미 겪는 동안 정부의 정책이 실종된 점을 지적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2년 전 요소수 대란을 겪고도 오히려 중국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뜻은 그만큼 정부가 다변화 노력에 소홀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정부가 요소수 국내 생산을 소홀히 한 점도 지금의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성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요소수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다른 자원처럼 매장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생산 가능하다"며 "이번 사태는 3개월 비축분을 다 쓰기 전에 외교 문제로 빨리 해결하고 공급망 다변화를 이루는 것과 별개로 생산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이 스스로 수입선 다변화를 하지 않는다는 정부의 소극적 입장도 지적했다. 중국이 자원을 외교적 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전국적인 2차 대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적극적인 공급망 다변화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성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가 권한다고 스스로 더 비싼 동남아산 요소수를 수입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등의 방식으로 수입선 다변화를 유도해야 한다"며 "국내 생산도 보조금 등 여러 정책을 쓰면서 일정 비율까지 높여야 한다.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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