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혁신위선 논란 될 사안 아니라는 입장
비명계 일각은 "혁신 역할 할 지 의문" 우려 앞장
김은경, 인천 간담회 자리서 "오해소지 있었다"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 김은경 위원장의 간담회 발언이 '노인 비하' 논란으로 비화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외부에서의 공세가 뜨겁지만 정작 민주당 내에서는 반응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1일 이때까지 이번 사안에 입장을 밝힌 당 관계자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지도부와 혁신위 관계자들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전하려던 본질이 중요하다'는 입장이고 비명(비이재명)계로 분류되는 의원들은 문제제기는 물론 혁신위의 당위성까지 지적했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청년좌담회에서 '남은 수명에 비례해 투표를 하게 해야 한다'는 취지의 본인 자녀 발언을 '합리적이고 맞는 말'이라고 말해 '노인 비하' 논란을 낳았다.
혁신위는 이러한 지적에 "김 위원장은 아들이 중학생 시절 낸 아이디어를 소개하며 청년들의 정치 참여를 독려했을 뿐, '1인 1표'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부인한 바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발언 전문을 봐도 민주주의 국가에선 이런 아이디어가 수용될 수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고도 했다.
국민의힘은 과거 사례까지 들추면서 "현대판 고려장" "노인 폄하 DNA 정당" 등의 맹공을 퍼부었다.
다만 지도부와 혁신위 관계자들은 크게 논란이 될 정도의 사안이 아니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혁신위원은 "그 얘기를 한 이유는 정치권이 그만큼 청년들과 소통하거나, 청년들을 위한 미래 아젠다에 소홀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인데 그게 왜 노인 비하로 이어졌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명에 나설지 여부에 대해선 "설명할수록 더 안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이미 한 번 해명을 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 대변인도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은 여명 비례투표라는 아이디어를 접하고 민주주의 국가에서 수용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며 "사과할 일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윤형중 대변인은 "이 사안 자체가 세대 간 갈라치기로 소비할 사안이 아니라 정치가 어떻게 청년들의 의사를 반영시키게 할 것인가라는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며 "이런 중요한 문제를 늘 이런 식으로 다루는 것이 국민이 정치를 혐오하는 원인이 되지 않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전 방송 인터뷰에서 "자꾸 (노인비하라고) 그렇게 얘기하던데 그런 단어들을 방송에 쓰는 것 자체도 저는 부적절하다고 본다"며 "언론의 과도한 해석"이라고 풀이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당내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할 기회는 없었다"면서도 "최근 발언에 대해선 본인 취지에 맞지 않게,오해의 소지가 있게 보도됐다고 해명했다. 의원들한테도 전체적으로 해명하는 말씀 전해놓은 상태다. 현재 당내에서 그 부분에 대해 추가적인 문제제기가 있거나 하진 않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다만 비명계에서는 비판적 목소리가 부각됐다.
이상민 의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인식이 아주 깊게 잘못된 건지 너무 황당하다. 지금 나이 가지고 이렇게 차별해선 안 된다는게 우리 헌법정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권을 나이·연명기간에 따라 달리하겠다, 이런 말은 굉장히 몰상식하고 반상식적인 얘기"라며 "지금 김 위원장의 경우는 (설화가) 한 두번이 아니지 않나"라고도 했다.
이 의원은 "민주당을 콩가루 집안, 오합지졸이라고 해서 너무 모욕적으로 생각하지 않을 수 없고, 초선 의원들에 대해선 코로나로 인해 학력 저하된 학생 같다고 했다. '혁신위는 이재명 대표 체제를 전제로 한 기구다', '이재명 지킴이가 틀린 말은 아니다' 이런 취지의 말이라든가. 정도가 너무 지나치고 너무 일탈했다는 점에서 상당히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당밖에서의 지적이 쏟아지는 것에 대해선 "그냥 그런 빌미를 제공하지 말았어야 한다. 말할 때도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앞뒤 전후 상황 다 생각하면서 신중하게 얘기를 해야 되는데 자꾸 뭐가 왜곡됐다, 갈라치기 한다라고 상대를 탓하거나 언론을 탓하는 건 아주 안 좋은 습관"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무지한 건지 아니면 인식이나 기본적인 가치관이나 이런 데서 문제나 결함이 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중대하다라는 생각이다. 그런 인식과 자세를 갖고서 과연 민주당의 혁신의 역할을 앞장서서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든다"고 전했다.
조응천 의원도 방송 인터뷰에서 "귀를 의심했다. 과연 우리 당을 혁신하러, 도와주러 온 분이 맞나 싶었다"며 "(김 위원장이) 한 말씀은 지독한 노인 폄하 발언이다. 그리고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제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평했다.
조 의원은 이상민 의원처럼 이때까지 혁신위에서 빚었던 설화가 한 두건이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에 대해서도 문제삼았다.
조 의원은 "지금 혁신안이라고 내놓은, 그것 때문에 우리 당이 이렇게 도덕성에 문제가 생기고 당내 민주주의가 굴절되고 그렇게 됐나"라며 "근본적인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고 했다.
진행 중인 혁신 과정에 대해서도 "절대 좋은 평가를 못 받는다"고 했다. 공천룰 등을 혁신과제로 꼽은 것에 대해서도 "이미 전당원 투표로 다 확정된 것인데 그걸 손본다고 하나. 그게 과연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건지, 어떻게 하는지 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민주당 인천시당에서 진행한 시민과의 대화 자리에서 "투표권 생긴 참정권자가 되면 적극 의사 표시를 해야된다고 설명한 것 같다. 그런데 앞뒤 자르고 맥락 연결을 이상하게 하니까 마치 노인폄하처럼 됐다"며 "그렇게 해서도 안 되는 것이고, 오해의 소지가 있었을 것 같은데 노여움이 풀렸으면 좋겠다는 말씀드리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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