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동전 크기로 10톤 견디는 '꿈의 강판', 어떻게 만드나보니…

기사등록 2023/07/06 10:08:41

최종수정 2023/07/06 15:18:32

글로벌 자동차강판 공장으로 변한 광양제철소

친환경차 강판 수요 증가 예측해 연구·개발투자

'꿈의 강판' 기가스틸 100만톤 체제 구축

연간 30만톤 규모 하이퍼NO 공장도 신설해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에 위치한 용융아연도금라인(7CGL·ontinuous Galvanizing Line) 전경. 4도금공장은 자동차 강판으로 사용되는 초고강도 경량강판 기가스틸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에 위치한 용융아연도금라인(7CGL·ontinuous Galvanizing Line) 전경. 4도금공장은 자동차 강판으로 사용되는 초고강도 경량강판 기가스틸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광양=뉴시스]강주희 기자 = 지난달 30일 찾은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7CGL). 종잇장처럼 얇은 강판들이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왔다. 특수 제작한 롤러를 지나 아연도금 공정에 들어선 강판들은 회색빛의 자동차 강판으로 재탄생했다. '꿈의 강판'으로 불리는 기가스틸이다.

기가스틸은 1㎟당 100㎏ 무게를 견딜 수 있는 초고강도 강판이다. 강판을 양쪽 끝에서 잡아당겨서 찢어지기까지 인장 강도는 1기가파스칼(GPa) 이상이어서 기가스틸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내구성과 안정성이 뛰어나 십원짜리 동전 크기로 1톤 가량의 준중형차 10대 하중을 견딜 수 있다. 게다가 동급의 다른 소재보다 탄소배출량이 적어 한결 친환경적이다.

포스코는 기가스틸을 생산하기 위해 일찌감치 광양제철소를 세계 최대 자동차 강판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2000년대부터 투자와 연구를 거듭한 끝에 2010년 '트윕강'이라는 이름의 기가스틸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데 이어 2016년엔 가공성이 뛰어난 또다른 기가스틸 'PosM-XF' 상용화에 성공했다. 이렇게 탄생한 기가스틸의 생산량은 연간 100만톤에 달한다.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7CGL 설비에서 생산된 기가스틸이 코일 형태로 감겨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4도금공장 7CGL 설비에서 생산된 기가스틸이 코일 형태로 감겨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고부가가치 강판인 만큼 기가스틸은 총 13가지의 까다로운 공정을 거친다. 우선 '용융아연도금강판라인이라고 불리는 7CGL 설비에 입고된 강판 표면의 이물질을 깨끗히 제거한 다음 강도 재조정을 위해 가열과 냉각 공정을 받는다.

이어 강판의 내식성을 증가시키 위한 아연도금 공정과 레이저로 부식 방지 용액을 묻히는 후(後)처리 과정을 거쳐 아파트 5층 높이의 '루퍼 타워'라고 불리는 저장고로 이동한다.

이후 강판을 절단하는 프레스 공정을 거치면 비로소 두루마리 형태의 자동차 강판이 된다. 모든 과정이 자동화이기 때문에 공장 내부는 작업자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날 4도금공장을 안내한 포스코 관계자는 "고열, 절단 등 위험 요소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의 작업은 인공지능 로봇들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복잡한 공정을 거쳐 만들어진 기가스틸은 국내외 완성차업체 차량에 사용된다. 전 세계를 누비는 자동차 10대 중 1대에 포스코의 기가스틸이 적용된 셈이다. 공장 곳곳에 붙인 현수막에 적힌 '도금 제품은 포스코의 자부심', '저탄소·친환경차 시장을 선보하는 7CGL' 라는 문구에 자부심이 느껴졌다.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전기강판공장 건설현장. 오는 2025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내 전기강판공장 건설현장. 오는 2025년 완공을 앞두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전기차의 심장 연료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 증대

포스코가 친환경차 중심으로 재편하는 자동차 산업에 대응하기 위해 꺼내든 비장의 무기는 또 있다. 바로 무방향성 전기강판이다.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친환경차의 심장인 구동모터를 만드는데 쓰이는 제품이다.

구동모터 내부에는 고정된 자석이 있는데 축을 중심으로 회전하는 코일에 전기를 흘리면 자기장이 발생하고 운동 에너지로 전환해준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력 손실이 발생하는데 무방향성 전기강판은 모든 방향에서 균일한 자기적 특성이 있어 전력 손실이 적은 편이다. 또 주행 거리를 늘리는 데도 유리해 전기차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포스코는 지난해 1조원을 들여 광양제철소에 연간 30만톤 규모의 구동모터용 전기강판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공장은 축구장 34개 면적으로 오는 10월 1차 준공을 거쳐 15만톤을 우선 생산할 예정이다. 오는 2025년 완공되면 포스코는 기존 포항제철소를 포함해 총 40만톤의 무방향성 전기강판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3열연공장에서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Slab)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광양=포스코] 전남 포스코 광양제철소 3열연공장에서 철강 반제품인 슬라브(Slab)가 생산되고 있다. (사진=포스코 제공) 2023.06.30.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2018년 포스코가 개발한 무방향성 전기강판 하이퍼(Hyper)NO는 기존 전기강판보다 에너지 손실이 30% 적다. 그러나 냉각압연과 1200도에 달하는 열처리 등 공정 과정이 만만치 않아 무방향성 전기강판을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국내에서 포스코가 유일하다. 특히 종잇장처럼 얇은 전기강판을 만들기 위해 제품의 두께를 사람 머리카락 굵기 수준으로 가공할 수 있는 압연기도 마련했다.

이정문 투자엔지니어링실 하이퍼NO 능력증대TF팀 리더는  "얇으면서도 정밀한 두께를 생산하는 것이 전기강판의 핵심 기술 요체"라며 "구동모터 코어는 하이퍼NO를 수십장 쌓아서 붙여서 만들기 때문에 두깨가 얅을수록 모터 회전 시 발생하는 에너지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포스코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48건의 개선 엔지니어링과 에너지 비용 상승을 최소화 하기 위한 소둔 기술을 적용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무방향성 전기강판에 대한 글로벌 수요는 2020년 32만톤에서 2033년에는 4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026년부터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면 2030년 92만7000톤의 전기강판이 부족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안형태 하이퍼NO 능력증대TF팀 팀장은 "전기강판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내년 10월 2단계 준공을 하고나서 추가 신·증설을 해야할지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국내 제조업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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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동전 크기로 10톤 견디는 '꿈의 강판', 어떻게 만드나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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