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립학회서 한영 최고과학자 미래포럼
"양적→질적 성장으로…국가 R&D 전환"
"과학기술 협력파트너 영국 연대 희망"
왕립학회장 "내년 한영 협력 프로그램"
[런던·서울=뉴시스] 박미영 김승민 기자 =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연간 230억 달러가 넘는 국가 R&D 재정을 민간과 시장에서 투자하기 어려운 기초원천기술과 세계 최고를 지향하는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중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영국 왕립학회에서 열린 '한영 최고과학자 미래 포럼' 기조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의 국가 R&D 지원 체계 전환을 알리고, 기술 강국인 영국과의 연구 협력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양적 위주의 성장에서 질적 위주의 성장으로, 그리고 추격형에서 선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해 이를 뒷받침하는 국가 R&D 지원체계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영국 왕립학회 회원들과 같은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의 글로벌 연구 협력과 교류도 적극 확대하겠다. 대한민국 정부는 과학기술 협력 파트너로서 영국과의 공고한 연대를 제안하고, 희망하고 있다"며 양국 과학자들이 긴밀히 협력하고 연구를 공유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오랫동안 교류해온 영국 왕립학회와 한국의 기초과학연구원, 과학기술한림원이 중심이 돼 세계 최고의 연구 성과를 창출하고, 미래 연구자를 함께 양성할 수 있는 공동 프로그램을 추진해 주시기 바란다"며 "대한민국 정부가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아이작 뉴턴, 찰스 다윈, 아인슈타인 등 역사를 바꾼 거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왕립학회에서 최고과학자들과 함께 과학의 역할과 미래협력 얘기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연설을 시작했다.
이어 "우주, 자연, 생명의 근원적 원리를 밝히고, 진리를 찾고자 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과 헌신은 현대문명의 근간이 되고 있다"며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진보하는 데 뉴턴 시절부터의 도전정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영국이 선도한 산업혁명은 바로 과학혁명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고 이것이 현대의 디지털혁명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과학은 늘 인류 공동 번영과 협력을 지향해 왔다"고 했다.
그러면서 "천재 한명이 세상을 바꾸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인재들이 함께 공동연구하고 새로운 지식 창출해내는 것이 현대과학기술 발전의 특징으로, 이제 우리에게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협력과 연대를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코로나 팬데믹, 에너지 자원 고갈, 기후위기 등 글로벌 도전과제들을 언급하고 "한 나라의 기술혁신과 노력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렵다"면서 "대한민국은 영국 왕립학회와 같은 세계 최우수 연구자들과 글로벌 연구 협력을 적극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거인 어깨 위에 올라서면 더 멀리 볼 수 있다'는 뉴턴의 말을 인용하며 "오늘 여기 모인 최고과학자들의 연대와 협력이 한영 젊은 과학자들에게 거인의 어깨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연설을 마무리했다.
발제자로 나선 로이 앤더슨 임페리얼 칼리지 교수는 생물학적 치료제와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한영 양국간 협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한-영 과학 협력이 더욱 강화되어 시급한 글로벌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젊은 과학자들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드리안 스미스 왕립학회 회장은 2024년부터 왕립학회와 한국연구재단간에 450만 파운드 규모의 한-영 국제협력 프로그램을 만들 계획이고, 이는 젊은 과학자 중심으로 운영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은 중이온가속기, 우주입자연구시설, 초강력레이저시설 등 IBS의 우수한 첨단 연구시설을 소개하며 양국 과학자들이 이를 함께 활용하여 우수한 국제연구 성과를 함께 창출하자고 제안했다.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 연구단장은 "국제협력연구는 인류공영에 이바지할 성과를 낼 것"이라며 "옥스퍼드 대학에 유학 시절에 차를 마시며 다른 분야 연구자들과 성과를 교류한 것이 연구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공동 발제에 나선 이상엽 카이스트 부총장은 "양국의 과학자들이 다양한 과학기술분야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길 바란다"며 바이오테크놀러지 분야 합성생물학 연구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자들의 다양한 제언을 들은 뒤 "최고 과학자들과 함께 과학의 역할과 미래, 협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하며, 오늘의 논의가 인류의 역사를 바꿀 새로운 연구 성과가 싹트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행사에 앞서 케이스 무어 왕립학회 도서관장의 안내로 360여 년간 모든 회원들의 서명이 담긴 왕립학회 헌장, 뉴턴의 만유인력의 법칙 등이 담긴 서적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 초판 원고인 프린키피아, 뉴턴 사망한 직후 예술가 마이클 리스브랙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뉴턴 데드마스크', 1671년 천체 관측용으로 제작된 뉴턴 반사 망원경, 뉴턴의 머리카락, 왕립학회가 1665년 3월6일 발간한 세계 최초의 과학저널인 왕립학회 회보, 찰스 다윈이 비글호 항해 중 사용한 기압계, 18세기 독일의 식물학·곤충학자이자 식물화가인 게오르크 에레트의 식물화 30여 점 등 왕립학회의 주요 소장품을 살펴봤다.
포럼에는 왕립학회 측에서 아드리안 스미스 회장, 마크 월포트·조나단 키팅·앨리슨 노블 부회장, 오톨린 레이저 영국 연구혁신기구(UKRI) 대표, 줄리 막스턴 왕립학회 사무총장, 미셸 도넬란 영국 과학혁신기술부(DSIT) 장관 등이 참석했다.
우리 측에서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최상목 경제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윤여철 주영국대사, 노도영 기초과학연구원장, 이상엽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 김빛내리 기초과학연구원 RNA연구단장 등이 자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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