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나네맙, 초기환자 인지감소 35% 늦춰
27% 늦춘 '레켐비'도 미국서 정식 승인
부작용·가격부담은 여전히 한계로 지적
[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레켐비' 승인에 이어 세 번째 알츠하이머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 받는 '도나네맙'이 최근 임상에서 효능을 입증함에 따라 치매 극복의 전환점이 도래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라이 릴리는 최근 치매 치료제 '도나네맙'이 초기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늦추는 효과를 입증한 임상 3상시험의 전체 데이터를 발표했다. 릴리의 존 심스 박사팀은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실었다.
알츠하이머병 초기 증상과 뇌 아밀로이드·타우 단백질 병증이 있는 1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진행한 임상 3상 결과, 도나네맙을 투여한 환자들이 위약(가짜 약)을 투여한 환자보다 인지력 저하가 35% 늦춰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분석 결과 이 약은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를 대상으로 더 이점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경증인 참가자에서 인지력 저하를 60% 늦췄다. 연령에 따른 영향도 관찰돼 75세 미만 환자군에서 진행 속도가 48% 늦어졌다.
도나네맙은 뇌 속에 쌓이는 이상 단백질의 일종인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제거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앞서 같은 작용기전의 일본 에자이·미국 바이오젠의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도 미국에서 이달 6일(현지시간) 정식 허가받았다. 치매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뇌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를 제거한다.
2주에 한 번씩 정맥 주사하는 레켐비는 1795명 대상 임상 3상 결과, 이 약 투여 환자의 인지 능력 감소가 위약 투여군 보다 27% 늦게 진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군 중 68%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도 제거됐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치료제가 연이어 효능을 입증하며 난공불락의 영역이었던 치매 치료제 개발은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021년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하는 '아두헬름'(성분명 아두카누맙, 에자이·바이오젠 공동 개발)이 알츠하이머의 근본적인 질병 발생 과정을 치료하는 첫 치료제로 허가받았지만, 효능·부작용 논란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조기부터 치료해야"…부작용·가격은 한계로 지적
의료진들은 약을 일찍부터 사용하는 조기 치료의 중요성에 집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리아나 아포스톨로바 인디애나 의과대학 박사는 "도나네맙 임상 결과는 알츠하이머 병 초기에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이 더 큰 임상적 이점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크 민툰 릴리 신경과학연구개발 그룹 부사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더 빨리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부작용과 가격 부담도 따른다. 레켐비는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이상 증상(ARIA)에 대한 안전성 이슈가 있다. ARIA 발생률은 약 10%로, 아두헬름의 40% 대비 나아졌지만 이 약을 복용한 3명이 뇌졸중, 뇌부종 등의 증상을 겪은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나네맙도 이번 임상에서 사망자 3명을 포함해 이 약을 투여받은 환자 36.8%에서 뇌부종과 미세출혈 등 ARIA 부작용이 발생했다. ARIA는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항체 요법 계열 전반에 걸쳐 발생한다.
가격 면에선 레켐비 1년 치 약값이 미국에서 약 2만6000달러(약 3500만원) 상당이다. 도나네맙 가격은 알려진 바 없지만, 레켐비 가격을 고려할 때 역시 환자 접근성이 낮을 거란 우려도 있다.
국내 도입은 언제?
도나네맙은 한국 도입 계획이 구체화되지 않았다. 국내 도입까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는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아두헬름 허가 후에도 효능 논란이 계속돼 근본적인 치매 치료제가 나올지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며 "그런데 레켐비, 도나네맙이 효능을 입증하고 있다. 드라마틱한 효과가 아닐지라도 더 효과 좋은 차세대 약이 나올 가능성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고가 약인 만큼 보험급여 기준을 잘 정해 국내에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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