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11월 경제동향…"美 금리 상승·중동 불안 고조"
[세종=뉴시스]임하은 기자 = 우리 경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부진이 완화하고 있지만 미국의 시장금리 상승과 중동 정세 불안 고조로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11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은 여전히 불확실한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 부진이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경기부진에 대해 지난 8월 전망에서 '점진적으로 완화', 9월 '다소 완화', 10월 '점진적으로 완화'라는 표현을 썼다.
이달은 반도체를 중심으로 제조업생산과 수출의 부진이 완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9월 전산업 생산은 전월(1.3%)보다 높은 2.8%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특히 광공업생산(3.0%)은 정보기술(IT) 수요 회복세로 반도체(8.4%→23.7%)가 대폭 증가하면서 부진이 완화했다.
서비스업생산(2.2%)은 지난해 기저효과로 전년 대비 기준으로는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여행수요가 확대되면서 숙박 및 음식점업(2.4%), 운수 및 창고업(2.2%) 등을 중심으로 0.4%의 양호한 증가세를 지속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73.2%)이 전달에 이어 높은 수준을 지속했고, 재고/출하 비율(124.3%→113.9%)은 큰 폭 하락해 제조업이 점차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제조업 부진이 완화되고 서비스업이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하방 요인으로 제조업 기업심리는 위축된 모습이다. 제조업 업황전망기업실사지수(BSI)는 수출 부진 완화에도 불구하고 9월 67, 10월 69, 11월 71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비제조업 업황전망기업실사지수도 9월 76, 10월 77, 11월 69로 큰 폭으로 하락했다.
건설업생산은 전월(10.8%)에 이어 14.5%의 높은 증가율을 지속하고 있다. 다만 선행지표인 건설수주가 13조1000억원으로 최근 5년 평균(15조1000억원)을 크게 하회하고, 주택착공(-63.6%)도 큰 폭으로 감소하면서 향후 주택건설을 중심으로 둔화할 것으로 관측됐다.
9월 취업자 수는 건설업 고용이 늘면서 전월(26만8000명)보다 증가폭이 확대된 30만9000명 증가했다.
10월 수출(-4.4%→5.1%)은 반도체를 비롯한 대부분의 품목에서 부진이 완화했다. 특히 미국으로의 수출(8.5%→17.3%)이 대폭 증가했고, 중국 수출(-17.6%→ –9.5%)은 여전히 부진하나 감소폭이 축소됐다.
다만 고금리 기조로 인해 상품소비와 설비투자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
서비스소비는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고금리 기조와 소비심리 약화 등으로 상품소비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이다.
소매판매(-4.7%→-1.9%)의 감소폭이 축소됐지만 이는 주로 기저효과에 기인했으며, 전월 대비로는 0.2%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소비자심리지수(99.7→98.1)가 하락해 소비 여건이 악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설비투자 역시 고금리 기조가 지속돼 전반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9월 설비투자(-14.6%→-5.7%)는 반도체 생산 부진 완화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재고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해 신규 투자 수요는 낮았다. 또 9월 국내기계수주(-24.0%→-20.4%), 10월 반도체제조용장비 수입액(-2.1%→-18.4%) 등 선행지표가 부진한 모습을 보여 투자 여건이 제한적임을 나타냈다.
10월 소비자물가는 변동성이 높은 석유류와 농산물에 주로 기인해 전월(3.7%)에 이어 3.8%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아울러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따른 유가의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세계 경제는 고물가에 대응한 긴축 통화정책과 중동의 정세 불안이 지속돼 경기의 불확실성이 높은 것으로 진단했다.
KDI는 "미국 시장금리 상승의 영향이 파급되며 국내 시장금리도 상승함에 따라 내수 경기를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며 "아울러 지정학적 긴장 고조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