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모니터링 강화 약속하고도 대응책 마련 늑장
박완주 의원 "방사능 검출 위기에 원안위 직무유기"
[세종=뉴시스]손차민 기자 =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를 시작한 가운데, 해역에서 방사능이 검출됐을 때를 대비한 범정부 차원의 방사능 대응 매뉴얼이 가동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오염수 방류가 일찌감치 예고됐음에도 최근에서야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밝히는 등 늑장 대응이라는 지적이다.
2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우리나라 해역에서 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된 상황에 대응할 매뉴얼을 준비는 했으나 사실상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에 따라 국민 불안이 높아지자 방사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방류가 이루어진 24일 담화문을 통해 "독자적인 해양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추어 나가려 한다"며 "이미 일본 인근 공해상 8개 정점을 모니터링 중이고, 태평양 도서국 인근 해역 10개 정점에 대한 모니터링 시스템도 내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매일 최신 정보도 제공 받는다.
해양 방사능에 대한 감시도 한층 강화했다. 현재 해양수산부는 가까운 연안·항만 52개 정기조사 정점, 75개 긴급조사정점을 대상으로 방사성세슘, 삼중수소 등을 모니터링 중이다. 먼바다(300㎞까지)의 경우 원안위가 40개 정기조사 정점, 33개 긴급조사 정점을 대상으로 해양환경방사능을 살펴보고 있다.
정부가 촘촘한 모니터링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막상 모니터링을 통해 방사능이 검출됐을 때를 대비한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해당 매뉴얼은 최근에야 만들어져 시뮬레이션 등을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지난해 10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완주 무소속 의원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에 대비해 우리나라 해역에 고농도 방사능이 검출됐을 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국희 원안위 원장은 "위기 대응 매뉴얼을 주도적 마련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 제작까지는 상당 시일이 소요됐다.
지난 4월 원안위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확증모니터링 보고서(1차 오염수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참고해 5월까지 매뉴얼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았다.
원안위는 "IAEA 확증 모니터링 결과와 과학·기술적 검토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할 필요가 있어 5월 내에 작성하지 못했다"며 더 시일이 필요함을 알렸다.
더욱이 원안위는 일본의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임박한 이달초까지도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오염수 방류가 시작된 전날까지도 대응 매뉴얼에 대한 언급조차 없다가 최근 마련했다고 밝혔지만 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원안위 관계자는 "매뉴얼은 만들어 놓기는 했다"며 "적당한 시기가 되면 국민들에게 자연스럽게 공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오염수 방류가 시작돼 이제 우리나라 영해에서 언제든지 방사능이 검출될 수 있는 위기 상황"이라며 "지난 국감부터 여러 차례 촉구했음에도 원안위가 아직도 위기대응 매뉴얼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