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늘리면…"낙수효과 발생" vs "쏠림 여전할것"

기사등록 2023/10/17 13:43:47

최종수정 2023/10/18 08:07:56

정부 "낙수 효과로 필수의료·지방의사 늘어날 것"

의료계 "필수의료·지방유입 동인 없인 효과 의문"

[홍성=뉴시스] 정부가 이번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필수의료 인력이 늘어나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필수의료와 지방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충남도 홍성의료원 공공의료서비스 모습.(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3.10.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홍성=뉴시스] 정부가 이번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의대정원이 늘어나면 필수의료 인력이 늘어나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지만 의료계는 필수의료와 지방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강경대응 입장을 밝히고 있어 혼란이 예고되고 있다.충남도 홍성의료원 공공의료서비스 모습.(사진은 기사내용과 관련이 없습니다) 2023.10.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백영미 기자 = 정부가 이번주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원이 늘어나면 필수의료 인력이 늘어나는 등 소위 '낙수효과'가 발생할지 주목된다.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는 필수의료와 지방의 위기를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17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주 현재 고등학교 2학년들이 대입을 치루는 2025학년도를 목표로 의대정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대정원 확대 규모는 1000명 안팎부터 파격적인 수준까지 다양하게 거론되고 있다.

의대 정원은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의사단체의 요구로 351명이 줄어든 뒤 2006년 이후 17년간 3058명으로 묶여 있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임상 의사 수는 2.1명(한의사 포함 2.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7명)을 밑돌고 있다.

정부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의사 부족에 허덕이고 있는 필수의료와 지방에 근무하는 의사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졸업생들이 수도권이나 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등에 집중돼 시장이 포화되면 지방이나 필수의료 분야로 진출하는 의사도 늘어날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환자가 소아청소년과, 외과, 흉부외과 등 응급실 배후 진료과 의사 부족으로 응급실을 전전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의료 과목은 물론 다양한 진료과 의사를 구하기 힘든 심각한 '지방의 의료공백' 해결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의대 정원을 늘려도 의료 현장에 배치되려면 10년 이상이 걸려 지금 배출되는 의사 수를 늘리지 않으면 필수의료나 지방을 살릴 기회조차 확보할 수 없다"면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필수의료 수가(진료비)를 올리고 지역에 거주하는 의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안 등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또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의료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우리나라가 2025년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 이상인 초고령 사회에 진입하고 2050년 고령인구 비중이 40%를 넘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재 의대 정원을 그대로 유지하면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발생하는 보건의료 문제를 맞닥뜨리게 돼 장기적 관점에서 의대정원 확대를 고려해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중 증가 등의 영향으로 의료 수요가 크게 늘어 2050년 의사(한의사·치과의사 제외)가 최대 2만2000명 부족해질 것이라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추계 결과도 있다. 권정현 KDI 연구위원은 "의사 한명당 업무량을 2019년 수준으로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 외래진료, 입원 등 의료 수요에 대응하려면 2050년 최대 2만2000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의료계에서는 의대 정원을 늘린다 하더라도 필수의료와 지방의료 문제를 해결하긴 어렵다며 낙수효과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사 수 부족이 문제가 아니라 특정 과목과 지역에 의사가 쏠려 있는 게 문제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필수의료 현장에 인력이 유입되고 진료를 유지할 수 있는 동인이 없으면 늘어난 인력이 피부미용, 성형, 안과 같은 분야로 진출해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현재 의료현장의 필수의료, 지방 의사들의 이탈을 막고 특정과 쏠림 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처우 개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 부담 경감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방의 한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는 10년 이상 뒤 효과를 볼 수 있어 단기적 효과를 기대하긴 힘들다"면서 "굳이 힘든 과를 가느니 차라리 전문의를 하지 않겠다는 의대생도 많아 처우 개선이 꼭 필요하고, 수가도 조정한다면 중증·응급환자를 많이 볼수록 인정해 주는 방향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사단체들은 의료계와 합의 없이 의대 증원에 나선다면 총파업 등 총력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는 지난 16일 성명을 내고 "의대 정원 확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법 정비와 재정 투입 등을 생략하고 단순히 의대 정원을 늘리려 하고 있다"면서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으로 총력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이날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의료 전문가들과 상의 없이 의대 정원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소아외과 의사는 전국에 40명이 채 되지 않아 대가 끊길 지경이고, 소아과 의사들은 의료소송에 시달리고 있는데 관련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의대 정원 증원 방침을 즉각 중단하지 않을 경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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