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인구 절반 동시 투약분 필로폰 밀수 주범 징역 30년

[부산=뉴시스]권태완 기자 = 태국에서 부산 인구 절반에 달하는 165만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한 양의 필로폰을 화물운반대(팔레트)에 숨겨 국내로 밀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가 중형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2일 오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향정·관세) 등의 혐의로 기소된 A(60대)씨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A씨와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범 B씨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해 12월 태국에서 7개 팔레트 하부 구멍에 50㎏ 상당의 필로폰을 숨겨 국내로 밀반입해 대구 수성구의 한 빌라에 보관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 등은 또 2021년 4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수출용 국산 담배와 중국 담배 약 9만 보루를 밀수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들은 세관검사를 피하기 위해 쓰레기통 수입을 가장하고 팔레트에 필로폰을 숨겨 국내로 밀반입한 뒤 A씨의 내연녀 명의로 전세로 얻은 집에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이 밀수한 필로폰의 양은 부산인구의 절반에 달하는 165만 명이 동시에 투약 가능하며, 시가로는 1657억원에 달한다. 이는 국내에서 적발된 역대 3번째 규모의 필로폰 밀수이다. 

A씨 측은 필로폰 밀수 혐의는 인정하지만 담배밀수 사건에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B씨는 담배와 필로폰 밀수 모두 A씨가 계획했으며 자신은 그 지시에 따랐을 뿐 밀수품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담배 밀수 사건 관련 A씨는 다른 총책인 김씨가 지시했다고 주장했지만, 다른 피고인들에게 각자 개별적인 역할을 지시하고 수행하게 하는 위치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관련 증거를 살펴보면 A씨가 총책이라 주장하는 김씨는 피고인 본인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이어 "B씨는 A씨를 수감생활 중 알게 됐고, A씨가 밀수업을 하는 것을 충분히 알았을 것으로 보인다. B씨는 필로폰을 용당세관에서 경북 청도의 한 공터로 옮기는 과정에서 B씨는 화물차 기사를 구하고, 청도 공터로 옮겨지는 것을 멀리서 보며 쓰레기통은 버리고 팔레트만 싣고 올 수 있게 하는 등 역할분담을 공모해 필로폰 밀수 범행에 가담했다고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8일 필로폰 밀수사건 관련 공범 3명에게 각각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부산지검은 1심 선고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공범 C씨는 태국으로 출국해서 필로폰을 숨긴 팔레트를 발송하는 역할을, D씨는 국내로 반입된 필로폰의 이동 과정을 돕는 역할을, E씨는 화물 통관 절차를 돕는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1심 재판부는 "전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마약 범죄들로 마약 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면서 "마약이 확산되고 있는 현재 수요와 공급을 끊고 건전하게 마약이 사용될 환자들에게만 사용되고 이 외에 일반 국민에게 환각과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유혹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들의 대규모 필로폰 밀수 사건은 담배 밀수사건으로 들통났다. 부산지검은 담배 밀수 혐의를 받던 A씨를 붙잡기 위해 현장을 덮쳤다가 팔레트에서 필로폰을 꺼내고 있던 A씨를 적발했다.


밀수계의 대부라고 불리는 A씨는 이번 사건을 위해 지난해 8월 새롭게 무역회사를 설립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검찰은 A씨의 통화내역을 분석하고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을 통해 국내 밀수조직원들을 붙잡았다.

검찰은 또 A씨에게 밀수자금을 제공하고, 국내 유통을 담당한 조직폭력배 두목 F(50대)씨도 검거했으며, F씨는 지난달 25일 징역 17년을 선고받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