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카드 꺼낸 KBS 사장…"수신료 분리징수 막겠다"(종합)

기사등록 2023/06/08 11:26:44

최종수정 2023/06/08 12:42:05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08.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06.0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KBS 김의철 사장이 대통령실의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에 사퇴 카드를 꺼냈다. 분리징수가 현실화되면 공영방송 근간이 흔들린다며 "방송 독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 사장은 8일 서울 여의도 KBS 아트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KBS는 지난 세월 정권이 바뀔 때마다 늘 외풍에 시달렸다. KBS 구성원은 공영방송 독립을 지키기 위해 싸웠다"며 "이번에 무거운 결심을 했다. 만일 전임 정권에서 임명된 내가 문제라면 사장직을 내려놓겠다. 대통령실은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를 즉각 철회해달라. 철회하는 즉시 난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정권 교체를 기반으로 한 압박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엔 "KBS 사장에 지원할 때부터 방송 독립을 지키고자 했다. KBS 사장으로서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 공영방송 지위를 지키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현 정부가 수신료 분리징수 추진을 통해 공영방송 근간인 수신료 재원을 불안하게 만들고, KBS가 공적 책무를 수행하지 못하게 돼 위기를 맞으면 이러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KBS 사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임무가 수신료 분리징수를 막아내는 것"이라며 "실제로 수신료 분리징수가 현실화되면 공영방송 자체의 존립 근거가 훼손된다. 스스로 지금 이 시점에서 KBS를 지키기 위해 '사장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했다. 철회돼서 내가 물러나도 KBS 구성원을 믿는다. 방송 독립을 유지하고 공영방송의 역할 충실히 할 수 있다고 믿어서 이런 결심을 했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08.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의철 KBS 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입장문을 발표를 마친 뒤 인사를 하고 있다. 2023.06.08. [email protected]

대통령실은 5일 방송통신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KBS TV 수신료 분리 징수를 권고했다. 방통위는 조만간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착수할 전망이다. 대통령실은 3월9일부터 한 달간 부친 국민제안 'TV 수신료 징수방식(TV 수신료와 전기요금 통합 징수) 개선' 투표 결과를 근거로 들었다. 약 5만6016명(96.5%)이 수신료 분리 징수에 찬성했으며, 반대는 2019명(3.5%)에 그쳤다. 당시 KBS는 중요한 사실관계가 누락됐다며 "동일인 중복 투표가 가능하다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당 차원 투표 독려가 이뤄지는 등 여론 수렴 절차의 공정성도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특히 김 사장은 "KBS 미래와 발전을 위한 자리를 논의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정식으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한다. 유관 부처에도 제안한다"며 "방송법에 명시된 수신료 징수의 실질적인 주체는 KBS다. 수신료 분리징수에 관한 논의가 정상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부, KBS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정식으로 제의한다"고 청했다.

대응전략 관련해서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민하고 있다. 관련 부처에서 본격적으로 논의가 시작되지 않아서 내용이 파악된 게 없다. 시간을 두고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신료 직접 징수 관련해서 30년간 한전과 KBS가 협력해 효율적으로 시스템을 구축했다. 1994년 통합징수 전 상황을 감안해 추산하고 있는데, 만약 분리징수되면 공영방송 KBS의 존재 근거인 대규모 공공사업을 축소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된 많은 사람들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고, 시민들도 피해를 볼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의철 KBS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향하던 도중 KBS노동조합의 저지를 받고 있다. 2023.06.08.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김의철 KBS사장이 8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KBS아트홀에서 열린 KBS 수신료 분리징수 권고 관련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위해 회견장으로 향하던 도중 KBS노동조합의 저지를 받고 있다. 2023.06.08. [email protected]

그동안 KBS는 보도 정확·공정성 문제가 꾸준히 제기됐다. 최근에는 1TV '뉴스9'의 건설노조 집회에 관한 경찰 대응 방침 보도 관련 이소정 앵커 멘트를 수정 반영한 영상이 조작 의혹에 휩싸였다. 김 사장은 "여러가지 시스템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사람이 하다 보니 실수가 있다. 실수하면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책임을 강화하고 있다"며 "일각에서 주장하는 조작 은폐는 전혀 아니다. 공정하게 보도하려고 노력하고 있고, 미진한 부분은 사내에서도 여러가지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장으로 지상파 위기를 맞은 지도 오래다. "뼈아픈 지적"이라며 "KBS는 수신료 포함해 공적 재원이 45% 정도, 나머지는 콘텐츠와 광고수익을 기반으로 해 1조5000억원대로 운영하고 있다. 예능과 드라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힘에 부치는 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재정적인 한계로 인해 충분히 뒷받침하지 못해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부분이 있다. 선택과 집중을 해 경쟁력있는 프로그램을 준비 중"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김 사장은 "이번 권고안 결정에 있어서 사회적 제도로서 공영방송 의미와 역할의 깊은 성찰이 있었는지, 다양한 시각을 지닌 전문가가 참여해 충분한 논의를 진행했는지 강한 의구심이 든다"며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여론 수렴으로 첫 단추부터 잘못 끼어져 유감을 표한다. 심지어 공영방송 근간이 흔들리는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KBS를 논의 과정에서 철저히 배제했다. 분리징수가 현실화 될 경우 막대한 지출 비용이 낭비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2022년 수신료 징수 비용을 제외하고 순수신료는 6200억원 정도다"라며 "분리 징수 시 1000억원대로 급감해 KBS의 다양한 공적 책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으로 직결돼 국민들께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갈 것"이라고 했다.

"수많은 불합리와 막대한 피해를 감안해서라도 수신료 분리징수를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수신료 분리징수는 대한민국 대표 공영방송이 존폐 기로에 서게 되는 지극히 민감하고 중요한 사안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최악의 비효율적인 재원 충당 방식을 택하는 건 사회적 모순만 키우는 행위다. 한 번의 국민제안 청취로 결정하는 건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 성급한 결정을 내린 의도가 무엇인지 대통령실에 묻고 싶다. KBS는 국민들이 주는 수신료가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소중한지 잘 알고 있다. 뼈를 깎는 성찰·혁신을 하겠다. 지금의 수신료 통합징수가 최소한 비용으로 최대 효율을 구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알아달라. 넓은 양해 부탁드린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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