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바이오협회 고한승 회장 인터뷰
K바이오 성장에 맞춰 지원책 찾아야
기업들, '거래에 준비된' 자세 갖춰야
[서울=뉴시스]황재희 기자 = “이제는 궁극적으로 종합적인 바이오산업 육성정책과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바이오협회 고한승 회장은 최근 뉴시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국내 바이오 산업에 대한 총평과 기업들이 앞으로 펼쳐야 하는 전략, 올바른 정부 지원책 등에 대해 강조했다.
바이오의약품 개발 기업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표이면서 620여개 회원사를 둔 협회장인 고 회장은 “최근 정부는 국가전략기술을 기치로 바이오산업을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연일 표명했지만 현실 접목이 가능한 구체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가시화된 세제 혜택 확대 및 투자 펀드 육성에 그치지 않고 자금 순환 유동성에서 약점을 보이는 바이오 기업들에 대한 자금 확보를 위한 공적 자금 조성, 시류에 보조를 맞출 수 있는 규제의 글로벌 스탠다드화, 임상·개발 등에 자금이 묶여있는 기업들이 신용보증을 받을 수 있는 방안 등 우리 바이오 기업의 입장에서 취약점이 무엇인가를 살펴보고 각종 지원책을 만들어나갈 수 있었으면 하는 기업인으로서의 강렬한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고 회장과의 일문일답.
-한국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바이오시밀러,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 등 일부 분야에서 위상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진출 성공사례가 부족한 것은 사실입니다. 여러 대기업들이 바이오분야에 새롭게 진입하고 있고 중소벤처기업들은 ADC(항체-약물 접합체) 등의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에서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노력하고 있어 희망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들어 정부가 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바이오헬스 산업 수출 활성화 전략 방안, 바이오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추가 등 다양한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데, 정책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정부가 글로벌 바이오헬스 6대 강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에 걸맞게 바이오 산업계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구체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지난달 ‘바이오의약품’을 국가전략기술로 격상해 최대 35%에 달하는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도록 세제 혜택을 강화하기로 발표했습니다. 이에 따라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발굴·제조기술, 임상 1~3상 기술 등 8개 기술과 바이오 신약 제조시설 등 4개 사업화 시설에 대해 시설투자 25~35%, 연구·개발(R&D) 30~50%의 세액공제 혜택이 적용받게 됐습니다.
또 금융위원회는 최근 첨단·전략기술 보유 기업에 대한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바이오 기업의 상장 신청 시 신청-심사 단계에서 심사 절차와 소요 기간이 효율화되는 등 바이오 기업들의 상장 문호가 일부 확대됐습니다.
최근 각 부처에서 수출, 상장, 세제, 소부장 등 바이오산업에 대한 다양한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어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라 봅니다. 다만 바이오산업에 대한 큰 그림(중장기 로드맵)을 보다 구체적으로 그릴 필요가 있습니다."
-임상 1~3상 등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과 시설이 세액공제 대상으로 선정된 것이 업계에 어떤 의미인가요.
“조세특례제한법상 신성장원천 기술에서 국가전략기술로 상향돼 기존에 지원되지 않았던 비임상까지 세제지원을 받게 됐습니다.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많은 중소벤처기업들에게 적용이 확대돼 생태계 조성에 큰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만 사업화 시설의 경우 여전히 생산설비만 지원되고 있으나 바이오산업의 특성을 감안해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에 적용받는 건축물 전체로 지원이 확대될 필요가 있습니다.”
-정부가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했습니다. 이 위원회가 어떻게 설치·운영돼야 하는지 방향을 짚어준다면.
“DTx(디지털치료기기) 등과 융합하는 바이오 산업계의 혁신을 추진하겠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라 생각하지만 바이오산업에는 다양한 분야가 있습니다. 제약분야, 디지털 분야 등 특정분야에 집중되기보다는 미국, 중국, 유럽, 일본 등이 추진하는 화이트, 그린바이오 등 바이오 산업을 아우를 수 있는 위원회가 될 필요성이 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글로벌 컨퍼런스인 ‘바이오USA’나 주요 학회 등에서 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활약을 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진출에 대한 관심이 그만큼 큰 것인데, 이 같은 활동이 향후 어떤 기회로 다가올까요.
