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안 보내곤 못 배기겠네…금성이 핫플된 이유

기사등록 2023/06/23 16:02:36

최종수정 2023/06/23 16:31:28

최근 금성 내 이산화황 가스·미확인 흡수체·풍속 등 급변

전세계 금성 탐사 관심↑…韓 2026년부터 위성 발사 계획

NASA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모습.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NASA의 마젤란 금성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의 모습. (사진=NASA)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태양계 이웃행성인 금성에서 최근 급격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됐다. 학계에서는 향후 지속적인 금성 탐사를 통해 금성 표면을 둘러싸고 있는 '미확인 흡수체'의 정체를 밝혀내고 이같은 변화의 원인에 대해서도 파악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또한 오는 2026년 금성 관측을 위한 초소형 위성을 발사해 장기 관측 자료를 확보할 예정이다.

국내 유일의 PI(연구책임자)급 금성 관련 연구자인 이연주 기초과학연구원(IBS) 행성대기 그룹 CI는 23일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열린 과학미디어아카데미에서 현재 금성과 관련해 이슈를 소개했다.

이 CI에 따르면 최근 금성의 구름 상층에서 원격 관측을 진행한 결과 이산화황 가스, 미확인 흡수체, 풍속과 관련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금성 구름 이루는 '이산화황' 양 급변…대규모 화산 활동이 원인?

이산화황은 주로 금성의 70㎞ 고도에 분포하고 있는데 1980~1990년대 감소세를 보이던 것이 2000년대 이후 급증, 2010년 대 이후 급락하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산화황은 금성의 구름을 이루고 있는 주요 성분인 만큼 학계에서 가장 주목하고 있는 요소 중 하나다.

이같은 이산화황의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는 화산 활동이 지목되고 있다. 이산화황을 분출하는 가장 흔한 자연활동이기도 하고, 금성에도 많은 화성이 존재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들어 금성에도 활화산이 존재하고 있는 첫 증거가 발견됐다는 논문이 게재되면서 이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는 양상이다.

지난 1989년 미 항공우주국(NASA)의 마젤란 탐사선이 촬영한 금성 지표 지도는 3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데, 이 지도에서 용암의 흐름과 폭발로 인해 형태가 바뀐 화구로 추정되는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다만 이번에 확인된 활화산은 아주 작은 규모로, 고도 70㎞까지 이산화황의 양을 변화시킬 수준은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결국 이산화황 가스량 변화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미결 과제로 남아있는 셈이다.
금성 표면의 화산 폭발 상상도. (사진=ESA) *재판매 및 DB 금지
금성 표면의 화산 폭발 상상도. (사진=ESA) *재판매 및 DB 금지

금성 뒤덮은 미확인 흡수체, 아직 성분조차 확인 안돼

또 하나 주목 받고 있는 것은 이른바 미확인 흡수체다. 미확인 흡수체는 금성을 자외선으로 촬영한 금성 사진 결과 그 존재가 밝혀졌다. 금성이 자외선을 흡수하지 않는 황산 구름으로 뒤덮여있으면 자외선 촬영 시 밝게 나타나야 하는데, 행성의 절반 가량이 어둡게 찍혔기 때문이다.

학계는 황산이 아닌 미지의 성분이 금성 표면에 존재한다고 보고 연구를 진행 중인데, 아직 어떤 성분인지조차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이다. OSSO, S2O, Sx 등 황(S) 이 섞인 화합물이나 염화철(FeCl3) 등이 미확인 흡수체의 후보 물질로 추정되고 있다. 일부 우주생물학자들 사이에서는 미확인 흡수체가 미생물일 수 있다는 가설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 금성에서 이산화황과 함께 미확인 흡수체의 양도 급변하고 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초반까지 감소세를 보이던 것이 2010년대 중반 들어 급격하게 증가했다.

