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방통위' 면했지만…연내 지상파 재허가 승인 어려울 듯

기사등록 2023/12/01 17:14:46

최종수정 2023/12/01 18:39:29

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합의제 기구서 '1인 의결' 쉽지 않아

지상파 재허가·YTN 최대주주 변경승인 연내 어려워

내년 4월 총선 전 가짜뉴스 종합대책 추진 등엔 영향 없을 듯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01. bluesoda@newsis.com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12.0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심지혜 윤현성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자진 퇴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첫 번째 위원장이지만 취임 100일도 채우지 못한 채 중도 하차했다. 이상인 부위원장이 당분간 위원장 직무를 대행한다. 국회 탄핵소추 전 이 위원장의 자진 사퇴로 6개월간 '식물 방통위'가 되는 사태는 피했지만, 지상파방송 재허가 승인·보도전문채널 YTN 최대주주 승인 등 주요 현안들의 연내 처리는 사실상 불가능할 전망이다.

1인 방통위, 지상파 재허가 등 현안처리 가능할까

방통위는 제6기 위원회 출범 이후 이 위원장과 이상인 부위원장 2인 체제로 운영해 왔다. 1일 이 위원장이 자진 사퇴하면서 이 부위원장은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게 됐다.

관건은 1인만 남은 상황에서의 위원회 의결 가능 여부다.

현재 방통위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3조에서는 2인 이상의 위원 요구 또는 위원장 단독으로 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회의 의결은 재적위원 과반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야당은 방통위가 2인 체제에서 29건이나 되는 안건을 의결한 것이 법률 위반이라며 이 위원장의 탄핵을 추진했다. 현 정부는 판례나 법률자문 등을 들어 방통위 설치법상 재적위원이 법정 위원수가 아닌 현 재적위원이라고 맞서왔다.

반면 1인만 남을 경우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방통위가 엄연히 합의제 기관인 만큼 단독 위원이 의결하기는 어렵다는 것. 야당이 이 위원장을 탄핵하려 했던 이유도 이러한 배경이 있다. 물론 긴급한 사안의 경우 위원장 직무대행이 의결하는 데 문제가 없다지만, 대외 명분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방통위 관계자는 “합의제 기관에서 1인 체제로 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안건을 심의·의결할 수 있는지는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방통위는 업무 공백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당장 연말로 유효기간이 끝나는 방송사에 대한 재허가 안건 처리가 시급하다. KBS, MBC, SBS 등 지상파 34개 사업자와 141개 방송국에 대한 재허가 유효기간이 이달 말에 끝난다. 기간 내 재허가를 받지 못하면 자칫 불법 방송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

YTN 최대주주 변경 승인 처리도 잠정 연기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유진기업(유진이엔티)가 신청한 YTN 최다액출자자 변경경 승인 의결을 보류했다. 방송의 공정성·공적 책임 실현과 YTN 발전을 위한 투자 계획 등을 확인한 후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후임자 언제 선정될까…이르면 이달 내 정상화

이같은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통령실은 후임 방송통신위원장 인선 작업에 곧바로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후임자를 정하고, 위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20일 이내에 인사청문회를 열어야 한다. 후임자 지명이 일사천리로 이뤄진다면 연내 방통위원장 인선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되면 지상파 재허가·보도채널 최대주주 변경 승인 건은 일정이 다소 밀릴 수 있겠지만,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방통위가 현안 과제로 언급한 가짜뉴스·포털 정책을 추진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게 관가 안팎의 관측이다.

새로운 방통위원장 인선과 맞물려 나머지 방통위 상임위원진 인선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방통위는 위원장을 포함, 5인으로 구성된다. 위원장과 상임위원 1인은 대통령이 지명하고 나머지 3인은 국회가 추천한다. 3인 중 2인은 대통령이 소속되지 않은 정당의 교섭단체(야당)가 추천한다. 현재 이상인 방통위 부위원장은 대통령이 지명했다.

야당 몫으로 지난 3월 최민희 전 의원이 상임위원 후보자로 추천된 후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됐으나 자격 논란으로 임명이 7개월가량 지연되다 결국 지난달 자진 사퇴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이진숙 전 대전 MBC 사장을 상임위원으로 지난 8월 추천했으나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2.01. bluesoda@newsis.com
[과천=뉴시스] 김진아 기자 =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일 오후 경기 과천 방송통신위원회 브리핑실에서 사퇴 관련 입장을 밝힌 후 인사를 하고 있다. 2023.12.01. [email protected]

이동관 "탄핵소추 따른 방통위 공백 우려…거야 압력 떠밀린 것 아냐"

이 위원장은 이날 윤 대통령이 사의를 수용해 재가가 나자 과천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사퇴 배경에 대해 “방통위원장직을 사임한 것은 거야(巨野)의 압력에 떠밀려서도 아니고, 야당 주장처럼 정치적 꼼수는 더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국가와 인사권자인 대통령을 위한 충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거대 야당이 국회에서 추진 중인 저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질 경우 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지 알 수 없다"며 "그동안 방통위가 사실상 식물 상태가 되고 탄핵을 둘러싼 여야 공방 과정에서 국회가 전면 마비되는 상황을 제가 희생하더라도 피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라고 말했다.

이어 "거대 야당이 숫자의 우위를 앞세워 밀어붙이는 탄핵의 부당성에 대해선 이미 국민 여러분께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탄핵소추는 비판 받아야 마땅하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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