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지난해 에너지 위기 벗어나자마자 식량 위기
식량값 폭등에 서민 밥상 위협…정부 대책 마련 부심
[서울=뉴시스] 유자비 기자 =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불거진 에너지 위기를 갓 벗어난 유럽이 올해 식품 가격 폭등에 직면하고 있다.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되자 각 유럽 정부는 대책 마련에 서두르고 있다.
27일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올 들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주식 파스타 가격이 치솟고 있다.
이탈리아 국가통계청(ISTAT)에 따르면 파스타면 가격은 3월 17.5%, 4월에는 16.5% 급등했다. 상승률이 같은 달 이탈리아 소비자물가지수의 2배에 이른다.
파스타는 이탈리아인들이 평균적으로 연간 23㎏를 소비할 정도로 사랑받는 음식임을 고려할 때 가격 급등은 이탈리아에서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다.
영국에서도 에너지 가격이 하락하면서 4월 인플레이션이 둔화됐지만, 식품 가격 상승률은 19.3%에 달했다.
식품은 소비자 지출에서 에너지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예산에 더욱 큰 영향을 미친다.
이에 서민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해 식량 소비를 줄이고 있는 모습이다.
이달 초 영국 통계청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하위 20% 가구의 5분의 3이 식품 구매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에선 3월 식품 판매가 전월 대비 1.1%, 전년 대비해선 10.3% 감소해 1994년 기록이 시작된 이래 최대 하락폭을 기록했다.
최근 유럽의 식량 가격 급등세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실제 세계 원자재 시장에서 식품 가격은 지난해 4월 이후 하락하고 있다.
그러나 최종 가격에는 원자재 가격뿐 아니라 가공, 포장, 운송, 유통 등 비용이 포함된다.
앤드루 베일리 영국 영란은행(BOE) 총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무렵 불확실성이 커지자 식품 생산자들이 비료, 에너지 등 공급업체와 상대적으로 비싼 장기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으로 분석하고 있다.
유럽 식탁 물가에 비상이 걸리자 각 정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탈리아는 2주 전 파스타 가격 인상을 논의하기 위해 생산자, 소비자협회, 정부 관리들이 참석하는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 이 자리에서 파스타 가격 상한제가 거론됐으나 거부됐다.
또 이탈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은 소비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식품에 대한 판매세를 인하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3월 주요 유통업체들과 가격 인상을 가능하면 자제하기로 합의했다. 영국에선 국회의원들이 전체 식품 공급망에 대한 조사를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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