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 부츠로 유명한 '미스치프(MSCHF)' 세계 최초 개인전
사탄 운동화부터 루이 비통 핸드백 등 총 100점 전시
마우리치오 카텔란과 같은 페로탕갤러리 소속 작가
굿즈샵으로 시작하는 전시, 성경책 같은 전시도록 압권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잠자던 대림미술관이 도발하듯 깨어났다. 피 한방을 넣은 '사탄 운동화'와 소금 한 알만한 초소형 명품 가방, 빨간 '아톰 부츠'로 '셀럽시장'에 기발함을 선사한 '미스치프(MSCHF)'를 서울에 모셔(?)왔다.
10일 개막하는 대림미술관의 'MSCHF: NOTHING IS SACRED'는 악동 그룹 '미스치프'를 전 세계 최초로 미술관으로 이끌어낸 전시다. 미스치프가 생산해 낸 인터랙티브 게임, 오브제, 회화, 퍼포먼스 등 다양한 분야의 100여 점이 총망라됐다.
상업씬에서 성공을 누린 미스치프를 예술의 반열에 올려 세워 올해 초 '마우리치오 카텔란'으로 화려하게 재개한 리움미술관에 도전장을 내민 분위기다. 물론 리움미술관보다는 대림미술관이 선배다. 1996년 대림건설이 대림문화재단을 설립해 2002년 대림미술관을 개관했고, 2004년 삼성문화재단이 리움미술관을 열었다. 메세나 기업의 앞선 행보였지만, 규모와 전시 기획력 면에서 리움미술관에 뒤쳐졌다. 반면 대림미술관은 고상한 미술관의 틀을 깨고 리움미술관 보다 먼저 대중과의 접점을 넓혔다.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술관’이라는 비전(Vision)으로 동시대 핫한 작가와 패션·디자인 전시를 잇따라 개최 흥행해, '젊은 미술관', '줄 서는 미술관'으로 자리 잡았다. 사립미술관의 전시 경쟁은 문화예술을 더욱 풍요롭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즐거운 동행'이다.
상반기 리움미술관 카텔란 전시가 'MZ들의 놀이터'였다면, 하반기 대림미술관 '미스치프' 전시는 잘파세대(Z+Alpha)의 필람코스로 인증될 듯하다.
권위 도발 대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약과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 외 다른 모든 것은 살 수 있다."
미스치프는 명품브랜드, 식품, 의약품, 도서 등 장르를 넘나들며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선보인 작품들을 통해 상업성과 희소성의 이중적 특성을 간파한다.
래퍼 릴 웨인(Lil Wayne), 프로듀서 디플로(Diplo) 등 유명 셀럽들이 앞다투어 인증샷을 올려 화제가 된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로 대중들에게 특히 알려졌지만, 나이키 에어맥스 97을 커스텀하여 제작한 예수 신발(JESUS SHOES)과 '사탄 신발(SATAN SHOES)'을 나이키와 협의 없이 출시해 법정 분쟁에 휘말리면서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도발적인 ‘시비’…돈 버는 재주도 탁월
‘예수 신발(Jesus Shoes)’은 예수님과 컬래버레이션을 한다며 나이키 에어맥스 97 에어솔 부분에 성수를 넣고 판매,2019년 구글에서 가장 많이 검색된 신발로 등극했다. 이에 더해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협업하여 만든 나이키 운동화 에어솔에 진짜 사람 피 한 방울을 넣어 만든 신발 ‘사탄 신발(Satan Shoes)’ 666켤레를 선보이기도 했다.
돈 버는 재주도 탁월하다. 미스치프는 극도로 낮은 해상도로 '블러' 처리된 돈뭉치 모양의 피규어를 20달러, 한화 약 3만 원에 판매했고 이는 단 몇 분 안에 매진되었다. 다양한 국가의 에디션으로 선보인 ‘블러(Blur)시리즈’는 충동구매의 극단적인 끝을 실험한 작품이라고 밝혔다.(한국의 화폐 5만 원권 단위의 에디션을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소금 한 톨보다 작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아야 하는 루이비통 가방을 경매로 선보여 원래 가격의 4배가 넘는 6만3000달러, 한화 약 8400만 원에 판매되어 화제를 일으켰다.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 버킨백의 가죽을 해체하고 가공하여 만든 대중적인 아이템 버켄스탁 샌들 ‘버킨스탁(Birkinstock)’을 선보여 최고가 9000만 원대로 판매한 바 있으며, 현실의 제약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고 밝힌 만화 아톰 부츠 ‘빅 레드 부츠(Big Red Boot)’ 등을 선보여 유명 스타들의 소장욕구를 자극했다.
미스치프 장난 짓…예술가들도 예외는 아니다
또 세계적인 아티스트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의 스팟 페인팅 시리즈 중 하나인 L-Isoleucine T-Butyl Ester(2018)을 구매한 뒤 작품의 88개의 점을 각각 오려내어 총 88점의 작품과 그 틀을 되팔며 7배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또 방탄소년단(BTS)의 입대를 소재로 게임 프로그램인 ‘BTS IN BATTLE’을 출시하기도 했다.
리미티드 에디션으로 발표해 매진되고 다신 재판매(리셀) 열풍을 일으키는 미스치프의 화제와 논란의 상품들은 현대인의 물질적 소유와 소비 심리를 찌르며 예술로 올라서고 있다.
'벽에 붙인 바나나' 등 그동안 미술계에서 도발의 권위자였던 카텔란과 한 식구가 되어 '짓궂은 장난'은 현대 미술사를 새롭게 쓸 것으로 보인다. 카텔란이 전속으로 있는 세계적인 현대미술 갤러리인 페로탕(Perrotin)갤러리가 미스치프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11월 페로탕 뉴욕에서 개인전도 연 바 있다.
"건드지 못할 성역 없다 집착같은 열정"
전시 개막을 앞두고 8일 한국 기자들을 만난 미스치프 멤버 3명은 "팀원들이 탐색하는 공통의 언어는 무엇인가를 창출해 내는데 집착 같은 열정이 있다"며 "예술가 디자이너 개발자 변호사 등 20여 명이 모인 미스치프는 세상이 정의할 수조차 없는 퍼포먼스 아트를 실행하는 그룹"이라고 했다.
"이 세상에 건드리지 못할 성역, 신성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예술, 종교, 기술 등 보편화된 사회 분야의 인식을 타파하는 이들의 상품이 이제 작품으로 변신 우월함을 과시하는 전시가 아이러니하다. 현대미술은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것을 증명한다. 1층에 굿즈 판매 매장을 둔 대림미술관은 2~4층에서 전시를 펼친다. 대담하고 발칙한 성경책 같은 전시 도록도 압권이다. 전시는 2024년 3월31일까지. 관람료 3000~1만7000원.
미스치프(MSCHF)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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