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7월 소비자물가 동향' 발표
석유류 25.9%↓…역대 최대 하락폭
폭우에 전월보다 채소류 7.1% 올라
[세종=뉴시스] 박영주 용윤신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2.3% 오르며 두 달 연속 2%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상승폭은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크게 둔화된 배경에는 지난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로 정점을 찍은 데 따른 기저효과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석유류 가격이 역대 최대 하락폭을 보이고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서비스 물가 상승률이 축소된 점도 반영됐다.
다만 지난달 집중호우 탓에 상추, 열무 등 채소류 가격은 오름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폭염·태풍 등 기상여건 악화와 추석 등도 물가를 자극할 수 있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20(2020=100)으로 1년 전보다 2.3% 올랐다. 이는 2021년 6월 이후 2년 1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계절적 요인 등을 고려해 주로 전년 동월과 비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8월(5.7%)부터 올해 1월(5.2%)까지 5%대를 이어갔다. 이후 2월(4.8%), 3월(4.2%) 4%대에 이어 4월(3.7%), 5월(3.3%)에는 3%대까지 둔화했다가 6월(2.7%)부터는 상승률이 2%대로 축소됐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과 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4%, 3.1% 상승했다. 상품 중 농축수산물 가격은 전년보다 0.5% 하락했다.
농산물 물가 전년보다 0.3% 상승했다. 채소류 가격이 1년 전보다 5.3%나 내려가면서 농산물 가격 상승폭을 줄였다. 등락 품목을 보면 사과(22.4%), 고춧가루(8.3%), 토마토(17.3%), 고구마(14.1%) 등의 가격이 전년보다 상승했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지난달 집중호우 영향으로 채소류 가격은 7.1% 상승했다. 상추(83.3%), 시금치(66.9%), 오이(23.2%), 열무(55.3%) 등의 가격이 크게 올랐다. 다만 폭우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 달 지표에도 드러날 전망이다.
축산물 가격은 4.1% 내려갔다. 전년 동월 대비 국산쇠고기(-6.4%), 돼지고기(-3.8%), 수입쇠고기(-7.4%) 등은 가격이 내려갔지만, 닭고기는 10.1% 상승했다. 오징어(13.4%), 고등어(9.2%) 등이 오르면서 수산물은 5.9% 올랐다.
공업제품은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빵(8.1%), 우유(9.3%), 커피(12.3%) 등 가공식품은 6.8% 올랐다. 석유류 가격은 25.9% 하락하면서 1985년 1월 관련 통계 작성한 이래 최대 내림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33.4% 하락했으며 휘발유(-22.8%), 등유(-20.1%), 자동차용LPG(-17.9%) 등도 가격이 크게 내려갔다. 석유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1.49%포인트(p) 끌어내린 것이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가 상승 전망이 있지만 세계 경기에 따라 하락하는 등 변동성이 심하다"며 "8월에는 전월비로 가격이 오르고 한 두 달 정도 상승 효과가 있겠지만 그 이후는 국제유가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전기료(25.0%), 도시가스(21.3%), 지역 난방비(33.4%) 등이 모두 오르면서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21.1% 상승했다. 다만 전월과 비교하면 4.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기세 누진세 완화 영향으로 전기요금이 전월보다 11.2% 내려간 영향이다.
서비스 물가 중 공공서비스 물가는 1.2% 올랐다. 국제항공료(-12.9%), 유치원납입금(-7.6%) 등은 내렸지만 택시료(17.8%), 외래진료비(1.8%) 등은 상승했다. 개인서비스는 4.7% 올랐다. 외식 물가는 5.9%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1월(5.5%) 이후 18개월 만에 최저 상승폭이다. 외식 제외 물가도 3.8% 올랐다.
집세는 월세(0.7%)는 올랐으나 전세(-0.1%)가 내리면서 0.3% 오르는 데 그쳤다.
구입빈도와 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을 중심으로 체감 물가를 나타내는 생활물가지수는 전년보다 1.8% 상승했다. 상승폭은 2021년 2월(1.7%) 이후 29개월 만에 가장 작았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5개 품목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 올랐다. 지난해 12월(1.1%) 이후 7개월 만에 1%대로 떨어졌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 충격에 의한 물가 변동분을 제외하고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근원물가)는 1년 전보다 3.9% 상승했다. 근원물가는 15개월 만에 3%대로 내려왔지만, 여전히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보다 3.3% 올랐다. 지난해 4월(3.1%) 이후 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김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지난해 8월은 전월 대비 -0.1%였기 때문에 올해 8월은 지난해 물가의 기저효과가 거의 없을 것"이라며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이 계속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획재정부는 "8~9월에는 기상여건·추석 등 계절적 요인과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10월 이후 다시 안정 흐름으로 회복할 전망"이라며 "정부는 주요 품목 수급·가격 동향을 면밀히 점검·관리해 물가 안정 흐름이 이어지도록 만전을 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