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위험 예고 작성자 "없던 걸로 하자고 지시받았다"

기사등록 2023/05/22 16:43:26

최종수정 2023/05/22 16:58:17

참사 경고하는 보고서 작성한 경찰관

해밀톤 호텔 근처 인파 밀집 예상해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증거인멸교사 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0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이 지난해 12월5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증거인멸교사 혐의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2022.12.0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전재훈 기자 = 이태원 참사 이틀 전 참사의 위험을 예측하고 대비를 당부하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한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상사인 김진호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에게 보고서를 삭제하거나 없었던 걸로 하자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배성중)는 22일 오후 2시30분부터 증거인멸교사와 공용전자기록등 손상 교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박 전 부장과 김모 전 용산경찰서 정보과장 등 3명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김모 용산경찰서 정보관이 증인신문을 위해 참석했다.

김 정보관은 참사 이틀 전인 지난해 10월26일 이태원 핼로윈 축제의 인파 밀집 및 안전사고 위험을 경고하는 취지의 '이태원 핼로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작성한 바 있다.

그는 보고서 작성 이유에 대해 "방역수칙 해제 후 첫 핼로윈 축제인 만큼 많은 인파가 운집될 것이라 예상했다"고 설명했다.

김 정보관은 실제 압사 사고가 발생한 해밀톤 호텔 인근의 안전 사고를 경고했다.

그는 "인근에 클럽이 많고,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이기 때문"이라며 "보통 그쪽에 (사람이) 많이 몰리고, 도로까지 나오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참사가 발생한 지역의 인파 밀집을 구체적으로 예측해 대비가 필요하다고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김 정보관의 경고는 김 전 과장의 판단에 따라 용산경찰서 내 다른 과로 전파되지 못했다. 통상 정보관이 작성한 보고서는 대비를 위해 경비, 교통과로 전파된다고 한다. 대신 김 전 과장은 서울경찰청에 보고하기 위해 경찰견문관리시스템(PORMS)에 보고서를 올리라고 지시했다.

김 정보관은 참사 이후 상사인 김 전 과장 등으로부터 해당 보고서를 삭제하고, 작성한 사실이 없었다고 하자는 취지로 회유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해 10월31일 김 전 과장이) 자신의 사무실로 불러 내가 작성한 정보보고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하는 게 어떠냐고 했고, 내가 거부감을 느끼니까, 앞서 작성된 112상황보고서를 축약해서 쓴 거라고 하는 게 어떠냐는 등 여러 방법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이어 "내 보고서를 본 사람이 누가 있고, 서울경찰청에 보고했는지, 어디에 전파했는지, 기자에게 전파한 적이 있는지 등을 추궁했다"고 전했다.

당시 김 정보관은 부당함을 느껴 그 자리를 피했다고 한다.

그는 이후 SBS를 통해 해당 보고서가 존재했다는 것이 보도되자 자신이 유출한 사람으로 몰리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찰의 10.29 이태원 참사 정보조작 진상규명 및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천윤석 민변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는 10.29 이태원참사 정보경찰 증거인멸행위 관련 첫 공판기일이 시작된다. 2023.05.22.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경찰의 10.29 이태원 참사 정보조작 진상규명 및 처벌 촉구 기자회견’에서 천윤석 민변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서울서부지법에서는 10.29 이태원참사 정보경찰 증거인멸행위 관련 첫 공판기일이 시작된다. 2023.05.22. [email protected]

김 정보관은 지난해 11월2일께 김 전 과장이 외근 중인 정보관들을 사무실로 불러 관련 보고서를 삭제하도록 지시했다고도 밝혔다.

김 정보관은 "보고서를 지우라는 게 처음이라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법적으로 지워야 하는 절차라고 해도, 부당한 지시라고 느껴졌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날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정보관은 사무실에 들어와 보고서를 지우라는 김 전 과장의 지시를 전달하는 동료에게 "그걸 왜 지우냐. 지워도 나중에 복구된다"며 "과장이 시켜서 했다 하면 된다"고 발언했다.

앞서 김 전 과장은 박 전 부장으로부터 '경찰관의 정보수집 및 처리에 관한 규정'에 따라 문서 활용 목적이 달성된 보고서는 그 즉시 처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삭제를 지시했다는 것이다.

김 정보관은 이태원 일대를 담당하는 정보관인 만큼 핼러윈 축제 당시 현장을 나가겠다는 의견을 내놨지만, 김 전 과장이 묵살했다고도 증언했다.

그는 "김 전 과장이 말하길, 정보관이 축제에 나가서 뭘 할 거냐, 정보관은 집회에 집중해야 한다, 핼러윈은 크리스마스 같은 거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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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위험 예고 작성자 "없던 걸로 하자고 지시받았다"

기사등록 2023/05/22 16:43:26 최초수정 2023/05/22 16:5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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