“국내 시장은 규모에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은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해외에 직접 나가 해외의 잠재 파트너를 만나 글로벌 진출을 더 적극적으로 논의해야만 우리에게 기회가 찾아올 것입니다. 이에 국가 간 전략적 협력을 통해 자금과 기술이 서로 수요를 찾으며 매칭하는 오픈 이노베이션이 더욱 활성화될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해외 기업과 협력하는 우리 바이오산업은 기술혁신, 임상 지원, 해외 투자 유치 등을 창출하며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원료의약품의 최소 25%를 미국에서 생산하는 등 자국중심 바이오인 미국 행정명령이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미국의 바이오 행정명령의 핵심은 미국 내에서 혁신하고 미국 내에서 생산하라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를 위해 부족한 원료의약품을 해외에 크게 의존하지 말고 국내 생산기반을 구축하고, 필요한 기술개발과 규제개선, 인력양성, 국제협력을 추진한다는 세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미국의 움직임이 아직 우리 기업들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예측하기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의 움직임을 보면서 공급망, 기술개발 등에 있어 국내 기업들이 미국과 협력할 수 있는 기회를 더욱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합니다.”
-최근 바이오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어려워지면서 M&A(인수합병)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국내도 마찬가진데, 앞으로 어떻게 흘러가야 할까요.
“전 세계적으로 경기 저성장이 장기화되고 있고, 주요 바이오 선진국의 국수주의적인 정책 기조 등 거시경제적인 변수들이 투자자와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M&A 시장에 변동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기업 시각에서 살펴보면, 거래 감소세가 장기화되고 더 면밀한 기업 실사가 요구되는 현재 M&A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투자자가 우위에 서게 됩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장기적 로드맵을 구축하고 수익을 내는 파이프라인을 잘 관리해 투자자들의 합리적인 투자를 유인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스스로 기업의 가치를 설명할 수 있는 데이터, 각종 사업지표 등을 평소 준비해서 항상 '거래에 준비된' 자세를 갖춰야 투자 유치에 성공할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M&A는 차선책 정도로 여겨졌던 예전에 비해 비즈니스 성장 동력으로써 주요 선택지가 되고 있습니다. 기업이 지속 가능한 성장과 혁신을 추구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전략을 제시할 수 있는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경기 불안정 및 빨라지는 기술혁신 트렌드에 힘겨워하고 있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활용해 '전환'과 '혁신'을 위한 분기점으로 만들어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먼저 판단하고 움직이는 자만이 남들과 다른 미래를 열어갈 수 있습니다.”
-국산 블록버스터 신약이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아직까지는 국내기업이 개발한 글로벌 신약이 거의 없고 경험도 인력도 많이 부족한 편입니다. 이에 많은 국내기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오픈이노베이션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고 일부 대기업에서는 해외기업 인수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단기간에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 탄생을 기대하기는 어렵겠지만 지금의 경험과 기업 및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있어 분명 희망적입니다.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 정부가 향후 5년간 25조 원의 민·관 R&D 투자를 추진하는 등 전략적인 연구·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AI(인공지능) 신약 개발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약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만큼 민관 협력을 통해 앞으로 충분히 탄생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국내 바이오 기업 다수는 공동개발·기술수출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제품 허가를 받기까지 재정적 여력이 있는 기업은 대기업 이외에는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중소기업은 기술이전을 통해 자금을 확보하는 것 외에 기술 이전한 해외기업을 통해 그들의 사업개발 노하우를 배우는 것도 큰 소득이 될 수 있습니다.”
-업계 발전을 위해 기업들 스스로 개선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스타트업들이 투자자의 눈높이에 맞춰 커뮤니케이션하고, 해외기업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수요에 대해 고민해 봐야 합니다. 또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냉철해져야 합니다. 그동안 일부에서는 ‘버블’을 운운할 정도로 바이오 업계에 대한 과대평가 논란이 꽤 강한 어조로 불거져 왔습니다. 물론 바이오 기업들의 노력으로 큰 성과를 이룬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외부에 드러나는 기업의 가치가 고평가되는 기류와 상반되게 투자전문가들의 시각은 더욱 냉철해졌습니다.
바이오 기업의 가치평가를 논할 때 좀 더 면밀하게 평가해 선별하는 눈이 한층 깐깐해진 것은 사실입니다. 우리 바이오기업들이 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매출 이익 대비 투자 규모 등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고, R&D에 꾸준히 투입할 수 있도록 자금을 비축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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