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오는 23일 종료
환경부, 돌연 계도기간 연장 및 규제 완화 시사
"계도기간 중 소상공인 위한 정책 마련했어야"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정부가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종료 20여일을 앞두고 돌연 계도기간을 연장하고 규제를 완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에서는 환경정책의 역주행이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지난해 11월 식당에서 일회용컵·플라스틱빨대 등 일회용품 사용을 금지하고 1년 간의 계도기간을 시행했다.
예정대로 계도기간이 끝나면 오는 24일부터 ▲매장 내 플라스틱 빨대·젓는 막대 사용금지 ▲매장 내 일회용 종이컵 사용금지 ▲편의점 일회용 봉투 사용금지 등 규제가 본격 시행된다. 위반 시 최대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계도기간 종료를 코앞에 두고 환경부가 기간 연장 및 규제 완화 쪽으로 선회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지난 2일 서울 양천구의 한 개인 운영 소규모 카페에서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자들로부터 일회용품 규제로 인해 소상공인의 애로사항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그리고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소상공인 부담은 덜고 현장 수용성은 높인 일회용품 정책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환경부가 소상공인의 경영부담 등을 이유로 일회용품 규제 계도기간 연장과 규제 완화 방침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환경부가 이르면 다음 주 이런 방침을 발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두고 환경단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김미화 자원순환사회연대 사무총장은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스타벅스 등 대형 프랜차이즈 커피 매장에서는 이미 플라스틱 빨대 및 일회용 컵 등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며 "개인이 스스로 규제에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소상공인이 부담을 느끼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해서 계도기간을 연장하는 것은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며 "정부는 1년 간의 계도기간 동안 소상공인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정책을 마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아무 대책 없이 손만 놓고 있다가 계도기간 종료는 다가오고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대책은 없고 하니 연장하는 것 아니겠냐"고 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계도기간 연장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낼 것이 아니라, 제도를 시행하면서 소상공인을 지원할 수 있는 단계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탈플라스틱은 전세계적인 움직임"이라며 "일회용품 규제 정책은 하루 빨리 실시해야 한다"고 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는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인터넷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는 최근까지도 일회용품 규제 시행 준비를 하는 자영업자들의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빨대 대신 생분해 빨대를 사용해도 되는 지, 이쑤시개는 매장 내에 비치해도 되는 것인지, 식당 내 커피 자판기는 규제 위반인지 등을 묻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 보도를 통해 계도기간이 연장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혼선을 빚는 모습이다. 아직 준비를 하지 못한 소상공인들은 환영하는 분위기지만, 준비를 마친 자영업자들은 "준비한 사람만 바보 되는 것이냐"는 반응도 나온다.
한 소상공인은 "정부에서 지침만 만들어 놓고 제대로 안내를 해 주지 않으니 현장에서는 혼선만 빚어지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일부 소상공인들은 "총선을 앞두고 자영업자의 표를 무시할 수 없어서 연장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등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포퓰리즘(인기영합) 정책의 일환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