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 개편]고교 내신 논·서술형 문제 확대…수능 도입은 유보

기사등록 2023/10/10 15:01:00

최종수정 2023/10/10 17:22:04

5지선다형 대신 논·서술형 평가법 확대 시동

절대평가도 대학에 자료 제공…대입활용 유도

논·서술형, 교육청마다 20~30% 수준 권장 중

수능 도입 유보…이주호 "평가 역량 강화부터"

[서귀포=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22일 오전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를 방문해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과 관련한 학교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10.10. photo@newsis.com
[서귀포=뉴시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월22일 오전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이 이뤄지고 있는 제주 서귀포시 표선고등학교를 방문해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과 관련한 학교 현장의 의견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DB). 2023.10.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정현 기자 = 지식 암기 위주의 평가를 지양하기 위해 이르면 내년부터 고등학교에서 논·서술형 문항만으로 내신 평가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10일 교육부는 올해 중학교 2학년 학생부터 적용될 '2028학년도 대학입시제도 개편 시안'을 발표, 내년 안에 교육부 훈령인 '학교생활기록 작성 및 관리지침'을 개정해 논·서술형 문항만으로도 내신 평가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존 5지선다형 평가는 산업구조가 빠르게 바꾸는 현대 사회에서 구시대적인 지식 암기형 교육을 유도하는 만큼, 사고력과 문제해결력을 기를 수 있는 논·서술형 평가 방식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취지다.

고교학점제가 시범 운영되고 대구, 제주 등에서 국제 바칼로레아(IB) 교육과정이 도입돼 논·서술형 평가가 확대되고 있지만, 여전히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의 논·서술형 평가 권장 비중은 20~30% 수준이다.

다만 훈령이 고쳐진다고 해서 당장 모든 내신 평가가 논·서술형 방식으로 전면 개편되기보다 고등학교의 평가 부담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여겨진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대입개편안 관련 정책토론회에서 "좋은 수업과 논·서술형 평가로의 개편도 지금처럼 교육부가 탑-다운으로 공문을 하달하는 식으로 하면 달성할 수 없다"고 했다. 운영 비율은 협의로 정한다는 것이다.

교육부가 지난달 대입 개편안에 대해 벌인 중학교 학부모 대상 표적집단면접(FGI)에서도 논·서술형 문제가 학업 수준을 적절히 평가할 수 있다고 보지만, 학교에서 글쓰기 경험이 부족해 우려된다는 의견이 나왔다.

다만 대입 수능에서의 논·서술형 문항 도입에 대해서는 아직 반대가 많은 상황이다. 학부모 FGI에서도 선다형은 정답 찍기 문제가 있으나, 논·서술형은 채점 방식의 공정성에 대한 불신이 크고 지금 당장 도입할 경우 사교육 과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본의 경우도 2020년 우리나라의 수능에 해당하는 '센터시험'을 폐지하고 '대학입학 공통테스트'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논술형 문항을 도입하려 했으나 무산됐다. 민간 사업자에게 채점을 위탁하려다 채점자의 질, 기준 타당성, 일정상의 문제 등이 제기돼 도입이 연기됐다.

이 부총리는 "논·서술형 수능은 교육계에서 많은 도입 요구가 있어 검토했지만 이번 시안에는 반영하기가 너무 이르다고 판단했다"며 "교사들의 평가 역량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논·서술형 문제를 도입하면 사교육 유발 효과가 굉장히 클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고 했다.

교육부는 오는 2025년 고등학교 1학년부터 전(全) 학년 모든 과목에서 5등급 상대평가와 병기되는 5단계 성취도 평가(A~E, 절대평가)가 도입되면서 평가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정책도 병행 추진한다.
[서울=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성동고등학교에서 고교생과 박사 연구자가 함께하는 독서·토론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3.10.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지난 6월23일 오후 서울 중구 성동고등학교에서 고교생과 박사 연구자가 함께하는 독서·토론 수업을 참관하고 있다. (사진=서울시교육청 제공) 2023.10.1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고교에서 절대평가 관련 자료인 ▲성취도 ▲성취도별 분포 비율 ▲과목평균 ▲수강자 수를 모두 대학에 제공해 대입 전형자료로 활용하도록 유도한다. 단, 상대평가 석차등급과 합치면 수험생의 구체적인 내신 등수를 알 수 있는 표준편차는 대학에 주지 않는다.

교육부 훈령을 보면 성취도 평가는 성취율이 90% 이상이면 A, 80% 이상 90% 미만이면 B를 부여하는 식이다. 총점 대비 일정 점수만 획득하면 A를 얻을 수 있다.

2005년 이전 수·우·미·양·가 '평어' 형태로 절대평가 방식의 내신이 운영됐지만 학교에서 내신을 쉽게 내 최고 등급을 몰아주는 부풀리기 현상이 지적된 바 있다.

또 고교학점제가 시범 도입된 이후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일선 고교의 절대평가 운영 실태를 살핀 연구 결과, 지난해 A등급 비율이 일반고는 22%였으나 과학고는 59%, 외국어고는 48%, 자사고는 33%로 나타났다.

이럴 경우 대학이 절대평가를 불신해 대입 전형자료로 쓰지 않을 수 있다. 절대평가가 무력화되면 상대평가와 비교해 경쟁 부담이 덜해 학생들이 과목을 부담 없이 택할 수 있도록 하는 고교학점제도 무력화될 수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교육과정 과목별로 구체적인 성취수준 도달 정도를 표준화한 국가수준 평가기준을 개발해 고교 현장에 보급하고, 평가관리센터에서 전체 고교의 평가 현황을 점검하며 학교별 평가 공시도 강화한다.

2025년까지 모든 고교 교사가 논·서술형과 성취도평가를 문제 없이 운용할 수 있도록 핵심·선도교원 3000명을 육성해 한 사람이 고교 1곳을 전담 지도한다. 연구대회와 교사 학습공동체도 운영을 지원할 방침이다.

교육계에서는 5등급 상대평가가 전 과목에 시행되면서 아무리 고교에서 절대평가 전형 자료를 제공해도 대학이 외면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많다.

이에 교육부 관계자는 "지금도 상위권 대학 중 일부는 수시에서 정량적으로 내신 점수를 쓰지 않고 정성평가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며 "동점자가 발생해도 다단계 전형으로 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를 활용해 가려내지 내신으로 판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교육부 간부는 "앞으로 절대평가가 신뢰를 갖게 되면 수시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에서도 일정 정도 절대평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가면서 고교학점제 취지를 달성하는 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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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입 개편]고교 내신 논·서술형 문제 확대…수능 도입은 유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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