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난도 대신 중상난도…수험생들 "문제집 없나요"
'파이널반' 모집 학원들 "최신 경향 반영 콘텐츠" 홍보
"수학 공통 21번, 확률과통계 30번 공교육 밖" 주장도
[서울=뉴시스]김경록 기자 = 일명 '킬러문항'을 배제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 경향이 9월 모의평가를 통해 베일을 벗자 학원가에선 '신경향 대비'를 홍보하며 수강생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공교육 학습만으로도 충분한 환경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킬러문항을 없앴지만, 역설적이게도 사교육에서 문제풀이 기술을 익힌 수험생에게 유리한 양상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EBS와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실시된 2024학년도 수능 9월 모의평가는 초고난도 킬러문항이 사라진 대신 중상난도 문항의 수를 늘려 변별력을 갖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는 최상위권 학생들에 비해 중상위권 이하 학생들의 체감 난이도를 높였다. 특히 국어와 영어 영역의 변별력이 올해 6월 모의평가보다 올라가 오는 11~15일 수시 원서접수를 앞두고 9월 모의평가를 망쳐 이른바 '멘붕'에 빠졌다는 수험생들이 적지 않다.
수험생 커뮤니티 '오르비'에는 "6모(6월 모의평가)에 비해 영어 10점 정도 떨어졌는데 전략 바꿔야 하나", "이럴거면 그냥 킬러 내주세요", "킬러 배제 반영된 실전 모의고사 문제집 있을까요" 등 한탄 섞인 수험생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네이버 카페 '수만휘'에는 9월 모의평가 성적으로 정시 지원 가능한 '대학라인'을 잡아준다는 글에 600개가 넘는 문의 댓글이 쇄도하기도 했다.
학원들은 이처럼 킬러문항이 빠진 신경향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답답한 수험생들의 마음을 파고들고 있다.
이투스 청솔학원은 내일(11일) 개강을 앞둔 '파이널 완성반' 수강생을 모집하며 "초고난도 문항 배제 및 EBS 연계 문제풀이로 최신 출제경향을 반영한 수업 및 학습방향, 콘텐츠를 제시한다"고 홍보 문구를 적었다.
오는 18일 '파이널 수능완성반' 개강을 앞둔 종로학원도 "9월 모평분석에 맞춘 수능 준고난이도 실전 문제풀이 59일 몰입학습"이라는 홍보와 함께 수강생들을 모집 중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문제는 만만했는데 정답은 틀리는 식으로 실수를 유도한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수험생들 입장에서 킬러문항은 빠졌지만 더 많은 문제를 풀어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지난 번에 (정부가) 사교육 기관에서 문제 푸는 기술을 많이 익힌 학생들에게 유리한 문제는 배제하겠다고 했는데, 9월 모의평가에 출제된 문제들이 그런 문제들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킬러문항이 정말로 출제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가 남은 상황이다. 9월 모의평가 당일 국·수·영 출제경향 브리핑을 진행한 EBS 현장 교사단과 학원들은 공교육 과정 밖 혹은 초고난도 킬러문항은 출제되지 않았다고 분석했지만, 이견이 없지는 않다.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교육혁신센터장은 "수학 공통문항 12번은 자연수·홀수 이런 개념이 있는데, 초등학교에서 가르쳐준 이 개념을 가지고 고등학생 수준의 문제를 푸려면 대학에서 배우는 '정수론'의 기법을 써야 한다"며 "'확률과통계' 30번 문항도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EBSi 기준 수학 '확률과통계' 30번은 정답률 5.2%를 기록 중이다. 교육부가 교육과정 밖을 킬러문항의 기준으로 규정하기 전 입시업계에서는 한 자릿수대 정답률을 보일 정도의 초고난도 문항이 킬러문항으로 정의돼 왔다.
최 센터장은 "겉으로는 킬러문항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그 문제를 풀려면 사교육, 경시대회 등 특수한 교육을 받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들이 너무 많다"며 "출제기법을 고도화했다는 말로 포장했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꼬아 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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