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병원 네 곳 공격으로 사상자 속출
"겁주기 위한 공격이 너무 지나치다"
이스라엘군 "병원 민병대 발포하면 응사"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이스라엘군이 포위한 가자 시티의 중심 병원 등 여러 병원들에 피신해 있는 팔레스타인 주민 수천 명이 10일 밤(현지시간) 병원 주변이 공격받자 피신하기 시작했다고 미 폴리티코(POLITICO)가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가자 시티 공격 강도를 높임에 따라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갈수록 절박하게 안전지대를 찾아 나서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군사시설이 가자 시티 병원 주변에 있다고 밝히고 최대 병원인 시파 병원 내부와 지하에 하마스의 주 사령부가 있다고 밝혀왔다.
지난 이틀새 10만 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남쪽으로 피신했다고 이스라엘이 밝혔다. 그러나 폭격이 계속되면서 여전히 큰 위험에 직면해 있다. 지난 밤 동안 가자 북부 병원 네 곳에 대한 폭격이 있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병원에 피신한 수만 명의 안위가 위태롭다.
병원 주변 전투
병원 마당을 촬영한 동영상에 임시 대피소에 있던 사람들이 총성에 놀라 깨는 모습과 앰뷸런스를 부르는 고함소리가 나온다. 피가 흥건한 병원 마당 바닥에 다리가 잘려나간 것으로 보이는 남성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알-키드라 대변인은 이스라엘이 공격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이스라엘군은 그러나 시파 병원에 대한 공격 가운데 1차례는 인근 하마스 민병대의 오발에 의한 것이라고 밝혔다.
가자 보건부에 따르면 시파 병원 피신 난민이 6만 명에 달한다.
10일 새벽의 병원 공격으로 이들이 대거 피난길에 나섰다. 오전 10시 쯤 많은 인원이 소지품을 메고 남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가자 보건부 대변인은 알자리라 방송에 3만 명 이상의 피난민, 의료인력, 환자가 병원에 남아 있다고 밝혔다.
집이 폭격당하면서 부상해 시파 병원에 입원했다가 탈출한 언론인 와파 아부 하자즈는 “공격이 사람들을 겁주기 위한 것이었으며 성공했지만…너무 심해졌다”고 말했다.
가자 보건부가 10일 공개한 동영상에 축 늘어진 채 들것에 실려 있는 어린이들이 핏자국으로 물든 병원 복도에 있었으며 일부는 숨지고 일부는 거의 숨을 쉬지 않는 모습이다. 의약품이 부족해 치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도 있으며 숨을 헐떡이는 남성도 있다.
모함메드 아부 셀미아 시파병원장은 이스라엘이 병원을 떠나라고 하지만 많은 환자들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가자 보건부는 시파 병원에서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부상했으며 나스르 의료센터 인근에서 발생한 공격으로 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아부 셀미아 병원장은 난민들이 피신한 학교가 공격 당해 최소 25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가자 북부에서 유일한 소아 병원인 나스르 병원이 이번 공격으로 폐쇄됐다고 세계보건기구(WHO) 마가렛 해리스 대변인이 밝혔다.
이스라엘군 대변인 리차르드 헤흐트 중령은 병원이 “민감한 곳임”을 잘 알고 있으며 군대가 병원에 서서히 접근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스라엘은 “병원에 발포하지 않는다”면서 그러나 민병대가 병원에서 발포하는 것이 발견되면 “응사해” 사살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난 행렬
배고프고 탈진한 이들이 안도와 분노, 절망감을 표시한다. 림 아산트(50)은 가자 시티를 벗어나는 동안 도로에서 시신들을 봤다고 했고 아부 유세프는 “병원에서 아이들이 죽었다. 매일 여자들이 수백 명씩 죽는다. 집들이 무너져 내린다. 인권은 어디로 갔나? 유엔은 뭐하나? 미국은 뭐하나? 국제형사재판소(ICC)는 뭐하느냐? 세상이 왜 가만히 있느냐”고 소리쳤다.
이스라엘은 10일 4시간으로 정한 살라 알-딘 도로를 통한 난민 대피 시간을 6시간으로 늘리고 해안가 도로를 추가로 대피로로 지정했다.
가자 주민 230만 명의 3분의 2 이상이 전쟁 시작 이래 집을 떠났다. 이스라엘은 가자 북부 110만 주민 가운데 85만 명 이상이 떠난 것으로 본다고 조나산 콘리쿠스 군대변인이 밝혔다.
사망자 증가
앤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10일 “지나치게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숨지거나 고통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이 최근 민간인 희생을 줄이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긍정적이지만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바버라 리프 미 국무부차관보는 이번 주 의회에서 가자 보건부 발표보다 사망자가 더 많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당국자는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1200명 이상이 숨졌으며 가자 지상공격이 시작된 이래 41명의 이스라엘 군인이 숨졌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교부는 10일 1400명으로 밝혀온 사망자수가 1200명이라고 줄여서 발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