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위기임신부 '익명출산' 가능…부작용 최소화하려면

기사등록 2023/10/07 09:30:00

최종수정 2023/10/07 09:33:30

위기임신부에 출산·양육 지원 상담·서비스 연계 필수

장애아 유기·아동의 '친부모 알 권리' 침해 우려 존재

"공공서 상담 맡아야…보편적 상담체계 구축必" 제언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국회 통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07.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 국회 통과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10.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최근 잇따라 발생한 영유아 사망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내년 7월부터 의료기관 출생통보제와 함께 위기임신부의 익명출산을 허용하는 보호출산제가 본격 시행된다.

병원 밖에서 위험하게 아이를 출산하거나 영아유기·살해를 막기 위한 취지이지만, 일각에서는 오히려 영유아 유기를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 가급적 위기임신부가 아이를 직접 양육할 수 있도록 충분한 상담과 지원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한다.

7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위기 임신 및 보호출산 지원과 아동 보호에 관한 특별법안'(보호출산제)이 지난 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 7월19일 '출생통보제'와 동시에 시행된다.

아동이 출생한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정보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직접 통보하도록 하는 '출생통보제'는 여야 이견 없이 지난 6월 국회에서 통과됐다.

취지와 달리 '병원 밖 출산'이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자 보완책으로 보호출산제가 추진됐다. 신원 노출을 꺼리는 임신부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만 임신부는 '보호출산'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선택하기에 앞서 직접 아이를 낳아 양육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지역 상담지원기관은 위기임신부에게 양육을 설득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연계해준다. 출산·원가정 양육지원 상담을 거친 후에도 임신부가 여전히 보호출산을 희망할 경우, 신청방법과 절차를 설명 듣고 의료기관에서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된다.

친모는 보호출산을 신청할 때 자신의 이름, 보호출산을 선택하기까지의 상황 등을 작성해 남겨야 한다. 이때 작성한 서류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영구 보존되며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사람은 성인이 된 후에 서류의 공개를 요청할 수 있다.

위기임신부를 보호출산 전 상담과 정보 제공, 필요한 서비스를 연계하는 역할은 중앙상담지원기관과 지역상담기관이 담당한다. 구체적으로 각 상담지원기관은 ▲위기임신부의 출산 및 양육 지원을 위한 상담·정보 제공 및 필요한 서비스 연계 ▲아동 보호에 관한 상담·정보 제공 및 보호조치 연계 ▲보호출산에 관한 상담과 정보 제공 ▲위기임신부 상담 전화 운영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보호출산제가 양육 포기를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이에 대한 보완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은 지난 6일 본회의에서 "원치 않은 임신 예방과 양육에 대한 지원이 부족한 현실은 방치한 채 보호출산제만 통과된다면 아동을 유기하는 통로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면서 "장애아동을 키우기 어려운 사회적 환경을 감안한다면 장애아동임을 인지하는 순간 익명출산제를 고민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의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보호출산을 통해 태어난 아이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자신의 출생증서 공개를 청구할 수 있지만 이는 생모가 동의할 경우에만 공개된다. 생모가 동의하지 않거나 동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에는 인적 사항을 제외하고 공개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보편적 임신과 양육에 대한 모든 체계가 마련되지 않은 채 위기 임신부만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지원을 먼저 추진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민경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열린 '임신·출산 보편적 상담지원시스템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위기임신부) 상담이 어느 정도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될 지 (정부가) 고민했는지는 의문"이라면서 "위기임신부에 대한 상담도 필요하지만 보편적인 임신과 출산 상담 지원이 어느 정도 되고 있는지 고민해 볼 필요도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일선에서 위기임신부를 접하는 상담기관의 역할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올 연말까지는 전문가들 및 관계부처 의견을 수렴해 중앙상담지원기관과 지역상담기관 지정 기준을 마련하고 내년에 지정할 계획이다. 현재 위기임산부를 지원하는 가족센터들이 상담기관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법안 논의 단계에서 미혼모에 대한 전문성과 이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면서 "논의과정에서 언급했던 기관 중 가족센터가 위기 임산부 지원 사업을 하고 있어 이를 충분히 고려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고 전했다.

'신뢰출산제'를 시행하는 독일은 전국 곳곳에 1800여 개의 '임신갈등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피임, 낙태, 양육, 입양 관련 모든 상담을 지원한다. 비밀출산을 하고 싶은 여성은 반드시 상담에 참여해야 하며 자신의 신상 관련 기록을 남겨야 한다.

노혜련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독일의 경우 1차 상담 후에도 비밀 출산을 원하는 사람은 특별히 훈련 받은 사람에게 상담을 받도록 하는 2단계 체계"라며 "상담지원기관은 가급적 공공 영역에서 담당하는 게 맞다. 예를 들면 가장 널리 보급된 보건소에는 상담 인력을 훈련시켜 배치하는 등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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