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간 멈춘 전쟁, 갈 길 먼 전쟁피해자 보상[정전 70년①]

기사등록 2023/07/26 06:00:00

최종수정 2023/07/26 06:24:06

진실화해위, 한국전쟁 피해자 2만명 조사

진실규명 결정 받아도 '손배소' 청구해야

피해자 개별소송 아닌 배·보상 특별법 필요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참전용사 전사자 묘비 앞을 한 어르신이 지나가고 있다. 2023.07.25.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참전용사 전사자 묘비 앞을 한 어르신이 지나가고 있다. 2023.07.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6·25 정전 후 70년. 잿더미에 덮인 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지만, 여전히 70여년 전에 살며 전쟁 중인 사람들이 있다. 전쟁 중 강제동원, 납북, 집단희생 등 피해를 입었지만 보상받지 못한 이들이다.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는 전쟁 중 입은 피해를 확인해달라는 진실규명 신청서가 1만6000여건 있다. 대상자는 2만여명에 달한다. 피해자들은 진실화해위에서 진실규명을 받은 뒤, 다시 법원으로 가 국가를 상대로 민사 소송에 나서야 한다.

진실화해위, 한국전쟁 관련 피해 1만여건 조사 진행 중

26일 진실화해위에 따르면 한국전쟁 피해 관련 진실규명 신청 건수는 총 1만6800건이다. 이중 9965건의 사건에 대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종결된 사건은 6811건인데, 1600여건은 피해 사실이 확인돼 진실규명 결정을 받았다. 나머진 다른 조사기관으로 이관되거나 각하 등 결정됐다.

위원회 활동 기한은 내년 5월26일인데, 한국전쟁과 관련해 접수된 사건의 3분의 2가 조사 중에 있는 것이다. 2기 진실화해위에서 정전 70년이 돼서야 진실규명 결정을 받을 수 있었던 이들은 1855명에 불과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전시관에서 한 가족 관람객이 참전용사에게 쓰는 감사편지를 쓰고 있다. 2023.07.25.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5일 서울시 용산구 전쟁기념관 6.25 전시관에서 한 가족 관람객이 참전용사에게 쓰는 감사편지를 쓰고 있다. 2023.07.25. [email protected]

직접 국가 상대 손해배상 청구 소송 나서야 배·보상 받아

이들이 실질적인 배·보상을 받기 위해선 진실규명 결정문을 들고 법원으로 가야 한다. 진실화해위는 조사기구로, 피해자가 주장하는 피해가 사실인지 확인해 줄 뿐이다. 피해자들은 진실규명 결정문을 근거로 법원에서 자신의 피해를 다시 주장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부분이 고령이거나 연좌제의 영향으로 사회적 약자인 피해자와 피해자 유가족들에겐 쉽지 않은 일이다. 민법에 따라 손해배상 청구권을 3년 안에 행사해야 하는 것도 큰 장애물이다.

한국전쟁 당시 국민보도연맹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이모씨 등 26명은 2007년 1기 진실화해위에서 군인과 경찰에 의해 피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받은 뒤, 지난해에서야 손해배상 청구 소송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국민보도연맹이란 사상범 전향을 명목으로 1949년 결성한 관변 단체다. 당초 좌익 경력자가 주요 가입 대상이었으나,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는 물론 일반 국민도 상당수 가입돼 있었다. 진실화해위는 이들이 국민보도연맹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예비검속돼 집단 학살당한 사실을 규명했다.

이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나선 이들은 지난해 10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았다. 법원은 국가가 원고들에게 합계 7억원 상당의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처럼 진실화해위에서 법원으로 이어지는 피해 구제 과정은 지난하기 마련이다. 대부분 고령인 피해자·유가족이 진실규명 결정을 받고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리하는 일을 두고 천운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아산=뉴시스] 전재훈 기자 = 2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3월7일부터 충남 아산시 배방읍 공수리 성재산 방공호에서 아산 부역 혐의 희생 사건의 유해를 발굴한 결과 총 40여구의 유해를 발굴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진실화해위) 2023.03.28. *재판매 및 DB 금지

'개별 소송' 그만…집단 배·보상 위한 특별법 제정해야

진실화해위 측에선 정전 70년을 맞아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화해로 나아갈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인 게 '배·보상 특별법'이다. 진실규명 결정 등 피해를 인정받으면 일정 기준에 따라 배·보상받을 수 있도록 하는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별도로 국가에 소송을 제기할 필요가 없어진다.

피해자 단체 측에서도 이에 대한 요구를 지속해 왔다. 한국전쟁전후민간인피학살자 전국유족회 등 20개 단체는 지난 2013년 9월부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개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1000회 넘게 진행해 왔다.

국회에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윤영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월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피해자 및 유가족에 대한 피해 보상을 법률로 규정하도록 했다. 해당 개정안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 이개호, 서영교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개정안을 각각 지난 2021년과 지난해 대표 발의했지만, 둘 다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하고 있는 상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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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간 멈춘 전쟁, 갈 길 먼 전쟁피해자 보상[정전 70년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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