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총서 찬반 격돌…정청래·전해철·김종민 등 발언
쇄신 논의 제자리에 불만도 "본질 파악해야"
[서울=뉴시스] 이승재 하지현 여동준 기자 = 대의원제 폐지 여부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내 갈등이 격화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표가 '당원권 강화'에 힘을 싣고는 있지만, 친명과 비명의 계파 구도뿐 아니라 지역 간 이해관계도 얽혀있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4일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대의원제 폐지 및 개선 방안과 관련된 의원들이 발언이 이어졌다고 한다.
대의원제 폐지는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 이후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일부 대의원이 아닌 권리당원이 모두 참여하는 선거였다면 '돈 봉투'도 오가지 않았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민주당 대의원은 1만6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권리당원이 약 12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1%대에 불과한 수준이다.
반면 전당대회에서는 권리당원 40%, 대의원 30%, 여론조사 25%, 일반당원 5%의 비율로 표를 반영한다. 따라서 대의원 1명당 권리당원 60명에 달하는 권한을 쥐고 있는 셈이다.
대의원이 사라지면 당원이 1인 1표를 행사하게 되는 것인데, 이러면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의 입김이 지금보다 강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꿔 말하면 이 지지자를 등에 업은 의원 입장에서는 이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
전날 이 대표가 민주당사의 당원존에서 진행된 당원과의 만남 행사에서 대의원제 폐지를 직접 언급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는 "직접민주주의에 대한 욕망도 커지고 실현 가능성도 커진 것처럼 당도 당원이 주인이라고 하는데 실제 주인인지 아직 의구심이 많은 상태"라고 했다.
또 "민주당을 지지하는 당원과 국민이 '요즘 세상에 1인 1표가 아니고 1인 50표, 100표가 말이 되냐'는 생각을 하는 것"이라며 "얼마 전 돈 봉투 사건 어쩌고 하는 것도 그 구조(대의원제)와 전혀 무관하다고 할 수 있느냐. 동의하지 않는 분이 많다"고 전했다.
당 지도부 소속 정청래 최고위원도 이날 의원총회에서 비슷한 맥락으로 대의원제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정 최고위원은 권리당원이 호남 등 특정 지역에 치우쳐 있는 민주당의 특성상 대의원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반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의원제 폐지에 대한 반대 의견을 낸 것은 비명계로 분류되는 전해철, 김종민 의원이라고 한다.
김종민 의원은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현재 대의원제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대의원제는 기본적으로 민주당의 근간"이라며 "이를 폐지하는 것은 안 되고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요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대표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로 영국의 브렉시트 사례를 제시했다고 한다.
그는 "국민 투표를 했고, 그 결과는 좋은 결정이 아니었다. 그래서 영국이 갈라져 버렸고 아직도 후유증이 치유가 안 된다"며 "대표 민주주의는 일부 사람들이 기득권 담합이 아니라 책임 있는 결정, 좋은 결정을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김용민 의원도 '대의원제 폐지가 아닌 비율의 불평등을 개선해야 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김 의원은 대표적인 친명계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있다.
지난 14일 쇄신의총에서 결의문을 채택한 이후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았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박용진 의원은 의원총회 직후 취재진에게 "쇄신의총을 했는데 관련해서 답이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지도부가 제대로 혁신에 대해 어떻게 논의하고 있는지 방향을 얘기하지 않으니 의총에서도 대의원제를 놓고 공방이 오간 것인데, 그것이 본질은 아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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