학계가 미확인 흡수체 양의 변화에 주목하는 것은 이 미확인 흡수체가 금성 구름 상층 대기가 흡수하는 태양 에너지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확인 흡수체의 양이 변하면 금성의 태양 에너지 흡수율이 변하는 것이고, 이는 결국 금성의 기후를 바꾸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가 적외선으로 촬영한 금성의 모습. (사진=JAXA) *재판매 및 DB 금지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금성 탐사선 '아카츠키'가 적외선으로 촬영한 금성의 모습. (사진=JAXA) *재판매 및 DB 금지


바람 등 금성 기후까지 연쇄 변화…미래 금성 탐사서 원인 밝힌다

실제로 금성의 풍속도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금성에서는 지구와 같은 기후 현상인 '해들리 순환'이 나타난다. 대기가 뜨거워지면 상승하게 되고, 이 대기가 다시 행성의 고위도로 가서 식은 뒤 하강하면서 대기 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다.

금성의 특징 중 하나는 자전 속도가 굉장히 느린 반면, 대기 순환 속도는 빠르다는 것이다. 금성과 크기가 비슷한 지구의 자전 주기는 1일이지만 금성의 자전 주기는 243일에 달한다. 반면 대기가 금성을 한 바퀴 도는 데는 불과 4~5일만 걸린다. 금성 바람의 풍속은 지구의 초강력 태풍의 2배 수준인 초속 100m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초순환(슈퍼 로테이션)'이라고 불리는 이 엄청난 바람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학계의 숙원 중 하나인데, 최근 미확인 흡수체의 양이 변하기 시작하면서 강풍의 원인이 미확인 흡수체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확인 흡수체가 태양 에너지를 강하게 흡수하면서 이 흡수량이 금성에서 나타나는 초순환의 속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단서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산화황, 미확인 흡수체, 풍속이 금성 연구의 핵심 주제로 떠오른 이유는 이 3가지 요소의 변화 추이가 거의 똑같은 그래프를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산화황 가스의 양이 변해 구름 형성에 영향을 주고, 이것이 다시 미확인 흡수체의 양을 변화시키고, 이로 인해 태양 에너지 흡수량이 바뀌면서 바람의 속도까지 바뀔 수 있다는 추론이다.

학계에서는 이 세 요소가 분명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아직 확실한 인과관계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산화황 가스량의 변화가 변화의 시발점으로 추측되는 만큼 향후 금성 탐사에서는 고도 70㎞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거대한 화산 폭발의 흔적을 찾아내는 것이 주 목적이 될 전망이다. 화산 폭발 외에 태양 활동의 변화도 금성 환경 변화 원인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NASA·ESA 등 금성 탐사 본격화…韓도 금성 관측에 힘 쏟는다

이처럼 최근 금성에서 심상치 않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금성 탐사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우주 강국들은 이미 금성 탐사선 임무를 추진해 예산을 배정하고 개발 단계에 돌입한 상태다. 유럽우주국(ESA)는 2031년께 금성 표면을 고해상도로 관측할 '엔비젼' 탐사선 발사를 계획 중이다. NASA도 낙하산을 통해 금성에 착륙해 지표를 직접 탐사하게 될 '다빈치' 탐사선(2029), 금성의 3차원 지형도를 새로 만들 '베리타스' 탐사선(2030년대 초)를 발사할 예정이다. 인도의 '슈크라얀-1' 탐사선, 중국의 '보이스 미션' 계획 등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IBS를 중심으로 금성 장기관측 프로젝트인 'CLOVE(클로브)'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 2025년까지 행성관측용 초소형위성을 국내업체와 공동 개발해 지구 궤도에서 금성을 장기 관측한다는 계획이다. 2026년부터 금성 관측 초소형위성 운용을 시작하고, 3년 마다 초소형위성을 쏘아올려 10년 이상의 장기 금성 관측자료를 확보한다는 목표다. 이렇게 얻은 자료를 토대로 NASA, ESA 등의 미래 금성탐사선 팀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연주 CI는 "최근 국내에서 우주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주로 지구 궤도나 달, 화성 등이 중심이고 금성은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라며 "우주 강국 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금성을 비롯한 다양한 우주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니 거기에 대해서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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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 안 보내곤 못 배기겠네…금성이 핫플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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